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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정 Mar 22. 2023

인생사 새옹지마 (人間事 塞翁之馬)

전한길 가라사대 첫 번째 강의

- 강의 내용 발췌 - 


인생지사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 
직역하면 변방 늙은이의 말.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 단정하기가 어려우니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아라.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뜻과 그 유래의 대해 아시나요? 옛날 중국 시골에 살고 있던 한 노인이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집에서 키우던 말 한 마리가 사라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안 됐다며 안타까워했죠. 그런데 얼마 후 도망갔던 말은 다른 말들과 함께 다시 노인의 집에 나타납니다. "저게 무슨 횡재냐. 말 한필에 얼만데!!"라며 사람들은 부러워했죠. 그런데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은 말을 타고 놀다가 떨어져 다리에 큰 장애를 입게 됩니다. 아들은 평생 다리를 못쓰는 불구가 되었습니다. 굴러들어 온 복이 자신의 아들을 장애자로 만들었죠. 그리고 또 얼마 뒤 나라에 큰 전쟁이 일어납니다. 마을의 신체건강한 모든 남성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갔지만 장애를 가진 아들은 차출되지 않아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제 막 25살이 된 1월. 새옹지마의 대해 알게 된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의 상황을 어떻게 알고 선생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걸까 놀라기도 했던.. 제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강의였어요. 그 강의를 들으며 독서실에서 펑펑 울었던 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해는 어머니가 쓰러지신 날입니다. 제가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간염을 앓던 어머니가 두 번째로 쓰러지신 날이었어요. 당시 강의를 들으며 새옹지마의 깊은 뜻이 내 인생에도 적용되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모릅니다. '이런 힘든 상황이 오히려 내 동기부여가 될 거야. 엄마가 아프신데 내가 어떻게 딴생각을 하겠어. 공부하자!' 라며.. 


그렇지만 불행히도 제 기도는 빗나갔습니다. 25살이 되고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시게 되었고, 엄마의 입원과 동시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4년 이상 만나던 남자친구는 학교 후배와 바람이 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피부병이 다리에 생기기 시작했어요.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요.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녔는데 이 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병명은 '면역저하로 인한 스트레스성 알레르기'. 원인도 알 수 없고 완벽한 치료도 되지 않는 그런 이상한 피부병을 저는 2년을 앓았습니다.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어요. 제 다리에 화상을 입은 듯한 붉은 반점이 가득해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봤거든요.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지만 그때 입은 자국과 상처는 아직도 제 다리에 남아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저는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졌던 것 같습니다. 바보같이 약을 먹으면 너무 졸리니깐 수면성분이 있는 약은 골라서 먹지 않고, 어떻게든 하루 공부량을 채운 뒤에 쉬어야지라는 압박으로 미련하게 병을 키웠던 것 같아요.  


2017년. 그 해는 저에게 악몽이었습니다. 아직도 살 날이 더 많이 남았지만,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를 고르라면 그 해였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항상 당당하고 긍정적이었던 제가 회의적으로 변하고, 제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첫인상이 우울해 보이고 아파 보이는 사람이 있잖아요? 한창 이쁜 나이였던 25살의 제가 딱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3월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했고, 시험에 합격해서 열심히 일하다가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지나고 나니 그 말의 의미가 진정 보이더라고요. 


바람피운 전 남친 덕분에 이런 훌륭한(?ㅋㅋ)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덕에 미국이란 곳에서 해외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또 결과적으로 공무원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공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도 많이 호전되셨고요.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어디선가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를 보면 저는 2017년 그날 선생님의 강의가 자동으로 생각납니다.


지금 저는 많이 행복합니다. 단순히 현재 미국에 살아서, 일을 안 해서, 가정을 꾸려서가 아니에요. 그날을 기점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제 태도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후에 좋은 일이 생겨도 나쁜 일이 생겨도 너무 크게 기뻐하지도, 너무 크게 슬퍼하지도 않으려 노력합니다. (잘 안될 때도 있지만 ㅎㅎ) 지금 나에게 좋은 일이 훗날 어떤 슬픔이 될지 모르고, 지금 악몽 같던 일이 훗날 나에게 어떤 행운으로 올 지 모른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난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며 오늘에 충실하자. 그리고 겸손하자. 이게 제 삶의 모토가 되었거든요. 


이렇게 마음을 먹은 뒤, 제가 어떻게 달라졌냐고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오늘 하루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건강히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도 저는 항상 감사해요. 누구에게는 한없이 지루하고 반복된 루틴일 수 있지만 저는 아무 일 없이 평범한 하루를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거든요.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길 옆에 핀 장미꽃에 눈길을 한 번 더 주게 되었고, 하늘이 맑은 날이면 구름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었고, 지하철에 타면 오늘 함께 탄 사람들은 무얼 하나 사람 구경을 하며 간 적도 있었고, 항상 빠르게 지름길로 가려고 했던 제가 일부로 빙 둘러 새로운 길을 탐험하게 되었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근거 없는 희망이 제 가슴속에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감사일기를 쓰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지금은 그렇게 바라던 공무원이 되었지만 10년 뒤, 20년 뒤 이 직업을 선택한 제 자신을 미워하게 될지 누가 알까요? 누구나 부러워하는 미국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강도와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악몽에 시달릴 줄 누가 알았을까요?  ('휴직 후 떠난 미국로드트립' 참고)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필요 없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 있고 그 길을 걸어갈 때 각자의 속도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저는 누구보다 빨리 합격해서 일찍 공직에 진출해 그 안에서 승승장구해야지!라는 욕심만 가득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에도 분명히 감사한 일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도착하는 결승점은 같았고, 누가 빨리 도착하던 누가 늦게 도착하던 큰 변화는 없었을 텐데 말이죠. 


오랜만에 선생님의 인생사 새옹지마 편을 들으며 25살의 저의 모습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고단한 날들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다면, 제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전한길 선생님의 첫 번째 강의 '인생사 새옹지마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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