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in_film 추천 no. 2
제목: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쉘 공드리
출연: 짐캐리, 케이트 윈슬렛 등
네이버 평점: 9.26
개봉: 2005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우리 뜻대로 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참 야속하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싫은 건 금방 잊고 싶은데, 우리 뇌는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 좋은 기억은 꽤 오랫동안 우리 머릿속을 머문다. 우리 의지대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원하는 '기억 제거'라는 소재로 전 세계의 공감과 사랑을 얻은 명작, 이터널 선샤인을 소개한다.
1. 좋아하는 영화
이 작품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다. 출연진들도 너무 좋고, 음악부터 스토리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특히 짐캐리의 정극 연기가 좋다. 유쾌한 배우가 짓는 진지한 표정이 되려 더 짙은 호소력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케이트 윈슬렛 만의 명랑함과 유쾌함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두 연인의 모든 순간들이 어느새 내 연애의 지난날을 상기시킨다. 영화의 배경마저 아름답다. 눈비가 오 몬탄의 겨울바다, 꽝꽝 얼어 붙은 찰스 강. 겨울마다 두툼한 이불 속에서 보고 싶은 온화한 영화다.
2. 전쟁같은 사랑
고백은 선전포고, 연애는 전쟁, 결혼은 휴전선언이다. 표현이 조금 과격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절대 순조로울 수 없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심지어 성별도) 두 남녀의 만남이 어떻게 순탄하기만 할까. 분명히 둘 중 누군가는 이해했으며, 기다렸고, 맞춰주었을 것이다. 오랜 연애를 해도 심지어 결혼을 해도 우린 여전히 서로에게 낯설고, 그 낯선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또 다시 전투에 나서야 한다. 결혼이 종전선언이 아닌 휴전선언인 이유는 백발 노부부의 여전한 부부싸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맞춰가기 위해 다투고, 사랑하기 때문에 화해한다.
3.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수차례의 전투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우리는 전장을 떠나야 한다. 그리고 이별이라 불리는 그 기억은 상당히 불쾌하다. 어제 외운 영어단어는 그렇게 잘 잊혀지면서 전 애인의 얼굴과 이름은 왜 쉽게 안 잊혀질까. 잊고 싶은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소재의 영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상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휴대폰 사진을 지우듯 잊고 싶은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4. Remove 보다는 Replay
"시행착오".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하여 오류를 직접 경험하고 수정하면서 점차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 영화는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우는 기계를 활용하여 인간 관계를 손보려 한다. 감독은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인위적으로 기억을 지우며 실수나 실패를 회피하는 모습, 기억을 지워가는 과정에서 지난 행동을 후회하는 모습, 그리고 기억을 지우고 나서 같은 행동을 또 다시 반복하는 모습은 애초에 영화라서 가능한 일이지만 꽤 현실적이다. 그렇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망각이 아닌 제대로 된 기억이었다. 이별의 혼란에서 우리는 왜곡된 지난 행동들을 똑바로 마주해야 했고, 충동적으로 뿜어낸 말과 행동들을 돌아봐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성장했어야 했다. 우린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모든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가져가야 한다. 그것이 부끄러웠든, 슬펐든, 괴로웠든 간에 삭제(remove)가 아닌 다시 보기(replay)로 마주해야 한다. 반드시 괴로울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반드시 성장한다.
5. 한 줄 평- 아픈 기억도, 좋은 기억도 음미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