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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Oct 04. 2017

[Peru] 혀끝에의 추억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의 먹고 마신 이야기


어쩌면 남미에서 가장 맛있었던 맥주, Cusquena

페루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을 떠올려보자면 많은 음식들이 지나가는데, 단연 최고는 바로 페루의 맥주, 가성비 최고 꾸스께냐(Cusquena)였다.

꾸스께냐를 처음 맛본 것은 페루의 수도 리마였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던 그 순간, 리마의 미라플로레스의 잔디밭에 앉아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를 감상했다.

1월 1일이 되던 순간.
어느 지역이나 불꽃놀이가 있다면 인파가 많다.
길에서 술을 못먹게 하는 나라도 많아 조심스러웠는데, 1월 1일이 되던 그 순간 이 잔디밭에 와인을 마시는 가족들을 보고 안심했다.
Feliz ano nuevo!!

그때 함께 했던 것이 바로 꾸스께냐였다. 처음엔 불꽃놀이와 분위기 때문에 맛있다고 생각되었던 꾸스께냐는 페루에서 다른 맥주들을 만날 때마다 그 진가를 발휘했다. "역시 꾸스께냐가 제일 맛있네!" 이건 페루를 지나 다른 나라 여행할 때도 종종 튀어나온 멘트였달까.

먹어본 4가지 맛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Cusquena Negra (Dark Lager)

마추픽추를 보고 걸어 내려와 아구아깔리엔떼에서 제일 처음 마신 음료 역시 꾸스께냐 레드 라거! 꾸스께냐 종류 중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다크 라거는 아니었지만 역시 페루는 꾸스께냐가 단연 최고였다는 기억을 남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마추픽추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마신 것도 바로 Cusquena Roja (Red Lager) 바로 마추픽추에서 내려온 지라 병 입구 쪽 마추픽추 그림이 더욱 의미 깊었다.
페루의 사막, 와카치나에서 마신 꾸스께냐. 병 아랫 부분은 쿠스코에 있는 12각돌처럼 돌을 잘 다뤘던 잉카문명의 돌벽을 나타낸다고.

페루를 떠나 볼리비아로 넘어갈 때, 마지막 남은 페루 화폐를 털어 사 먹은 것도 바로 꾸스께냐일 정도로 페루에서 먹은 음식 중 단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에서도 꾸스께냐 사랑은 계속 되었다.

남은 페루돈을 털어 마신 Cusquena Dorada (Golden Lager)


 꼭 먹어보겠노라 다짐하고 갔던 것은 Pisco sour라는 칵테일.

안데스 지역의 포도로 만든 증류주인 피스코(Pisco)에 레몬즙, 계란 흰자, 설탕 등을 넣고 만든다. 피스코 사워(Pisco sour)를 인터넷을 통해 먼저 알아서인지 무슨 맛인지 정말 궁금했다.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주는게 정석이라고.

우리의 소주가 곡물로 만드는 증류주인 것처럼 피스코 사워의 베이스가 되는 피스코는 포도로 만든 증류주다. 35~50도로 도수가 센 편으로 그냥 먹었을 때는 취하고 싶을 때 먹으면 딱이겠다! 싶을 정도로 세다고 느꼈다.

혹자는 달달하고 향이 좋은 투명한 술이라고 하는데, (피스코는 소주처럼 투명했다) 여유롭게 시음할 마음의 여력이 안되었던지 그저 센 브랜디 같은 느낌이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하자마자 피스코 사워를 꼭 먹어야겠다고 줄곧 노래를 불러댔기 때문에 메뉴판에 있으면 무조건 시켜 먹었던 것 같다. 페루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먹고 싶은 것이 피스코 사워였으니.. 간단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바로 피스코 사워를 먹으러 갔었다.(거의 1일 1.5 피스코 사워를 먹었을 정도로 빠지지 않고 마셨다.)

리마 시내에 보이는 펍에서 처음 대면한 피스코 사워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이게 지구 반대편에서 그렇게 궁금해하던 맛이라고!? 관광객 대상으로 대충 만드는 칵테일은 지구 반대편이나 이 쪽이나 똑같이 맛이 없었다. 첫 피스코 사워의 맛이 너무나 실망스러워 잊히지가 않지만 그 이후에 먹었던 다른 피스코 사워는 모두 맛있었다.

