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갑작스런 회식이 잡힌 날이 있었다
"오늘 늦을 것 같아요"라고 보내려는 순간
남편에게서 늦을 것 같다는 선톡이 도착했다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은 대략 7시 정도
내 퇴근이 4시 30분인걸 감안하면
저녁먹고 7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
혹시 늦어도 엄마에게 부탁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나도 회식임을 알리지 않고
그냥 "알겠다'하고 답했다
하지만 역시 회식이란게 끝나는 시간을 알 수 없었고
아이는 집에 오자말자 내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날은 엄마도 집에 없으셔서
아이는 언제 오냐고 5분 마다 내게 전화가 왔다
그 분위기에 더 앉아있을 사람은 없을 터..
"가셔야 하는 것 같은데 일어나시죠."
결국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 하고 집으로 달려와야 했다
남편은 "저녁 먹고 갑니다"한 마디만 남겨놓고
밤 12시가 넘어도 안들어 왔다
갑자기 화가 났다
사실 남편은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도 많았고
그런 날은 대부분은 늦었고
밥먹고 들어온다는 통보(?)만 남기면 끝이였는데
나는 회식이건 워크샵이건 가능한 날 허락(?)받아야하고
이렇게 둘 다 늦는 날은 아이에게 뛰어와야하는건 나라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도 억울했다
나도 사회생활하는 건 똑같은데..
나도 늦게까지 놀 줄 아는데.....
이건 남편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는
사실 둘 다 늦고 거기가 엄마까지 없는 상황까지는
미처 생각해놓지 못 한 탓도 있었다
아마 이건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가정을 보면
남편은 언제든 자유롭게(?)다니지만
아내는 한 번 나가려면 남편의 허락(?)이 있어야만 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내가 집에 있을 때야
나도 언제든 친구 만날 수 있고
내 개인시간이 충분해서
얼마든지 허용해줄 수 있었지만
직장을 다니니까 허용범위가 줄어들었다
'내가 왜 힘든걸까?'하고 내 내면을 바라보니
내 '개인시간'이 전혀 없다는게 힘들었던 것이다
남편에게는
"내가 집에 있을 때처럼 똑같이 하면 안되요"
정도의 가벼운 경고(?)정도만 던져주었다
남편은 여전히 자주 나가고 자주 늦었지만
그나마 눈치는 보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나가고 싶어도 만날 사람이 없다
엄마들은 하나 같이 아이들에게 붙잡혀 있으니까...
이사온 후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다
정말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결국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 만 4개월차 되니
이제 정신적으로 한계가 느껴지는 시기가 되었다
오래 앉아 있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목도 아프고 등등
몸이 너무 뻐근하고 힘들었기에
'운동'을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실 아직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운동할만큼 체력이 따라주지는 않지만
몸이 많이 아프기도 하고
건강하게 내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통해서 만족(?)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였다
집안일도 거의 대부분은 내 차지였다
내 퇴근 시간이 빠르건 '엄마'입장에서는 큰 장점이였지만
'맞벌이 아내'입장에서는 단점이 너무 너무 많았다
남편은 아침에 아이 챙겨 먹이고 등교시키는 것도 버거워해서
나머지 모든 일은 내 차지였다
평일은 그나마 좀 내가 희생해야지 마음을 먹기도 했는데
남편이 평생 안하던 공부를
어떤계기가 생겨서 직장인 야간반으로 편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동영상 강의보고 레포트 제출하고 공부하고 하는데
시간을 써야하는 부분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내가 취업한 시기를 잘 못 잡은거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편도 나도 다 아직 신입사원이고
남편은 지금의 직장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올해에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거기다 남편이 편입까지 하게 되면서
사실 서로 너무 여유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였다
갑자기 취업한게 후회가 밀려왔다
남편에게는
평일은 내가 배려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주말에는 나도 쉬고 싶다
아이가 주말이면 일찍 일어나는데
내가 같이 일찍 일어나겠다
대신 낮잠을 자야하면 내가 꼭 잘 수 있게 해줘라
집안을도 내가 하나 하면 당신이 하나하고 정도는 아니더라도
못해도 설거지정도라도 맡아서 해줘라
나는 주말이면 밀린 청소(주택이라 외부 청소도 해야함)
빨래부터 시작해서
날 까지 더운데 땀 흘려가며 세끼 밥에 간식까지 챙겨줘야하고
주말에는 나도 쉬고 싶은데 전혀 쉴 수가 없다고
오히려 주말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물론 남편이 모든걸 순수하게 다 받아들여준건 아니다
인정이 안되서 그렇다기 보다
자신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부담이였으리라..
남편은 한 번이라도 더 움직여야지 하고
내 '눈치'는 보는 것 같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직접 부탁해도 모른척 하고 하지 않았다
결국은 답답한 사람이 하게 되어 있다고
주로 살림을 담당하는 내 몫이 되는건 당연지사였다
이건 사실 우리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맞벌이 부부의 문제로 손꼽는 것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이
아내에게 압도적으로 더 많이 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어렸을 때의 부모님이 사셨던 모습이 크다
그때의 엄마들은 시부모님도 모시고 남편도 모시고
모든 집안일 육아 모두 엄마의 몫이였다
그래서 엄마들은 나처럼 살지말라며
딸들 집안일을 안시켰다
반면에 아들들은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며
무의식 중에 아내가 모든 일을 담당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남편의 생각의 갭 차이가 벌어지면서
서로 평균점을 맞춘다는게 어려워 지게되었다
아마 나는 지금부터 기싸움(?)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제대로 된 맞벌이가 처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신혼 기싸움(?)에서는 내가 졌는데
이번만큼은 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 이유는 어떤 면에서든지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면
'맞벌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들 것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나는 1년 계약직이라
계약완료되면 관두기 딱~ 좋다
내가 지속적인 직장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있다면
당연히 더 잘 협조해줘야하는게 바람직할 것 같은데
아마 남편도 본인이 마음먹고 생각한 만큼
자기 상황도 잘 안 따라주고
안하던거 하려니 부담스럽고 귀찮고 힘들고
남편 나름대로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사정이 있는 쪽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결혼 초기부터 맞벌이를 했던 부부들은
처음부터 같이 나눠서 했던 경험이 있어
그나마 조금은 낫긴하지만
그들도 꾸준한 전쟁(?)중 임을 봤을 때
나 역시 이제 전쟁의 서막(?)이 열린게 아닐지
이건 비단 맞벌이 때문에 일을 나눠야하는 문제는 아니다
서로가 힘든 순간일때 어떻게 맞춰가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금 더 힘이 있는 사람이
벌갈아 가면서 등을 밀어주면서 나아간다면이야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생각보다 평등하게(?)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아지지 않는다
나도 얼마나 잘 조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양보하고 배려하고 져주는게
능사는 아니라는걸 결혼 만 10년동안 알았으므로
이제 내 실속도 좀 찾아야지 하는 결심으로
각오를 단단히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