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18)

'영혼의 만남'이 이루어 지는 곳

by Heana

착륙한 비행기 창문 밖으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주 추운 곳'이 라더니 눈만 봐도 실감이 났다.

'내리면 춥겠는데?'

걱정도 되면서 천국에서 처음 느껴볼 추의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게이트를 빠져 조금 걸어나가자 쇼핑할 수 있는 상점들이 복도 양쪽으로 쫙 펼쳐져있었다. 상점들이 시작되기 전 양쪽 벽에 자판기가 각각 두대씩 놓여있었다.

"나가시면 추우실 꺼에요. 외투 하나 골라보세요."

도우미가 자판기 앞에 서더니 말했다. 자판기는 외투 자판기였던 것이다. 자판기 앞면은 큰 디스플레이 화면이 있었는데 내 몸 전체보다 조금 더 큰 화면 이였다. 아무래도 외투를 파는 자판기다 보니 외투를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 화면이 큰게 아닐까 생각했다. 도우미가 화면을 누르자 외투 길이별로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왔다. '반코트' '중간코트' '긴코트' 도우미가 외투 고르는 방법을 보라고 하면서 '긴코드'를 눌렀다. 그러자 화면 가득 긴코트가 나왔는데 도우미가 입고 있는 것처럼 화면이 나왔다. 도우미가 몸을 좌우로 움직이고 돌더니 옷 뒷태도 보고 하니 화면도 도우미의 움직임과 똑같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화면을 넘기니 여러 스타일의 코트가 있었고 역시 그 코트를 입고 있는 화면이 나왔다. 도우미는 적당한 것을 찾았는지 '구입'버튼을 눌렀다. 그랬더니 자판기가 윙~소리를 내며 옆구리(?)에서 뭔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우미가 고른 외투가 옷걸이에 반듯히 걸린채 나오는 것이였다. 도우미는 외투를 꺼내더니 '고르세요'하는 몸짓을 취했다.

이전에 쇼핑센터에서 옷을 사면 디스플레이에서 옷을 입은 화면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은 있었긴 했지만 직접 본 건 처음이여서 역시 천국 기술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얼마나 추울지도 모르고 도우미가 긴코트를 선택했기에 따라서 긴코트중 적당한 것으로 골라서 받아 들었다. 아직은 실내여서 추운 것은 못 느꼈으므로 코트는 팔에 감아 들었다. 옷이 꽤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아주 가벼웠다.

"옷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가벼워요~그리고 팔에만 걸쳐봤지만 굉장히 따뜻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팔이 뜨끈 해져요~"

"아~ 온열 기능이 벌써 켜져 있었나 보네요. 지금은 필요없으니 꺼드릴께요. 그리고 잠시만요~"

하고 옷에 뭔가를 누르는 것 같더니 옷이 확 줄어들면서 아주 작은 주머니에 쏙 들어가서 손에 들기 좋은 크기로 변했다.

'그..그래 천국에는 크기를 변하게 하는 기술이 있으니 옷 정도야... 가구 크기도 줄이는데..'

놀랐지만 이제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중 이였다.

"참 그리고 아까 옷에 뭐가 들어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천국 옷 특히 이렇게 두꺼운 외투에는 동물 털 같은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이승에서는 동물의 깃털이나 솜털로 옷 충전재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동물들이 '희생'되는 부분이라서요. 대신 천국에는 이승보다 뛰어난 기술이 있어 동물의 털을 넣은 것보다 따뜻하면서도 가볍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답니다."

"아~~ 그렇군요~"

천국에 동물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언젠가는 그 곳에 가볼 기회가 있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곳에서는 동물들이 전혀 다른 대접(?)을 받겠구나 막연히 생각해보는 나였다. 쇼핑에는 크게 생각이 없어 지나쳤지만 '향수' '가방' '지갑' '화장품' '식품'등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제 나가시기 전에 옷 입으실까요?"