설탕을 넣어 달달한 맛과 계란 덕인지 부드러운 맛이 더해지는 칵테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먹기 힘들다는 핑계로 기회만 되면 피스코 사워를 마셨다.
브런치에 곁들어 마셨던 피스코 사워
가장 맛있었던 피스코 사워. 쿠스코 광장의 피자집에서 시켜마신 피스코 사워였다.
페루의 마트에 있던 피스코. 포도 증류주지만 투명하다.


남미의 발효주, Chicha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된 치차(Chicha)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료는 남미의 발효주다. 남미에서는 보통 발효한 음료수를 치차라고 부른다고 한다.

페루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발효음료를 Chicha morada라고 한다. 처음에 가이드북에서 치차 모라다를 봤을 때는 옥수수 발효음료라고 해서 옥수수? 노란색 발효음료인가? 싶었다.

나스카의 한 레스토랑에서 발견한 반가운 글씨, Chicha morada! 보자마자 흥분해서 주문했다.

하지만 morada는 보라색. 그러니까 번역해보자면 보라색 발효음료 되겠다.

흡사 포도주스 같은 색이라 전혀 옥수수 발효음료 같지가 않다. 안데스 지역의 보라색 옥수수로 만들어서 이런 색이라고 한다. 보라색 옥수수라니. 역시 세상은 넓고 작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약한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어 술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한 것 같다.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나서 정말 그냥 주스 같았다.

페루의 살리네라스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도 옥수수 맥주 (Corn-beer)라고 팔고 있는 음료가 있었는데 아마 이것도 일종의 치차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막걸리는 시큼털털하고 탄산감이 있지만 식혜는 달달한 음료 맛이듯 치차는 술이라기보다 달달하고 맛있는 음료에 가까웠다.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만 손이 가는, 안데스 옥수수 과자

안데스 산맥에 걸쳐있는 나라 여행 중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옥수수 과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왠지 위생상의 이유로 쉽게 도전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살리네라스에서 시식하게 된 옥수수 군것질! 이거 완전 신세계다.

이 과자 진짜 맛있다.
아구아 깔리엔떼에서 결국 사고 말았다.

여러 종류의 옥수수들이 튀겨져 있는데 지금껏 지나 보낸 옥수수 과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맛있었다.

위의 옥수수 과자를 먹어보기전의 나는 왜 촌스럽게 팝콘을 샀을까.


Feliz ano nuevo in PERU

새해의 첫 저녁식사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세비체에 와인과 함께

1월 1일, 첫 알코올(!)이 꾸스께냐였다면 1월 1일 첫 저녁식사는 페루의 리마 플로레스의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

전날에도 가고 싶었지만 예약이 꽉 차 가지 못했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것을 축하하고, 새로운 한해도 안전하고 무사히 여행할 수 있도록 건배하는 자리였달까.

페루에 오면 매일 먹을 줄 알았던 세비체와 로모 살타도, 그리고 페루 와인까지.

정말 근사한 한 끼였다.

와인 리스트를 따로 가지고 있던 레스토랑이었기에, 추천받아 고르게 된 페루 와인.


안데스 지역 하면 보통 감자나 옥수수만 떠올라서였을까. 페루가 포도 농사가 잘되는 편이라는 것은 사실 피스코 때문에 알게 되었다.

포도로 만드는 증류주가 있을 정도이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에서 와인이 당연히 생산되지 않겠는가. 페루의 와인들은 건조하고 뜨거운 이까 지역에서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이까의 쇼핑몰에서 추천받아 고르게 된 페루 와인. 굉장히 달았다.
이까의 마트. 페루 와인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페루에서 뭘 먹었다고?

페루에서 마신 이야기만 하느라고 먹은 이야기를 빼먹을 뻔했다. 특색 있는 먹을거리가 많은 페루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없던 남미 배낭여행에서 가장 내 입이 기대하던 나라였다.

뻬루-PERU를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은 세비체(Ceviche)였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그 나라, 도시의 특산물과 주류를 찾는 나에게 페루의 대표 음식은 세비체로 각인되어 있었다.

몇 년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비체를 처음 접한 후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 그 당시 서울에 딱 하나 있던 홍대의 페루... 안데스 음식 전문점에 한달음에 달려가 세비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세비체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워서 몇 년 후 꽃보다 청춘에서 페루를 방문한 청춘들이 먹는 세비체도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페루에서 먹은 세비체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은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맛이었다.

세비체


그리고 안티쿠초. (Anticucho) 소심장 구이라고 알고 갔는데 다시 찾아보니 염통도 안티쿠초라고 하기도 하고.. 소고기 꼬치구이를 통틀어서 안티쿠초라고 하는 것 같다.

