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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Aug 04. 2023

40대. 인생의 큰 한 분기를 끝내고 다시 시작할 때,

난 어렸을 때 부터 일기를 썼었다

무척 내성적이기도 하고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도 있는 나에게는

일기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어떤 비밀이든 말할 수 있는 친구


좀 가슴아픈 사연으로 일기를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는데

어른이 되어도 그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나 고민은 있었다


그래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누군가 '살기 위해서 글을 쓴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 왠지 모를 공감이 되었던 건

글을 쓴 다는건 나에게 '숨(breath)'이나 마찬가지 였 때문이다.


최근에 알 수 없는(어쩌면 알 것도 같은)

마음 속 무언가 묵직한 답답함이 계속 차올랐다


지금 내 나이쯤이 되면

인생에 있어 큰 분기가 끝나고

새로운 분기가 시작하게 된다.


50대 분들이 이제 막 40이 되던 나에게

40대는 뭐든 할 수 있는 나이고 남은 인생이 결정되는 때라는 말들을 많이 하셨다

50대가 되면 뭘 하고 싶어도 너무 늦어버린다고


나이가 들면 얼굴에 책임져야한다는 말이 있듯

50대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의 삶이 그려져있었고

그때가 되면 삶의 방향과 질이 어느정도 결정나게 된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들의 말에 동의하게 되는게

이쯤되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나처럼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결혼생활도 만 10년 정도가 되어

그 동안 축척한 재산들로 인해

사는 집이 바뀌거나 동네를 옮기는 일도 다.

그렇게 지난 10년간의 노하우로 앞으로를 계획하기도 한다


리고 이쯤이면 결혼생활 10년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이 쯤되니 결혼생활에 어떤 '과도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나 뿐 아니라 주변 결혼년차 비슷한 부부들을 봐도 그렇다.


인생에 있어 정말 해결하기 힘들고 답도 없는 문제가

바로 '관계'의 문제인 것 같다.

10년 정도 되면 흔히 말하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쌓일만한 시기...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던가...

결혼 생활이 만 10년 넘어가니 진짜 그 뜻을 알 것도 같다.


요즘 브런치에서 뜨는 글들을 보면

'돌싱으로 살아보는건 처음입니다.'

'한 무모 가정으로 아이 키우기."

'이혼하는 중입니다.'

(실제 제목과 다르고 비슷한 느낌만 냈습니다.)

같은 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 부부라면 한번 쯤'이혼'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재산분할, 자녀 양육 문제 등

생각보다 절차도 복잡해서 그냥 대충(?)사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궁금하겠지.

이혼해서 살만한지 아이를 데리고 와도 혼자 키울만한 지 등등..

간접경험(?)을 통해 이혼 후 삶이 궁금한 이들


나도 솔직히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찾아 읽지는 않았는데

그들의 글을 읽고 '생각보다 할만하겠는데?'하는 생각이 들까봐 솔직히 무섭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씩은 '이대로 사는게 정말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꼭 '이혼'을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고

뭔가 부부사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미 그게 '강을 건너'버려서

도저히 해결이 안되고 묻고 같이 가져가야하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어느날 그 문제들이 무겁게 느껴지고 내 삶을 짓누르는 것 같을 때

남은 생을 이대로 살 수 밖에 없다면

너무 내 삶이 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


아무리 심하게 엃힌 실타래라도

하나씩 풀어가면 된다지만

한 쪽에서 그 실을 꼭 잡고 땡겨버린다면

남은 한 쪽에서 아무리 풀려고 해도 풀리지 않고

그 문제들이 오히려 단단해져 버리게

부부사이란 그런 것 같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완전 엉커버린 실타래를 잡아 당기고 있는 것과 같게 된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때로는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분노를 느낌에도

오늘도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야하는

그런게 부부 이기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는 거겠지...

분명 '칼'을 휘두르고 물도 출렁거리지만

그 물이 어디가지는 않는다는 것


지금 내 가슴 속 묵직한 것들은

이런 모든 40대를 살아나가야 할

내 삶에 대한 고민이고 고통이며

한쪽으로는 갈등이고 염려인 것 같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은

잠시나마 이렇게 일기를 쓰 듯 글을 쓰며

마음 속 작은 돌덩어리라도 꺼내본다


언젠간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젠간 나아질 수 있을까


내 지나간 40년의 시간들이 대답한다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그냥'살아가는 오늘들 속에

또 시간은 흐르고

그 '오늘'들이 내 '미래'를 만들어 가겠지


난 그렇게 '오늘'만 살아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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