도우미는 다시 주머니처럼 된 옷을 건드려 원래 크기로 만들어주었다. 옷을 걸치자 정말 가볍고도 따뜻했다. 공항을 빠져 나가자 눈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얼굴과 머리는 마치 얼 것만 같이 차가운 날씨였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실까요?"

승차장처럼 보이는 곳에 도우미와 나는 잠시 섰다. 몸은 충분히 따뜻했으므로 얼굴과 머리가 차가운 것도 견딜만 했다.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곧 있으니 캡슐같이 생긴 것이 왔는데 빌당 숲 사이를 지나다니던 바로 그 것이였다. 도착해서 탑승하며 그것이 "캡슐버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캡슐버스는 바퀴가 없었다. 아주 낮지만 뜬채로 이동했으므로 '난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빌딩 숲에서 캡슐버스를 봤을 때는 선로 위로 다니는 것을 봤었는데 캡슐 버스가 공항을 벗어나자 아주 좁은 선로를 따라 움직였다. 캡슐버스는 투명해서 안에서도 눈 내리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캡슐버스 선로가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듯 달렸는데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가는 듯 했다. 물론 롤러코스터 만큼 경사가 가파른건 아니였지만 타고 있는 느낌은 그랬다. 캡슐버스가 어느 정도 경사진 선로를 내려가니 까맣게만 보이던 아래의 풍경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이 곳은 춥기도 했지만 마치 밤처럼 어둡기도 했다.)하얗게 김이 모락모락 물 위에서 피어있고 워낙 뭉게 뭉게 피어있어 자세히는 안보였지만 사람들이 물 속에 있는 듯했다. 캡슐버스는 경사로를 다 내려왔는지 평평히 달리기 시작했고 그때는 양 옆으로 온천이 쫙~ 펼쳐져있었다. 역시 김이 서려있긴 했지만 훨씬 더 잘 보였다. 머리에 하얗게 눈썹에도 하얗게 눈이 서려있는 듯 했고 때론 모자를 쓴 사람도 있는 듯 했다. 온천 위에 뭔가 쟁반같은게 떠 있었는데 쟁반안에 찻잔에 김이 모락모락 피었으므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같았다. 어떤 이들은 와인잔 같은 잔에 뭔가를 마시고 있기도 했다. 얼른 온천에 들어가고 싶은 설레임이 마음속에 가득찼다.

열차는 금방 온천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신발장이 있었다. 비어있는 적당한 위치에 아무 손가락을 대고 인식시키니 신발장이 열렸다.

"신발장이랑 옷장은 이렇게 지문인식해서 사용하시면 되요"

'천국 온천에서 신발도 벗고 옷도 갈아입고 하는구나'

역시 과학이 발전된데에 비해서 절차(?)들은 다 밟아야한다는 느낌이였다. 이래야 온천 하는 맛이 더 살겠지? 란 생각을 하며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었다. 그리고 탈의실에 들어가 신발을 넣었던 번호와 같은 옷장을 찾아 역시 지문인식을 했다.

"옷은 다 벗으시면 됩니다."

"네~"

도우미를 따라 옷을 벗었다. 분명 옷을 다 벗어 맨몸(?)일텐데도 뭐랄까 옷을 벗고 있다는 인식이 없다고 해야하나? 천국에서는 필요해 의해 몸을 인식한다고 했는데 뭐 그런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다 벗고 있어도 서로의 몸이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했다. 정확히 '벗고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혀 부끄럽다라던지 하는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천국의 감정은 분명 뭔가 다르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옷을 다 벗은 우리는 온천으로 나가는 입구쪽으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가니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자리와 온천을 바라보며 누울 수 있는 침대 들이 있었고 그 곳을 지나 온천이 있었다. 도우미는 온천이 신발과 옷을 벗은 공간 양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져있어 마음 껏 다니시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 뒤 다 즐기시고 나면 이 곳에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온천 마다 물 색깔이 각각 달랐다. 온천 사이 사이는 돌 담장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돌담장 위에는 아련한 조명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위해 여기가 어두운가 보구만'

이런 생각을하며 가장 가까운 온천물에 발을 담궜다. 그도 그럴 것이 다 벗고 있긴하는지 추워지기 시작하기도 했다.

