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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Jun 01. 2022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와 태풍의 재해석

hwain_film 추천 no. 22

제목: 태풍이 지나가고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츠

출연: 아베 히로시, 키키 키린, 마키 요코 등

네이버 평점: 8.66

개봉: 2016


 태풍은 고인 물을 헤집고, 바람의 열기를 잠시 가라 앉히며, 모든 것을 환기한다. 고레에다 감독과 그의 사단이 펼치는 믿고 보는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소개한다.


 1. 좋아하는 반찬들로 한 상 푸짐하게 차린 일본 가정식 같은 영화


 내 머릿속에 일본 영화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건 고레에다 감독과 그의 뮤즈들이었다. 그의 연출과 배우들의 표현력은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립되어 일본 영화 하면 떠오르는 감성과 분위기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에서도 고레에다 영화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있다. 게다가 키키 키린을 중심으로 듬직하게 포진된 출연진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좋아하는 반찬들로 푸짐하게 차린 일본 가정식의 따뜻함을 연상시킨다.


 2. 소소해서 더 깊어지는 몰입감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우리들을 닮아 있다. 꿈을 좇다가 결국 자신이 꿈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인물, 평생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결국 아버지처럼 늙어가는 인물, 언제나 가족 생각뿐인 작고 늙은 어머니, 나이가 들어도 만날 때마다 투닥거리는 형제. 우리는 영화를 보지만 그 안에 그려진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몰입감은 더욱 짙어진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매달린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의 마음을 관통하는 것은 다른 감독들에게 없는 고레에다 감독만의 비대칭 전력이 아닐까.


 3. 태풍전야


 태풍은 불어오기 직전까지도 엄청난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그래서 태풍이 오기 직전에는 평온하면서도 뜨거운 열기가 사방에 감돈다. 뜨거운 햇볕만큼이나 뜨거운 날숨과 들숨이 반복된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도 큰 이변(태풍)이 닥치기 직전에는 지겨울 만큼이나 평온한 나날이 반복된다. 지겨운 일상의 반복에는 다툼도 있고, 분노도 있으며 그 종국에는 실망과 회한, 그리고 화해가 있다. 작품은 지극히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고조되다가 끝내 태풍으로 향한다.


 4.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은 고인 물을 헤집고, 바람의 열기를 잠시 가라 앉히며, 모든 것을 환기한다. 우리도 태풍처럼 강력한 인생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감정이 터질 듯이 고조되고, 관계는 과열되다 못해 폭발하여 흩어진다. 성장일지 파멸일지 모르는 태풍의 결말은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생태계가 안정되고, 태풍을 겪어야 계절의 변화도 맞이할  있듯이 우리 인생에서 불어닥치는 태풍의 순간도 마찬가지로 외면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환의 과정이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있다.


 5. 한 줄 평- 그렇다. 태풍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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