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만의 생각'에 빠진건 아이가 아닌 나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행동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도대체 왜 그랬어? 어?? 왜 네 혼자만의 생각으로 행동하는 거야???"
우리 어른들은 그 동안 살아온 삶의 노하우로 '답'을 알고 있는 듯 아이를 혼내고 이럴때 어떻게해 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하지만 어느 덧 누군가 그런 말을 해주었다.
"애도 다 생각이 있어 하는 행동이야.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지."
그 말은 별 말 아니였는데 내 뒷통수를 아주 쎄게 휘갈겼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 '이유'라는게 있을리 만무한 행동들이 많았다.
위험한걸 한다던지 더러운일을 한다던지 어른들에게 예의없는 행동을 한다던지 등
이유가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들도 많았고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들은
당연히 아이니까 판단능력도 떨어지고 아무 생각없이 행동했을 것이라는 나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랬어?"
하고 물어보긴 했지만 그걸 질문이 아닌 채근이였다.
한 여름 마지막으로 씻고 나오는 아이가
자꾸 화장실 창문을 닫고 나와 화상실 곰팡이가 엄청 심해진 날이 있었다
"창문을 왜 닫아놔? 앞으로 열어놔라."
평소면 그렇게 얘기했을 텐데 그날 따라 아이한테 정말 이유가 있을까? 물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샤워할 때 창문은 왜 닫아놓은거야?"
"추울 것 같아서요."
주택인 우리집은 조금만 쌀랑해도 마른 우리 아들은 씻을 때 충분히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더운 날씨이지만 추운 날이 훨씬 더 많고 길었기에 원래 하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창문을 닫은 것이였다.
"아~그랬어? 그런데 지금은 더워서 씻을 때 춥지 않을 텐데. 지금은 창문을 닫지 않아도 될꺼야. 꼭 닫고 싶으면 다 씻고 창문을 열어놔줄래? 화장실에 곰팡이가 너무 많이 생겨서 말이야~"
창문을 꼭 열어두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과 그 이유까지 이야기해주자 아이는 충분히 알아들었고 가끔 까먹는 날이 있긴 했지만 씻고 창문을 열어두려고 신경 써 주었다.
그러고 나니 지난 일들이 머릿 속에 지나치기 시작했다. 그 때도 혹시 이유가 있었을까? 그 때도 지금처럼 이유를 이야기 해주었다면 아이가 납득했을까? 왜 그런지 이유를 듣고 이해해줬다면 아이가 억울해하지는 않았겠지...??..
사실 내 아이는 어느덧 5학년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다. 이미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건 몇 년 되었을지 모르다. 하지만 내 아이라는 이유로 '애'취급하며 말해줘도 모를것이라는 나도 모르는 '무시'를 지속적으로 했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를 키워온 경험으로 아이의 성격이나 성격을 특징지었고 그랬기에 얘는 이런 상황에 이런 생각으로 했겠지하고 미리 단정지어 버릴때도 많았다.
어떨 때는 묻지도 않고 "너 이런 생각으로 이렇게 한거 다~~안다~~"하고 통보하듯 말하기도 했는데 물론 엄마라서 잘 맞출때도 있었지만 아이가 억울해한 적도 많았다.
이미 흥분한 아이는 충분히 다시 자기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상태가 못 되었고 그런 아이의 모습에 나는 모든 말이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았었다.
내가 불편해졌다는 이유로 내가 귀찮아 졌다는 이유로
때로는 내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등등..
사실은 나에게 주어지는 어떤 불편 들로 인해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묻지도 않고 훈육하기 바빴던 지난 날들에 미안해졌다.
그제서야 내 자신이 보였다.
정말 나 혼자 생각으로 가득 차서 행동했던 건 나였다는 걸.
아무리 어리고 작은 아이라도 이유없이 행동하는 아이는 없다.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아기도
잠이 오거나 배가 고프거나 아프거나 볼 일을 봤을 때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 처럼
가끔은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는 울음도 어른이 그 것을 발견 못 할 뿐
분명 아이 입장에서는 이유가 있다
아이가 이만큼 컸는데도 이유없이 우는 아이처럼 대했던건 아니였을까....
아마도 당분간은 의식적으로 해야할 것이다
아이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욱~하는 다혈질 성격으로 변해버리는 나이기에
"분명 이유가 있었을 꺼야. 분명 이유가 있었을 꺼야."
하고 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되뇌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아이 역시도 자기 생각에 갇혀
자기 생각대로 해버리는 아이가 될 것이다
아이가 지금 그런 건
내가 그동안 아이에게 그렇게 소통해왔기 때문
이미 5학년이나 되서 어떻게 바꾸냐고 할지 몰라도
지금 5학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의 나도
끊임없이 자아성찰하고 잘몽된건 변화해야 하기에
우리 아이는 절대 늦은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나부터 변해야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아이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가 아닌
무엇이든 나부터 변화하고 바꿔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보는 아이를 만드려면 책을 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를 만들고 싶으면
여러사람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으면
동네 조기 축구라도 자꾸 데려가면 되는 것이다
자기 생각에 빠지지 않는 아이를 만드려면
나부터 아이를 바라볼 때 '내 생각'에 빠져 결론짓지 말고
때로는 엉뚱할 지라도 (그러니 아이 아니겠는가)
그 이유를 꼭 물어봐주어 한다는 것
몰랐을 때야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알았기에 노력해야한다
엄마로써는 지난 시간 잘못된 행동을 뒤늦게 깨달으면
그 미안한과 죄책감이 말로는 다 할 수가 없는데
어짜피 시간을 뒤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나도 엄마는 처음 아니겠는가
참회의 시간은 잠시면 충분하고
그 참회의 마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노력하면 될 것이다
이런 마음과 태도 또한 아이가 보고 배울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이 말이 곧 진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