'와~~~ 좋다~~~~'

마음 속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차가워진 몸이 물 속에 들어가자 녹아래리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너무 뜨겁지도 않은 아주 좋은 온도. 이 맛에 추운곳에 온천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색깔별로 탕(?)에 다 들어가봐야겠다 생각으로 여기도 들어가보고 저기도 들어가보고 헤엄도 치고 잠수도 하고 마음 껏 즐겼다.

따뜻한 물에 있다보니 왠지 목이 좀 마른 듯 했다.(천국은 물 마실 필요도 없고 그래서 목 마른거 느낀적도 없음)사람들이 왜 뭘 마시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 주문하지?'

하고 두리번 거리다 보니 온천탕 사이 사이 뭔가를 팔고 있고 거기서도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있었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가는 중에 누군가와 정면으로 딱 마주쳤다. 그런데

"어??"

"어???"

둘이서 동시에 보는 순간 화들짝 하고 놀라며 바라보았다. 온천에 많은 사람이 있고 스쳐지나갔지만 그 누구를 의식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얼굴을 봐도 알아보지 않으니 별 관심있게 보지도 않았다. 물 속은 어둡기도 하고 특유의 물 색 때문에 몸이 보이지 않았다(어짜피 벗어도 내 몸조차 알아보지도 못하지만)아무튼 그런 상황이였는데 이 사람은 전혀 달랐다. 이목구비가 정확하게 보였고(천국에서는 안면인식장애처럼 사람얼굴을 보는 느낌인데)몸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벗었다는 것도 알수 있었는데 물 위의 상반신(어깨까지였지만) 또렷이 몸의 생김새가 보였다. 아니 도대체 이 사람만 왜? 하는 당혹스러움 그런데 상대도 똑같이 느낀 것인지 서로 놀란 것이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막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느낌인지 당황스러웠고 얼굴까지 붉어지는 듯 했다.

"너...너"

"어...어..."

상대는 왜인지 나를 알아보는 듯 했는데 물론 천국에선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그럼 무슨 마음이 남아있어 알아보나?? 그렇다기엔 '영혼의 만남'때 같은 반갑고 보고 싶고 그립고 무튼 그런 감정은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그냥 낯설지 않다라는 그 느낌 정도? 누군가가 천국에서 인식하는 얼굴이 살아생전 익숙한 이의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애기를 들어서 그 때문인가 싶기도 했지만 아니다 분명 그 느낌이랑 전혀 다르다!!

"흠흠...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 생각하지도 못했어."

"어어.. 그래 나도 그러네."

뭔가 어색한 듯 하면서도 조금은 반가운 듯 하면서도 여러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는데 이 사람을 보자 말자 '내가 벗고'있다는 느낌이 강렬히 들었으므로(상대의 벗은 몸이 인식되기도했고)몸 속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열기가 가장 신경이 쓰였으므로 다른 감정들에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근데 그게 뭔가 부끄러워서 몸에 열이 나는 느낌은 아니였는데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였다.

'저기요. 아무나 제가 왜 이러는지 제발 설명 좀 해주세요.'

"너 천국에 온지 얼마 안됐구나. 그렇지? 혹시 아직 '천국 순방'중이야?"

"어어.. 맞아."

"아 그래. 그 중에 날 만나서 정말 당황스럽겠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고."

"좀... 좀 그렇긴해."

"우선 내가 좀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줄래~?"

"어어~그래."

그 사람은 내 뒷편으로 잠시 사라지더니 내가 가려고 했던 공간으로 간편한 옷을 입은채 나타났고 손에 가운 같은걸 들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오라는 손 짓을 했다. 가까이 가도 물 속은 다행히(?)보이지는 않았기에 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거 물속에서 입워도 돼. 물에 안 젖으니까. 걱정말고 입고 나와."

