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름발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간다.

(feat. 내가 맨발등산을 하게 된 이유)

by 화개 지화

초등학교 때 같은 학년 8명의 친구들에게 집단 폭력을 당한 이후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말을 더듬고, 두려움없이 눈앞에 있는 상대와 말을 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 어떤 힘듦도 내게 큰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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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2살 5월, 발목 인대가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그 고통이 그렇게 오래 갈 줄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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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기브스를 한 상태에서 계속 출근을 했고, 카페 서빙과 반복되는 작업으로 발목 상태가 점점 악화되었다.


3개월 정도 그 상태에서 일을 지속하자, 어느새 발목을 질질 끌면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결국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치료에만 전념해야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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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병원을 옮긴 숫자.


도무지 낫지를 않았다. 발목 인대 통증의 저주에라도 걸린 것인지, 쉬어도 낫지를 않았고 염증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그리고 오래된 기브스와 발목 아대 사용으로 인해 발목 근처의 근육들이 너무 약해져있었고, 발을 헛디뎌서 2차, 3차 부상을 입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자다가도 발목을 찢는 듯한 통증에 잠에서 깨게 되고, 매일 절뚝거리는 삶이 계속되자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왜 낫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나을 수 있는 걸까.


난 예전처럼 완전하게 회복을 할 수 있을까.


평생 절면 어떡하지.


운동을 못하니까 거의 15kg가 쪘고, 몸도 마음도 회복이 되지 않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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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만나게 된 신촌의 한 한의원. (현 한의원)


외관은 낡았지만, 명의가 계시다고 해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그곳의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주 천천히 걷더라도, 기브스나 보호대를 아예 하지 말고 꾸준히 매일 치료에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치료 과정이 아주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낫게 해주겠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발목과 다리 전체에 굵은 침을 놓으시고는 전류가 통하게 하셨다.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고, 손발이 덜덜 떨리고 한도를 초과하는 고통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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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라고 하셔서 (그 당시에는 그게 가능한가. 이렇게 아픈데... 걷기조차 힘든데 운동이라니..) 시작하게 된 것이 아주 천천히 맨발로 등산을 하는 것이였다. 아주 천천히.


맨발로 산을 오르곤 했다.


고통스러웠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갔다가 오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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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땅도 나무도 새들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까지도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할 수 있으니까 해보자고. 조금씩 걷다보면, 뛸 수 있는 날도 올거고, 절뚝거리는 게 아니라 언젠가 뚜벅뚜벅 걸을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그니까 포기하지 말고 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근데 할 수 있을까. 다신 안 돌아오면 어떡하지. 때때로 절망해가며. 의심하고, 걱정에 잠 못 이루며.


그렇게 매일 조금이라도 산에 오르고, 전기 침 치료를 받으며.


1년 반만에 아픔 없이 걸을 수 있는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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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인생을 되돌아보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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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해야 한다.


하고 싶지 않다.


힘을 내보자.


힘이 든다.


용기를 갖자.


절망적이다.


울고 싶다.


울어도 된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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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많은 생각들이, 수많은 감정들이 오가던지.


그리고 등산을 할 때면, 그런 파도치는 감정들이 점차 가라앉으면서 용기가 생기곤 했다.


매일 조금이라도 산에 오르는 것.


나와의 약속을 꾸준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낮아진 자존감을 살릴 수 있었고, 조금씩 나아지고, 그러다가 다시 상태가 악화되고를 반복하던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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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 걸음씩.


절뚝이면서도,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가던 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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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되찾은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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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며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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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 자연은 오해와 편견없이 날 있는 그대로 포용해준다. 어서 오라는 듯이. 치유의 기운을 품고 나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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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맨발로 등산을 하게 된 이유는 그 자연의 기운을 오롯히 느끼고 몸 안에 날뛰던 염증들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급격히 찐 살들도 빠질 수 있었고, 식단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몸도 마음도 더욱 성숙해지는 기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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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함을 주는 작은 숲 속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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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난 여전히 2시간 이상을 걸으면 다음날 다리를 절곤 한다.


그래도 발목 염증이 심해져서, 그 염증이 굳어서 발을 질질 끌면서 다니던 그때를 생각하면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래도 '2시간이나' 남들처럼 힘차게 걸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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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아프고나서 좋은 점은.


매일 걷는 그 길이 항상 새롭고,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몸 컨디션이 좋은 날에 빠르게 산을 오르다보면, 숲 속의 요정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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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비추어 그림자 숲을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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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모양의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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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나무들의 모양이 각기 다른 것처럼.


우리들의 인생들도 이처럼 너무나 다양하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시기가 제각기 다른 것처럼.


아플만큼 아프고, 내 발목 또한 치료가 된 것처럼.


인생에도 제각기 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 때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차분하게 해나가다보면.


분명 더 좋은 날들이 올 거니까.


모든 사람들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마음껏 사랑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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