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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Aug 16. 2023

직장맘은 처음이라...2편

내가 하는 건 '당연', 본인이 하는건 '해주는 것'

10년간 살림(집안일+경제적인 부분 포함 전반적인 모든 것),그리고 육아가 오롯이 내 몫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밤 낮 없고 휴일 없던 남편의 직업의 특성때문이기도 했다.

우연히 운이 좋아 가게 된 직장에 처음으로 '워라밸'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여유가 생긴 남편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점에서는 솔직히 장,단점이 있었는데  단점으로는 평소에는 전혀 안부딪히는 문제들에서 갈등이 생기는 일이 많아졌으므로 솔직히 좀 피곤해지던 터였다.

나는 사실 아이 초등학교 졸업까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어렸을 때부터 발달지연으로 치료실을 전전하던 내 아이였다.

새학기가 되면 늘 불안하고 예민하고 또래관계 마져 어려웠던 우리 아이. 거기다 학습까지 어려움이 있었기에 내가 끼고 기초적인 공부를 해주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큰 대출 때문이였는지 몰라도 끊임없이 일을 하기 권유했고 아이들 가르치던 학원 강사 경력외엔(그것도 이미 단절된지 오래된)아무 것도 없는 내가 취업이 힘들 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수없이 던졌던 이력서에 뜻하지 않게(?)컥 취업이 되었던 것이다.

다행인건 아이에게 있어 내 취업은  좋은 영향이 었다. 사실 아이가 하나이기도 하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 늦었던 터라 솔직히 엄마인 내가 아이의 발달을 막는 경우가 꽤 많았다. 알면서도 잘 안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엄마로써 내가 '부재'함으로 인해 아이는 갑자기 쑥~컸고 다행히 퇴근 시간이 빨라 아이 케어에도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었다.

항상 걱정이였던 방학기간도 외할머니인 우리 엄마가 2층에 계셨기에 아이 점심을 챙겨줄 수 있었고 아이는 근처 운동센터, 마을 도서관, 학원 같은 스케쥴이 있어 엄마가 아이에게 메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남편과 나 사이에는 새로운 갈등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남편은 지금 워라밸을 유지하는 직장에 더 살아남을지에 대한 것이 올해 결정나는 중요한 시기였다.

주어진 것을 단순반복해오던 현장직이였던 남편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업무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편 역시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지만 나도 나대로 육체적 정신적인 한계가 드문 드문 찾아고 있었다.

이제 아이가 커서 사실 '육아'개념은 없었지만 아이가 혼자이다 보니 놀아주는 일도 같이 해줘야했다.( 아이가 둘에서 넷 있는 부모들이 애가 하나여서 힘들다고 했는데 그게 참말이였다.)하지만 한번도 하지 않던 남편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서 할리는 없었솔직히 해본적이 없으니 뭘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일거리가 눈 앞에 있어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눈 앞에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하겠지'하고는 손을 놓아 버리기 일 수 였다.

아내로써 엄마로써 주부로써... 내가 하는 것은 모두 '당연'한 것이였고 본인이 하는 것은 '도와준다'로 생각하는 남편이였다. 아마 이 문제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부들이 겪는 문제  것이다.

익숙치 않은 일을 하게 된 남편을 어느 정도는 이해했기에 고맙다고 하거나 잘한다고 칭찬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은 그런 반응들에 아주 예민했기 때문에 꼭 해줘야했다.

가끔은 본인이 해준다고 하는 일에 솔직히 일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속으로는 짜증이 나도 그래도 할려고 하는 마음이 어디냐 싶어 나름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볼멘소리를 하였으나  자기가 뭔가 할 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소리를 하면 폭팔하는 남편이였다. 그리고 어떻게 필터링 되서 들는지 몰라도 내 애교 섞인 소리가 짜증내고 한숨쉬는 목소리로 들리는 듯 했다.

남편은 원래 나에게 짜증과 화를 잘 내는 편이였는데 안하던 집안일을 나눠해야하는 부분에서 스트레스 받자 더 예민해졌다.

주말이면 더 문제가 심했는데 남편은 혼자 안방에 누워 하루종일 핸드폰을 보았다. 주말에 밀린 집안일은 내 몫이였고 삼시세끼 밥차려야하는 것은 물론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다 내 몫이였다. 집에와서도 쉬지 못하고 주말 역시 쉬지 못하니 나도 폭팔하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안그래도 자주 싸우는 우리인데 더 다툼이 많아졌다. 이렇게 자주 싸우니 아이가 불안한 정서가 나아질 리가 있나...


부부가 사이좋으면 부부 둘만 좋을 뿐 아니라 그게 양쪽 부모님께 가장 좋은 효도이며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도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이다. 부부 누구라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 않겠냐만은 만 10년 정도 되다보면 쌓인 감정도 많고 서로에 대한 편견도 생기고 정리되지 않고 평생 가져가야할 문제들도 생기게 된다.

너무 너무 지쳐서 혼자 방에 들어가 있으면 아이는 불안해했고 멀쩡히 있는 아빠를 두고 내 옆에 누워서 뒹굴 굴 거렸다. 아이도 내가 그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했고 집에 부모가 둘 있어도 의지하는건 엄마인 나 뿐이였다.


눈물이 났다. 어디서 부터 잘 못 된건지 어떻게 돌려야하는지. 해결할 수는 있는 문제들인건지. 차라리 밉고 짜증났을 때가 나았던 것 같은데 그것도 모두 '애증'의 한 형태였으니..'지친다'는 생각이 들자 정말 모든 것을 손에서 놓고 싶은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이해되기까지 했다.

'다들 이렇게 그냥 사는 걸까?'그런 질문이 내 속에서 올라왔다. 배우자와 사이에 재미없고 그렇다고 자식 키우면서 뭔가 뿌듯한 걸 느껴본 적도 없고. '결혼 생활'에서 그 어떤 행복이나 즐거움도 없는채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냥'사는 우리 같은 부부들이 많을까?

기존에도 이미 다 해결하지 않은 갈등이 있는 우리 에게 새로운 갈등의 숙제가 주어졌고. 이 갈등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마 당분간 우리는 싸워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싸움'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밖에 없게된 우리의 관계에 점점 지쳐간다.

언제쯤...언제쯤이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 나아지긴 할까... ?마음에 조금의 희망의 불씨도 없는 내 마음이 자꾸만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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