"어어~ 그래 고마워."

그 사람이 준 가운을 물 속에서 걸쳐입고 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작은 티 테이블에 마주 앉은 우리는 잠시의 침묵했다.

"아.. 참 뭐 마실래?"

그 사람은 테이블에 버튼을 눌러 화면을 띄우더니 음료를 고르라고 했다. 나는 칵테일중 하나를 골랐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코올이 필요한 느낌이였다. 물론 천국은 술에 취하진 않지마 무튼 강하지 않은 알콜이 필요했다. 그는 과일쥬스 하나를 골랐다.

음료는 금방 나왔고 우리는 음료를 마시는 동안 또 잠시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서로 뭔가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몸 속의 열기는 차츰 내려갔다. 물론 차가운 칵테일도 한 몫 한 것 같기도 했다.

"음.. 어디서 부터 설명할지 생각하느라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

"어~ 아니 괜찮아. 덕분에 나도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좀 가라 앉는 것 같네."

"음..혹시 천국에서 특별한 '영혼의 만남'이 있단 거 들어봤어?"

"어어~ 안그래도 이 앞에 '영혼의 만남'을 경험하긴 했어. 아~ 참 뭔가 특별한 '영혼의 만남'도 있다고 했었는데.."

"아~ 다행히 그 말은 들었구나. 지금 우리의 만남이 그 '특별한 만남'이라 생각하면 돼."

"그래.. 그 말을 듣고 보니 다른 사람? 영혼?? 아무튼 그 어떤 만남하고 확실히 다르다는건 분명히 느낀 것 같아. 그런서 일까? 보이는 모습 마져도 다른 이들이랑 너무 다르네."

나는 갑자기 또 물 속에서 보았던 상반신 생각이 나서 헛 기침을 음음~몇 번 내 뱉았다.

"아~ 그렇지? 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아! 혹시 말야 사람의 본능 세가지가 있는데 혹시...알고 있지?"

"응??? 알지.. 그런데 갑자기 본능은 왜??"

"천국에 와서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었고 그러니까 식욕이겠지 또 잠을 잘 수도 있었지 잠잔다는게 이승과 '잠을 잔다'는 개념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그건 수면욕이겠지? 그렇다면 남은 욕구가 뭔지 알겠지?"

"그...그거야..."

내가 좀 뜸을 들이자.

"성욕(性慾)이겠지?"

"그렇지. 그런데 천국에서도 성욕(性慾)을 느끼나?"

"그럼 인간의 본능인데. 천국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욕구고 사람에게 주어준 것 중 '가장 귀한 선물'이라 여겨지는 걸"

나는 순간 놀라서 칵테일을 뿜을 뻔했다. 정답이(?) 성욕(性慾)인건 눈치채고 있긴했지만 천국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게다가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여겨진다니??

순간 나도 모르게 놀라긴 했지만 왜 약간은 부정적인 생각이 든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겐 기억이 없으니까... 그래서 인지 그 순간 뿐 그 사람의 이야기를 어느 덧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들을 수 있었다.

"그래.. 많이 놀랍다. 천국에서는 '해의 감정'만 느낀다고 해서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내가 왜 순간 부정적으로 느낀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천국에서는 성욕(性慾)을 어떻게 느끼는 거야?"

순간 '채우는 거야?'라고 묻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그 질문까진는 목에서 살짝 걸려서 나가지 않았다.

"천국에 식욕과 수면욕이 좀 다르다는건 이미 알꺼야. 우리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먹을 수 있고 맛도 느끼고 식감도 느끼고 향도 느끼지, 잠 자는 것도 이승과는 다르다는 건 이미 얘기했고 성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선 천국은 '성욕(性慾)의 법도'가 이승하고는 전혀 달라."

"법도??"

