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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Jun 16. 2022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와 블루스

hwain_film 추천 no. 23

제목: 우리들의 블루스

제작: 김규태(연출), 노희경(극본)

출연: 이병헌, 김혜자, 신민아, 김우빈, 한지민, 차승원, 이정은, 엄정화, 고두심 등

방영: 2022

왓챠 피디아: 3.8


 종영하기 전까지 매주가 기다려졌고, 보면서도 많이 공감했다. 좋은 드라마라는 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hwain_film 최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 명작, 우리들의 블루스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1. 배우들의 이유 있는 선택, 제작진들의 이유 있는 캐스팅


 출연진들부터 흥미롭다. 아니, 황홀하다. 캐스팅 라인업만 놓고 보면 CG로 버무려진 SF 작품이나, 스케일이 장대한 초특급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이 떠오르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의 장르는 ‘가족․일상물’이다. 한 작품에서 단일 주연으로 열연을 펼치던 그들이 한 작품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일상적인 내용을 연출하기 위해 현실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미남, 미녀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일까. 1화부터 20화까지 총 8개의 옴니버스로 점철된 이야기들에 하나씩 몰입하다 보면 당신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을 것이고, 출연진과 제작진의 의도 역시 자연스레 이해될 것이다.  


 2. 제주도


 노희경 작가는 이런 초호화 캐스팅을 두고도 안심할 수 없었는지 어마 무시한 무기를 하나 더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 제주도는 묘한 장소다. 육지와 명백히 다른 모습에, 자막이 필요할 정도로 생소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그곳은 우리 일상과 멀어 보인다. 휴가를 계획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제주도를 떠올릴 만큼 이곳은 우리 일상과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주는 우리와 닮아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인생을 닮았고, 부서지는 파도는 우리의 하루를 닮았으며, 구멍이 송송 뚫린 돌담길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충분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국적인 장소를 가져와 관객들이 편안하게 자신들의 인생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든다. 굳이 신파적인 요소를 끌어오지 않고도 강력한 몰입감과 진한 여운이 20부작 내내 이어진다.


 3. 불편한 내용들


 이 작품에서는 유독 불편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청소년의 혼전 임신, 장애인, 이혼, 가정폭력,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친구나 가족과의 갈등, 사업과 부채 등. 그리고 작가와 제작진은 그 내용들을 최대한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배우들의 외모는 분명 비현실적이지만, 그들이 내뱉는 대사와, 처한 상황은 분명 우리들과 같았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닐지언정 내 멋대로 결정한 결과에 스스로 만족하며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정말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불편하지만, 결국 불편하기에 인격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이것이 바로 제작진들이 아름다운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였고, 배우들도 이 아름다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4. 우리들의 BLUES


 영어로 ‘blue’ 파란색이라는 뜻도 있지만 ‘우울 뜻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블루스 우리 일상 속의 우울, 아픔, 시련이 담긴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도 그런 주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적인 우울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반면에, blue 복수형인 ‘blues’ 되면 블루스라는 ‘노래 장르가 된다. 사람들의 우울과 슬픔이 모여서 아름다운 노래가 된다는 것이 역설적이면서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작가는 작품의 말미에서 시청자들에게 고한다. “우리는  땅에 괴롭기 위해,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 모두 행복하세요.” 그렇다. 우리들의 인생이 ‘분명히괴롭고 힘들지만, ‘분명히행복도 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빼닮은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당신의 인생과, 당신의 이야기에는 블루뿐만 아니라 ‘블루스 있었다는 위로가 아니었을까.


 5.   - 오늘 당신의 블루 내일은 블루스로 기억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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