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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욕하면서 월세 산다

유튜브

by 마루

집주인 욕하면서 월세 산다

동네에 지독한 터줏대감이 하나 살고 있다.

룰은 지가 정하고, 새로 들어온 애들 자릿세는 꼬박꼬박 뜯어간다.

자기가 하면 '기술 혁신'이고 남이 하면 '부정행위'란다.

이 정도면 양아치 장사치나 다름없는데, 문제는 이 양반이 단순히 장사치가 아니라 이 동네 '길'과 '광장'을 통째로 산 지주라는 점이다.

구글과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 이야기다.

최근 유튜브가 앱 안에 AI 동영상 제작 기능을 박아 넣었다.

그러면서 밖에서 만든 AI 영상은 라벨을 붙여라, 수익화를 제한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구조는 명확하다. **"내 도구로 만들면 데이터는 내 것이고 장려하겠지만, 남의 도구로 만들면 스팸이다."** 심판이 축구화 신고 경기장 뛰면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골은 다 무효 처리하는 꼴이다.

화가 나는데 떠날 수가 없다.

짐 싸서 나가자니 이 동네 말고는 사람 구경할 광장이 없다. 유튜브 없이 영상 올릴 데가 없고, 구글 없이 검색 안 되는 세상이다. 뜨내기 장사꾼이면 안 사면 그만인데, 이건 삶의 인프라가 되어버렸다.

피해갈 길 없는 독과점의 시대, 우리는 집주인 욕하며 매달 꼬박꼬박 '조회수'와 '데이터'라는 월세를 내며 산다.

내 채널 '카메라신'에 멧돼지 조각상이나 도깨비 피규어 같은 날것의 영상을 올리는 건, 어쩌면 이 촘촘한 월세방에서 부리는 마지막 오기일지도 모른다.

매끈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투박한 질감, 내가 직접 발로 뛰어 목격한 그 0.1%의 관측 데이터를 던져주는 것.

"내 집 날아가면 난 어디서 노나" 걱정하면서도, 비록 월세 사는 처지지만, 집주인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원본의 삶'만큼은 내 것이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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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AI로 블로그 하시면 좋으십니까?" 새벽 다섯 시 사십일 분에 달린 댓글이다. 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볼수록 좋아졌다. 화두는 원래 그렇게 온다. 모르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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