"응~ 오로지 한 사람? 한 영혼에게만 성욕(性慾)을 느끼거든 그 외의 어떤 사람에게도 황에도 느끼지 못하지. 그리고 그 사람하고만 성욕을 나눌수 있어. 우리 서로가 얼굴도 몸을 인식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

"아.. 그래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얼굴과 몸을 알아 볼 수 있었구나. 그..그럼 우리 서로가 그..그..... 뭐라고 해야하지?"

"'영혼의 짝'이라고도 얘기하는데 이승에서 이미 봤던 인연이기도 하고 천국에서 처음 만나게되는 인연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른데 아마도 난 널 이승에서 이미 알았던 것 같아."

"그~~그래. 뭔가 낯설지 않은 기분은 느꼈어~ 그런데 이승에서 뭔가 인연이 있었다면 '영혼의 만남'때처럼 뿌리깊게 남은 감정? 뭐 그런게 느껴져야 할텐데 난 그런건 전혀 안느껴졌거든?"

"아~ 그래 맞아.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이승에서는 차마 이루어지지 못했던 인연일지도 모르겠네. 나는 어느 정도 이승에서 깊은 마음이였는지 뭔가 내 마음 속에서 뜨거운게 느껴지긴 했어."

"아.. 그랬어?"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는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였다.

"그..그래 아무튼 우리가 '영혼의 짝'이란 거지?"

"아.. 참..내가 말이 좀 두서가 없어서 '성욕'이란 부분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얘기했네. 네가 말한 것 처럼 천국에서 '해의 감정'만 느낀다고 했잖아. '사랑'역시 '해의 감정'인데 사랑이 물론 이성간의 사랑 뿐 아닌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이 있지. 다른 '사랑'의 감정들은 '영혼의 만남'을 통해 충분히 느낄 기회가 많은데 '이성간의 사랑'의 감정은 좀 다르거든. 우선 '사랑'이란 감정은 유일하게 서로에 대해 '기억'해야지만 생길 수 있다는 감정의 특징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천국에서 어떻게 '이성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있는거야. 그 문제는 사람의 본능인 성욕을 해결하는 문제와 같이 대두 되었는데 이게 '영혼의 짝'이라는 존재로 모두 해결 될 수 있었지. '영혼의 짝'은 알아볼 수 있고 알아 볼 수 있기에 기억하는게 의미가 있고 또 그 뿐 아니라 서로를 느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럼... 우리는 '영혼의 짝'이고 천국에서 '이성으로써 사랑하는 대상'인거네?"

아까 느꼈던 그 뜨거움은 사랑이였을까 성욕이였을까 느닷없이 궁금해졌다. 그 생각을 하자 얼굴에 다시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고 얼른 진정시키고 다시 물었다.

"만약.. 이승에서 우리가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였다면 분명 감정의 뿌리가 남아 그 감정으로 서로를 알아 봤을꺼야. 하지만 네 말처럼 이승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한 인연이였는지도 모르겠다.(그런 감정은 안 느껴지니까)"

이제야 당황스럽던 모든 마음이 조금은 정리 된 듯 제대로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볼 수 있었다.(뭔가 모르게 진정이 안되서 테이블만 쳐다 보고 있었음)그 사람의 눈동자는 아주 까맣고 깊었으며 안에서 별 들이 반짜이는 듯 빛이 났다. 어린아이와 같이 맑은 눈동자였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 작게 콩콩 거리며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이승에서 '사랑의 결실'즉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천국에서도 '영혼의 짝'인 이들도 있는데 그들은 또 전혀 다른 감정들을 느낀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이승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진정한 짝'과 부부의 인연으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데 뭐 그게 아니더라도 결혼해보기전에 천국을 오게 된 이들도 많고 말이야. 그래서 천국에서는 진정하고도 유일한 '영혼의 짝'을 만날 수 있게 돼. 이게 또 가능한 이유는 천국에 오기전 이승에서 지었던 우리의 모든 죄가 깨끗이 씻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

이승에서 지었던 죄와 '영혼의 짝'이 무슨 상관인지 아직 알기는 어려웠지만 천국에서 '내 사람'은 지금 이 앞에 앉아 있는 이사람이구나 하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마음 속에 가득 채워져가고 있었다.

