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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Jul 31. 2023

직장맘은 처음이라...1편

갑자기 학교에서 아이가 열이 난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나 신랑이나 당장 가볼 수가 없어

그나마 집에 계신 엄마에게 아이 하원을 부탁해야했다

다행히 신랑이 오후 반차를 내어 병원에 데려갔는데

퇴근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집에 있는 아픈 아이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직장엄마로써 가장 가슴 아픈일은

아마도 아이가 아플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아이는 열이 꽤 많이 났고 결국 입원을 해야했다.

나는 휴가 때 쓰려고 겨우 아껴놨던 연차를 다 땡겨써야했다.

나는 연차 쓰는건 자유로운 편인데 남은 연차가 없고

신랑은 연차는 많은데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

결국 연차를 써서 아픈 아이와 병원에 있어야 하는건 내 몫이 되었다.


수학여행을 1박 2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고서는 단체로 아이 혼자 가는 첫 외박이였다.

수학여행으로 돌아온 날 마중도 나가고 싶고

피곤했을 아이를 집에서 쉬게 하고 싶었다.

그걸 못해준다는 생각에 속상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회사에 2시간 '반반차'라는게 있는거였다.

퇴근이 4시 반이라 2시간 반반차만 써도 2시 반까지는 퇴근이 가능해서 3시에 도착하는 아이를 딱 맞게 데리러 갈 수 있었다.


우리집과 학교과 꽤 거리가 있어서 아이가 짐을 놔두러 집에 왔다 다 학원을 가기는 어려운 상황.

학원들도 다 학교 근처에 있기도 했고...

이럴 때는 학교에서 큰 길 건너 있는 집에 사는 것도 한스러워졌다.


생각해보면 모든 직장인 엄마를 가진 아이들은

다들 각자 알아서 학원을 가든 집을 가든 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아이도 어떤 상황이든 알아서 해야하는게 맞는데

과잉보호(?)였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준비가 되어 취업이 된게 아니라

정말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일을 하게 되어서

사실은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름 방학 동안은 집에서 길만 건너면 운동센터가 있어서

8~10시까지 운동을 등록해주었다.

수영수업이 있어 아이도 좋아했고

작년에도 여름방학특강을 들었던 곳이였다.

나름 다 챙긴다고 하고 먼저 출근했는데

아이도 1년 만에 가기도 하고 내가 전날 해준 이야기를 잊어버리기도 했고

1교시가 수영이라 바지는 수영복을 입고 가라고 미리 수영가방과 함께 꺼내줬는데

그만 깜박하고 수영복을 입고 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수영수업이였는데

수영복이 없으니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에 울었는지

운동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집에 있었으면 가는 것 까지 챙겨 보고

또 특히 첫 날은 같이 따라가줬을 텐데...

새로운 곳에 적응이 힘들고 예민한 아이라

항상 더 신경쓰는 편이였는데..

나름 챙긴다고 해도 집에 있는 만큼 해주기는 턱 없이 부족했는지

첫 수업에 당황까지 한 아이는 수업시간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지 않아 다시 한번 운동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사실 집에 남편이 월차를 쓰고 집에 있었다

엄마가 해외에 가 계시고

이번주는 학원들도 다  방학이라

아이가 혼자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했기에

월차를 써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혼자 준비해서 운동을 갔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나의 속상함은 당연 남편에 대한 화로 돌아갔고

남편은 자기가 뭘 잘 못 했냐고 도로 화를 내며

결국은 싸움이 되버렸다.


사실은 아이가 수영복을 안 챙겨갈 수도 있고

그런 것도 하나의 경험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남은 방학기간동안 절대 수영복은 안까먹겠지


당황하고 속상해서 울고 들어온 아이를 달래주긴 커녕

화내고는 다시 수영복만 쥐어주고 운동센터로 돌려보낸

남편 태도에 더 화가나고 속상했던 것이였다


아이에 관한 모든 상담전화가 내가 오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아빠가 아이에 대한걸 선생님께 직접 들어보면 내 마음을 알텐데...

항상 내 말을 전해 듣기만 하는 남편은 사실 크게 와 닿지 않아했다


직장을  가게 되며 가장 두려운건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로 대처가 안된다는 것일꺼다

특히 그게 아이의 일이라면 말이다.

그런 일은 내게도 일어날껄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아는 것과 겪는 것은 너무 천지차이였고

그럴때마다 직장엄마로써 내 마음의 준비가 아무것도 안되어 있다는것을 매번 느낀다


나의 빈자리를 아빠로처 채워주지 못하는 남편도 미워진다


남편 역시도 맞벌이가 처음이니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아는건 아는거고

속상한 건 속상한거다


오늘도 난 직장맘으로써 속상함의 눈물을 흘려야했다.


오늘 집에가면 당황하고 놀랬을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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