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무것도 없는 나를 60억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아저씨)
거래처 사장님이 나를 가스라이팅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시간이 지나고서야 말을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상담을 한다면, 무조건 차단하고 피해라고 말하고 싶다.
거기에 감정을 쏟지도 말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하지도 말고, 그냥 피해라.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고.
한번 밟으면 닦아내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그래도 정 한번 밟아보고 싶으면 완전히 즈려 밟지는 말고, 살짝 냄새만 맡고 똥이다 싶으면 제발 피해라.
라고 말이다.
당시 나는 사업 초반부에 여러 거래처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계약을 따내는 중이었고, 젊음과 패기를 좋게 봐주신 사장님들께서 보기좋다며 계약을 체결해주셨었다.
하하.
첫달에 300만원 짜리, 100만원 짜리 계약을 체결한 나는 두려울 게 없었다.
모든 게 새로웠고, 도전하는 것이 정말 행복했기에.
그리고 그때, 주식 스터디 모임방을 운영하는 사장님께서 브랜드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고 하셔서 미팅을 가졌었고, 그날 미팅 가는 지하철에서 나는 발목이 제대로 삐었었다.
마치 절대 가지 말라는 듯이.
어딘가에 걸려 넘어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서있다가 한 발짝을 떼는 순간.
발목이 심하게 결렸었고, 절뚝거리면서 미팅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가 신고 있었던 신발은 하이힐도 아닌, 등산화였다.
평상시에도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또한 당시 발목이 완쾌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꼭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걷고는 했다.
당시 그 사장님과 어떤 여자 실장님과 함께 미팅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그 실장님은 21살이었고, 스터디카페 알바생으로 왔었지만 월급도 못 받고, 온갖 욕설을 들으며 다양한 곳에 이용을 당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군인 출신으로, 강남에 아파트가 9채, 미혼남으로, 키는 좀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에 관리를 잘하는 남자였다. 좀 신기했던 부분이 여기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 20대 초반의 알바생들이었다는 점이 좀 놀라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함께 회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사장님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나도 당시에는 24살이었고, 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20대 초, 중반이었으니까.
그냥 좀 특이한 정도?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사장님의 브랜드블로그를 관리해주면서였다.
집착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모임방을 홍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나열하고, 본인의 스터디모임에 나를 참여케하고,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끊임없이 말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얼마나 반복했던지.
그리고 본인이 교보빌딩을 살건데, 그때 한층을 너에게 주겠다. 너를 60억 부자로 만들어주겠다. 부터 뭔가 나를 잘되게 해주겠다는 건 감사한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가? 아니면,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저런 말을 하는 건가? 하고 심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말.
괜찮아요. 사장님. 저는 제가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고. 60억 부자가 되는 게 제 인생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에. 그저 사장님이 잘 되셨으면 해요.
후... 과거의 나에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면.
그냥 손절하고, 얼른 도망쳐라! 아이야!!! 그걸 왜 일일히 대꾸해주고 있니... 그런 말을 그냥 내뱉는 사람은 너를 뼈속까지 이용해먹고 결국 헌신짝처럼 너를 버릴거라고! 그리고 감정적으로 동요했다가 그 가스라이팅에 넘어가서 그 사람을 사랑하기라도 하면 어떡할려고 그러니!
Run away, right now!!!
라고 말하고 싶다.
하하.
물론, 다행이도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었고, 그저 세 달동안이나 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그 사장님에게 느끼는 반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다. 나는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철저하게 나와 내 직원들의 노동력이 갈리면서.
돈과 시간과 감정노동까지 강요당하면서 그렇게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왜 3개월이나 버텼냐고?
그야 그 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해서 내 인생을 나락가게 해주겠다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사람들 다 박살내버리고, 우리 엄마 아빠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으니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이상 그 협박이 유효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안다.
그때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님들께 법률 자문도 받았고, 변호사인 형부와 사촌언니가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엄마 아빠는 아직도 내가 그런 일을 겪었는지 모른다.)
근데 그때는 정말 무서웠었다.
손발이 덜덜 떨릴정도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난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이래서 목소리 큰 사람이 싸움에서 이긴다는 건가?
하도 난리를 쳐서 찾아올까봐 무서운 것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모든 20대 초반의 알바생들도 나와 비슷한 협박을 받고 있었다.
그때 법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후... 질려버린 우리들은 그냥 다같이 그사람을 차단하고 탈출하는 것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챙기기로 하고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 근데, 꽃밭은 아니다.
선도 있지만, 악도 있다. 좋은 사람도 많지만, 상상을 초월하게 나쁜 사람들도 많다.
젊은 청년들을 도와주려는 성숙한 선배들도 있지만,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등골까지 쫙 빼먹으려고 하는 못된 어른들도 많다.
내가 정말 그 사장님이 악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 사장님의 유튜브 검색 기록에 '악마가 사람을 조종하는 방법' '가스라이팅 방법'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세상은 아름답다. 하지만 선한 이도 악한 이도 공존하고 있는 세상이기에, 분별할 줄 아는 눈과 마음, 휘둘리지 않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 맞서 싸울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도망쳐도 된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온전한 내 삶의 승리를 위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는 용인되는 법이다.
우리는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등을.
근데 가스라이팅하는 상사나 사장, 나를 심하게 대하는 연인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친구가 나를 이용하는지의 여부, 돈을 모으려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
카드빛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레버리지를 어떻게 써야 부자가 되는건지.
부자는 어떻게 되는지. 왜 되야 하는 것인지.
봉사하는 삶이 왜 가치있는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하는지.
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한다.
정규과정은 없지만, 위 내용들은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꼭 알아야할 것들이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유익한 점은 인간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 그리고 세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는 무엇이며,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지.
'새로 알아감'에 행복하고, 종종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그래서 그 사장님, 결국은 어떻게 되었냐고?
잘 모르겠다. 그로부터 1년 후에 포탈이나 블로그, 인스타에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는 걸 보면.
망했을수도.
근데 정말 소름인 것은 딸도 있는 유부남이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퇴사한 직원이 연락와서 진작에 그만두길 잘했다면서 알려준 부분이었다.
후. 24살이었던 나에게 새벽에 전화해서 본인 삶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고. 성공하게 해주겠다고.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허허.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공부 잘해야 된다! 좋은 대학 가서 대기업 가야 된다! 보다도 이런 질나쁜 어른들을 분별하는 방법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그 대처법에 대해서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세상에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싶으면. 인간의 도리. 책임감. 잘해보고자 하는 좋은 마음.
그딴 거 다 필요없고 그냥 도망치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괜히 인간의 '직감'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니니까. 도망쳐야할 타이밍을 모르겠으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