"아직 천국 순방중일텐데 너무 오래 붙잡아 둔거 아닌가 모르겠다."

"어~~아니야. 온천욕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였어. 온천욕도 사실 마음껏 즐기기도 했고."

"나는 또 만나게 될꺼고 천국 순방이 끝나면 더 자주 나게 될꺼야. 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천천히 만나면서 하나씩 얘기해줄께. 지금은 이정도 얘기까지 해줘도 괜찮겠어?"

"어어~ 그래.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리고 사실 아직은 네 말이 잘 정리가 안되서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네. 도우미에게 물어봐야 할 얘기들도 있을 것 같고..."

"그래. 곧 또 보자. 보고 싶을 꺼야. 난 아무래도 너를 많이 기다렸나봐."

그 사람은 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테이블위에 올려진 내 손위에 살며시 손을 포개어 올렸다. 나는 다시 저 깊은 곳에서 불이 붙는 듯 했고 심장이 그 어느때보다 두근거렸다. 그러고보면 천국에서 그 어떤 사람의 감촉(?)을 느낄 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사람이 내 '영혼의 짝'이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을 잠시 포갠것 만으로 몸이 찌릿 거렸다. 그리고 보고 싶을꺼란 말에 나를 많이 기다렸단 말에 심장이 반응하며 살짝 눈물이 고이는 것 같기도 했다.

뭔가 많이 아쉬웠지만 우리는 잠시 손을 포갠채로 서로를 바라본 후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는 그 사람을 만난 후유증(?)이 매우 컸던 관계로 도우미와 다시 만나기로 한 자리로 가서 누울 수 있는 야외 침대같은 것에 눈을 감고 누웠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고...'

하며 머릿속을 까맣게 비웠다가 그 사람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려보다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일찍 나오셨네요. 온천은 잘 즐기셨어요? 음... 그런데 가운을 걸치고 계시네요?"

도우미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 안그래도 그게 여기서 '영혼의 짝'을 만난 것 같은데요."

"어머~세상에 정말요? 좀 놀라고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아직 '영혼의 짝'에 대해 얘기도 못 드렸는데~"

"안그래도 이 감정이 뭔지 제가 느끼는게 뭔지 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확실히 다르다는건 느낄 수가 있었죠."

"어머~ 영혼을 짝을 천국에서 이렇게 빨리 만나시는 경우는 잘 없어요. 좀 미리 말씀드렸으면 준비된 상태에서 더 좋은 만남 가지셨을텐데.. 죄송합니다. 흔한 상황이 아니여서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 분이 아마도 천국에서 꽤 오래 기다리셨었나 봅니다..."

"어~! 그 얘기 하던데요. 아무래도 절 오래 기다린 것 같다구요?"

"아? 정말요? 역시 그랬군요~ 특히나 '천국순방 중에 '영혼의 짝'을 만나는 일은 천국에서도 매우 귀한 일인데 그 기다렸던 마음이 길었기에 혹은 간절했기에 빨리 만나셔던 것 같습니다. 어우~ 한편으로 축하드릴 일이긴 하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셔서 당황스러운 마음이 크셨겠어요. 어떤 얘기를 나누신지는 모르지만 이동하시는 동안 생각 정리하실 수 있게 제가 도와드릴께요. 함께 움직이실까요?"

"네. 좋아요."

원래는 다시 비행기를 타려했지만 바로 내가 묵고 있는 숙소로 이동을 원했다. 그래서 처음 천국에서 눈을 뜬 곳이기도 하고 가장 오래 자주 있었던 공간이기에 '내 집'같아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공간이였기 때문이다. 도우미는 온천 입구 바로 앞으로 드론택시를 불렀고 우리는 드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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