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by Heana

나는 이제 혼기가 꽉찬 나이의 여자이다

내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지금 남자친구와의 결혼은 힘든상황이다

나는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사랑을 부르짖던 나도 결혼앞에선 어쩔 수 없구나..

나도 그냥 속된 인간일 뿐이구나.....

아무렇다할 문제도 없었던

그렇다고 서로의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다.




"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갑자기 왜? 왜그러는건데?"

"결혼은 하고 싶고 오빠랑 결혼은 힘들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현실적인 이유지 뭐..."

"내가 더 잘할께. 그러지 마. 응?"

"미안해. 내 마음은 결정됐어."

"안된다. 안된다고.. 안된다!! 안된다....."




울부짖는 그를 뒤로 하고 차갑게 돌아선다

내 가슴도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냉정해져야 한다고 잘한 결정이라고

입술을 깨문다

더 차갑게 더 냉정해야 해야

나도 그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별한 그 날 저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다

잘한 결정이라고 잘한 결정이라고

애써 나를 위로했다

다음날, 이별앞에 그렇게 울부짖던 그에게서는

의외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가 냉정하게 한 탓일터...

잘한 일이라고 그래야 나도 미련을 버릴 수 있다고

또 내 자신을 위로했다

그 사람이 없는 시간도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간다

어떻게 하루가 지났는지도 모르게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간다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아파트 현관문 앞에 누군가가 서있다

'설마... 아닐꺼야..' 내 눈을 의심했지만

남자친구였다.

내 눈빛은 파르르 흔들렸다 내 마음도 파르르 흔들렸다

하지만 굳게 먹은 마음 여기서 흔들릴 수는 없었다

나는 눈 조차 마주치지 않고 현관문안으로 들어섰다

그 사람은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온거야?'

팔목한번 붙잡지 않은게 미웠다.....

다음날 또 다음날 또 다음날에도

그는 현관문 앞에서 서있었다.

역시 아무말도 걸지 않았다 그저 서 있을 뿐

저러다 언젠가는 자기도 지쳐서 오지 않을꺼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나도 모르게 일이 끝나면 바삐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난 직장에서 갑작스레 회식이 잡혀버렸다

순간 현관문 앞에 서있을 그가 생각났다

나는 잠시 볼일이 있어 갔다오겠다고

장소를 알려주면 그리고 가기로 하겠다고 한 후 집으로 왔다

역시 그는 현관앞에서 서있었다. 그날도 아무말도 걸지 않았다.

집에 한 5분정도 머물렀다가 회식을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다시 현관문을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언젠가는 니가 다시 나올꺼라고 생각했어"

"???"

그가 현관문에 그대로 서있었다.

"내가 항상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니가
다시 내려올꺼라고 생각했어. 사실 첫날은 새벽한시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매일 매일 12시까지 너가 혹시 나올까봐 기다렸어.

오늘 드디어 다시 내려와주었네."

나는 사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가 기다리고 있을꺼라고

당연히 나를 보고 나면 바로 돌아갔을 꺼라고 생각했다

단 한번도.. 단 한번도... 기다리고 있을꺼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왜.. 왜 바보같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난 단 한번도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다!!!

"뭔가 대단히 착각한것 같은데 오늘 내가 약속이 있어서

다시 나온거야. 나 오빠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몰랐고

신경쓴 적도 없어. 그럼 난 갈께."

여기서 흔들린 순 없었다

난 옳은 결정을 한거니까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또 냉정하게 뒤돌아 섰다

뒤돌아 보지 않았다. 아니 뒤돌아 볼 수 없었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잘하고 있는 거라고 잘한 거라고...

난 회식을 갈 수 없었다 사정이 있어 가지 못한다고 전화한 후

그 이후로 한없이 차에 홀로 앉아 울고.. 울고.. 또 울었다




다음 날, 또 시간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

그리고 마칠 시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어느때보다 무거웠다

'오늘도 그가 기다릴까?'

어제 그렇게 냉정하게 행동하고도

한편으로는 그를 기다리는 이기적인 나였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현관문으로 한걸음씩 옮겼다

아무도 없었다

그가 항상 서있던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눈 앞이 흐려졌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 자리에서 난 움직이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어제 그냥 그때

왜 바보같이 기다렸냐고 난 기다린다고 생각도 못했었다고

왜 바보같이 그랬냐고 화라도 낼껄

후회가 가슴에서 밀려왔다

이렇게 후회할 줄 알았으면 그 앞에서 그냥 울어버릴 껄

가슴이 소리쳐서 울었다

눈물이 너무 흘러 흐릿해진 시야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무 울어서 순간 눈이 멀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헉... 헉... 오늘 회사가 좀 늦게 마쳐서.. 헉.. 니가 걱정할까봐

최대한 빨리 뛰어왔는데.. 다행히 아직 안들어갔네."

목이 메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바...바보야.. 바보야!!!!"

내가 그토록 냉정하게 했는데 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비겁했던 나였는데 왜.. 왜... 왜왜왜!!!

속으로는 수많은 말을 내 뱉았지만

나는 그저 그의 품에 앉겨 그의 가슴을 치고 또 쳤다

소리내어 우는 나를 그는 소리 없이 그저 꼭 안아주었다.




"엄마. 나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다시 만나"

나는 이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만큼 날 사랑해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나는 이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 그 사람하고 결혼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