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in_film 추천 no. 3
제목: 패왕별희
감독: 천카이거
출연: 장국영, 공리, 장풍의, 지앙웬리 등
네이버평점: 9.65
개봉: 1993
나는 이중적인 게 좋다. 와인을 마시며 우아한 대화를 즐기면서도 대포집에 걸터앉아 사람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것, 고통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입어도 유쾌한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것. 모두 다 사랑스러운 이중성이다. 흐드러지게 화려한 의상을 입고서 펼쳐지는 경극 배우들의 애처로운 인생을 담은 영화, 패왕별희를 소개한다.
1. 모르는 세계에 대한 거부감
중화권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가졌다. 톡쏘는 중국어의 개성도 있지만, 중화권 작품만의 감성이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이 감성에 들이받으면 중국 영화계 엘리트 감독들의 난해한 연출에 당황할 것이고, 익숙하지 않은 흐름과 그 메시지에 몰입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도 그렇다. 다소 생소한 경극을 다루고 20년이 훌쩍 넘은 고전 작품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음악과 안무에 거부감을 느끼고, 경극의 모든 요소가 기괴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중화권 영화를 볼땐 전혀 다른 신세계로 들어간다는 마음의 준비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작품에 스며들 준비가 필요하다.
2. 거침 없는 표현력, 그리고 장국영
이 영화의 작품성은 거침없는 표현력에 있다. 어찌보면 과격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 표현력이 어떠한 공연예술보다 과장되고 화려한 경극이라는 소재와 잘 어우러진다. 또한, 이 시너지는 애절한 감정을 극대화시켜서 절절하고 진득한 여운으로 관객에게 되돌아온다. 게다가 90년대 최고의 홍콩배우 장국영의 섬세함이 그 여운의 마지막 퍼즐이 된다. 간질간질하고 섬세한 그의 연기는 미친듯이 강렬한 경극과 상반되어 보이지만, 오히려 연출에 완급이 조절되는 효과를 주어 매끄러운 전개를 완성한다.
3. 파란(波瀾)
영화 패왕별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영화다. 앞서 말한 작품적인 요소도 탄탄하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역사를 빼놓고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는 중국의 20세기, 격변의 시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중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거대한 사회운동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운명의 파도에 힘 없이 휩쓸려가는 경극 배우들의 모습은 더욱 처량하기만 하다. 격변의 시대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내용 전개에 거대한 축이 된다.
4. 슬프고도 화려한 문화, 경극
경극은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공연예술이다. 근세에 들어 경극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돌 가수를 방불케할 만큼 강력했고,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져 수 많은 배우 양성기관들이 생겨나기도 했다.(실제로 배우 성룡, 홍금보 등 많은 중화권 스타 배우들이 경극 학원 출신이다.)이 작품은 그 시절 경극 배우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그들의 안무는 아크로바틱을 연상시킬 정도로 역동적이었고 그들의 화장과 화려한 의상은 경극의 매력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그 화려한 무대의 막이 내리면 그들에겐 쓸쓸한 출생이 보였고, 마주하기 싫은 현실의 고통이 있었다. 그들의 고통과 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들의 가면은 두툼해졌고, 화장은 더 진해졌다.
5. 한 줄 평- 격변의 시대는 그들의 가면을 벗겼지만, 노래까지 멈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