안티쿠초

축제 등이 있으면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다. 궁금함에 한 꼬치 사서 눈 질끈 감고 먹어봤는데, 어쩐지 우리나라 일본식 꼬치구이 전문점에서 닭의 온갖 부위로 구이해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육질이 질긴 느낌이랄까.

축제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꼬치구이

그리고 기니피그 요리인 꾸이 (Cuy)

가기 전부터 다큐멘터리 등에서 쉽게 접했던 기니피그 요리, 꾸이. 귀엽게 생긴 얼굴 때문인지 쥐라는 인식 때문인지 비싸서인지 시도해보진 못했다.

가운데 팔 벌리고 대 자로 누워있는 것이 바로 꾸이

데이투어를 함께 했던 페루인 가이드에게 꾸이에 대해 물었더니 가끔 먹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맛있는 닭고기 맛이라고 한다.

다시 간다면 먹을 수 있을까? 아마 못 먹을 것 같다.




우연히 만난 전통 음식(!) 축제


노오란 잉카콜라 (Inca kola)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콜라와 다르게 노란 콜라를 페루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아니 검은색 콜라보다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흡사 따라놓으면 탄산이 있어 거품 없는 맥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페루에서 생산되는 콜라라고 한다.

작고 예쁜 병

우리에게 맥콜이 있다면 페루에는 잉카콜라가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보다는 조금 더 단맛이 많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탄산감과 청량감이 빠지지 않는 데다 병도 너무 귀여워서 배낭여행만 아니었다면 빈 유리병을 가방에 넣고 오고 싶은 정도였다.

물론 페트로 된 큰 병도 있다.

페루를 여행한 많은 여행자들은 꾸스께냐만큼이나 잉카콜라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남미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매운맛이지만 매운(삐깐떼!) 음식을 즐겨먹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다. 게다가 전세계 여행자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전세계인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으르 쉽게 먹을 수 있었다.

이 많은 음식 들 중 가장 내 입에 안맞았던 것은 다름아닌 케익. 예쁜 모습과 다르게 달기만 해서 한입 먹고 못먹겠더라.
역시 맛있었던 것은 로모 살타도.
무슨 메뉴를 먹어야할지 모를땐 로모 살타도가 가장 안전하다


꾸스께냐만 마신건 아니었다

페루의 다른 맥주를 어떻게 안먹고 지나갈 수 있으리. 다른걸 아무리 먹어도 꾸스께냐가 내 입에 맛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맥주들도 잠깐 소개해보겠다.

페루의 필스너. 꾸스께냐 만큼의 맛은 아니었지만 레스토랑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페루에서 만난 브라질 맥주 Brahma. 내 입에는 페루 맥주가 낫더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음식을 먹어봤는데, 역시 제일 맛있었던 것은 쿠스코의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문어 카르파쵸와 오징어 먹물 파스타가 아니었나 싶다.

정말 맛있었던 문어 카르파쵸와 오징어 먹물 파스타

쿠스코 시내에 있는 론리플래닛 추천 맛집이다.

고산병으로 힘겨워하던 나에게 론리플래닛의 맛집이라는 그곳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배낭여행자에겐 어쩌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고산병에 속이 울렁거리던 나는 접시를 싹 비울 정도로 깨끗이 싹싹 닦아 먹었다.

사실 뜨거운 햇살에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땡겨 쿠스코, 리마 등 페루에서는 스타벅스를 세번이나 갔다.


그 많은 음식들을 두고 가장 맛있게 먹은 게 이태리 레스토랑이었다니. 그 당시에도 정말 잘 먹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지나고 나서도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으로 생각나는 걸 두고 어찌 다른 음식이 맛있었다고 할 수 있으리.


여행의 추억은 다양한 형태로 내 몸에 기억되어 있다.

한국에 돌아오고, 어쩌면 페루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는 피스코 사워를 한남동의 어떤 Bar에서 먹게 되었다.

한남동에서 마신 피스코 사워

그 술 한잔에 순식간에 매일 피스코 사워를 먹던 페루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진도, 동영상도 아닌 내 혀가 기억하고 있던 페루의 추억들.


어쩐지 오늘 밤은 꾸스께냐 한 병 마시고 잠들고 싶다.

함께 있던 친구가 모으던 병음료의 병뚜껑. 위의 두개가 꾸스께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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