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50』과 죽음에 대하여

hwain_film 추천 no. 4

by hwain

제목: 50/50

감독: 조나단 레빈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세스 로건, 안나 케드릭 등

네이버평점: 8.36

개봉: 2011


죽음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수학적 사고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면 우리가 하루 동안 살거나 죽을 확률은 각각 50퍼센트다. 담백하고 간결하게 인생의 소중함을 전하는 영화, 50/50 을 소개한다.


1. 조나단 레빗의 인간극장


암 투병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비해 대사가 상당히 쫄깃하다. 감독을 찾아보니 '롱 샷', '웜 바디스' 등을 연출한 조나단 레빗이다. 복잡하고 암울한 상황을 재치있는 대사와 상황으로 유쾌하게 풀어가는 그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볍지만 뭉클한 여운으로 인류애를 잔뜩 주입시키는 그의 작품에 반신욕을 하듯이 천천히 눈과 귀를 담가보자.


2. 세스 로건의 이유 있는 명연기


이 작품의 완성은 단연 세스 로건의 존재감이다. 그의 유머러스한 연기와 대사가 영화 곳곳에 드리워진 죽음의 고통을 희석시킨다. 찾아보니 이 작품의 시나리오 작가 윌 레이저가 실제로 암 투병을 경험했고 그 당시 세스 로건이 친구로서 곁을 지켰다고 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그 여운이 더욱 진해진다. 세스 로건이 연기한 '카일'은 세상 가벼운 성격이지만 묵직한 의리로 가슴을 훈훈하게 데우는 인물이다. 그렇다. 우리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할 때 필요한 건 똑 부러지는 해결사보다도 마음에 유쾌한 여유를 줄 수 있는 든든한 친구뿐이다.


3. 암과 죽음


암은 쉽게 발생되지 않지만 그 치료가 쉽지 않아 매우 고통스럽고, 죽음에 가장 근접한 질병이다. 일상 생활에서 암은 매우 답답한 상황에 비유될 정도로 그 쓰임이 가볍지만, 실제로 암에 걸린다는 건 절대 유쾌하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암에 걸린다는 건 죽음이 머지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명한 죽음학자 Kubler Ross 가 주장한 '죽음의 5단계'는 작품 속에 깊이 녹아들어 중심내용을 관통한다. 처음에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다가 분노하고, 결국 현실에 타협하고선 우울감에 빠져 죽음을 수용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죽음의 어색한 얼굴과 마주한다.


4. 죽음에 대하여


수술의 성공 확률이 50퍼센트라고 할 때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박장에서 홀수와 짝수를 맞히는데 선수인 사람들도 한 번의 수술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죽을 수 있는 만큼 살 수 있는 이 오묘한 확률의 싸움에서 우리는 최악의 상황부터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나서야 그 존재를 깨닫는다.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타인의 죽음에 공감하고, 내 하루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떠날 때가 되니 지루하기만 했던 인생이 더욱 선명해진다. 이렇듯 인간은 인간에게 가장 최악일 수 밖에 없는 순간인 '죽음'을 수용하면서 더욱 활기와 희망을 얻는다. 50/50의 확률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미 주인공은 부족함이 없었다. 그에겐 소중한 가족, 친구, 그리고 새로운 인연이 있었다. 자연스레 받아들인 죽음에서 그는 영혼을 치유받았고, 새로운 삶을 얻었다.


5. 한 줄 평- 낭떠러지의 깊이를 알아야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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