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폐'가 아닌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쓰긴하지만 드라마에서도 자주 그 표현이 나왔기에 '스펙트럼'이라는 말을 붙일 만큼 '자폐'의 양식이 다양하다는 것도 비교적 상식이 된터였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다양한 '자폐'의 양상들을 일일히 알 수는 없는 것이고 '자폐인'중에 더러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어떤 분야에 천재적인 사람도 있다라는걸 알 뿐이다. 대표적인 '천재 자폐인'으로 아인슈타인이 유명하기도 하고.
자폐(自閉)란 용어 그대로 해석해보면 '자신 스스로를 닫는다'는 뜻이 된다. 즉, 자신만이 만든 세상 속에 갇힌채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사실 모든 사람이 '자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잘 알만한 예시를 한번 들어보자면, 아가씨 시절 연애를 할 때 남자친구와 다투고 나면 꼭 남자들은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그런 시간을 가진다는 것도 어느 글에서 보아서 아는 것이긴 했지만 기다려줘야하는 시간임에도 답답하고 힘들었던 기억이다.
아무튼 흔히 말하는 남자들의 '동굴'로 들어가는 시간이 난 자신이 만든 세계 즉 '자폐'의 '시간'을 가지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위의 예시처럼 대부분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보내는 방식'또한 모두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때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속해서 내거나 혼자 머릿 속에 떠오른 '망상'속을 헤험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내가 의미없는 소를 내는지 의식하지도 못했고 '망상'에 한 번 빠지고 나면 난 그 '망상'이 마치 내 세계인 듯, 육체만 이 땅에 소속하고 내 정신과 마음은 이미 '망상의 세계'의 것이 되어 살고 있는 날도 더러 있었다. 좋게 말하면 '상상'이였지만 나의 현실을 외면하고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나의 상상 속이였던 것이다.
나의 아이 역시 '자페'적인 모습이 있다. 형제 없이 혼자 자라다 보니 혼자 노는 시간이 아무래도 많은 아이였다.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혼자 보드게임을 해도 인형을 몇개 앉혀놓고 사람처럼 스스로 인형 역할까지 하며 게임을 한다. 하지만 '자폐'적으로 노는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똑같이 혼자 보드게임을 하지만 사람을 대신할 인형 같은 대상을 놓지 않는다.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긴 하는 것 같긴한게 보드게임의 말이 두개정도 놓여있고 그 말을 각각 움직일 때마다 각각의 말의 주인이 할법한 말들을 내 뱉기 때문이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고 스스로 반응하듯 논다. 사실 이것도 좀 발전된 형태이고 조금 더 미성숙한 아이들은 본인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을 하며 혼자 보드게임을 한다.
인형을 놓고 보드게임을 하는 아이는 인형마다 역할을 준다. 그리고 그 인형에게 질문을 하고 자기의 입으로 인형의 대답을 하는 식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역할놀이'의 일부분이라 볼 수 있어 아이의 발달에도 좋은 놀이이다. 하지만 '자폐'적으로 노는 아이는 결국 그 상호작용이 오롯이 자신안에 있는 혼자와 진행되기 때문에 혼자 노는 그 놀이에서 아이의 발달이 좋아지지는 못한다.
이건 나와 내 아이만의 이야기가 분명 아닐 것이다. 어떤이는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생각이 정리되거나 마음이 정리 될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도 있고. 현실의 공간을 떠나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 잠시나마 마음과 생각을 현실에서 분리시키고 싶어하는 이도 있고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음악을 계속 듣거나 OTT를 하루종일 보기도 하고. 분명 그 방식은 모두 달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이 있음은 분명할 터, 그러니 이 어찌 '자폐 스페트럼'이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정신과에가서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병'적인 수준이라는 건 절대 아니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질병'이나 '상해'도 그 등급이 다르고 때론 미약한것은 '등급'으로 매겨지지도 않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마음의 병'역시 우리가 피곤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고 '진단'은 나오지 않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병원에서 진단받고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한 분들이 보시기에 내 글이 좀 불편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지금 아이들의 발달 문제가 심각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폐'가 많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자녀를 하나나 둘 낳고 그 아이들이 가족 외에 딱히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가 없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사회활동의 시간을 3년정도날려버렸다. 어른하고 다르게 아이들은 한살때 두살때 세살때.. 각 나이마다 반드시 지나가야하는 발달들이 있다. 하지만 제 때 이루어져야할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크면 지연 된 발달들이 누적되어 결국 아이의 발달 문제게 큰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를 지나고 그냥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도 '소아 정신과'의 방문률이 높아졌다. 유명한 곳은 예약을 4~6개월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그건 '진료'를 위한 예약이라 '검사'를 잡는데 또 몇 개월이 지나므로 때론 검사의 결과를 듣기위해 운 없으면 1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생긴다.
크게 '언어'나 '지능' 또는 '인지' 등에문제가 없고 딱히 다른 병명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이 받아오는 진단은 '고지능 자폐'였다.
(그 이전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병원은 '진단'을 받기위해 가는 곳임을 알아줬음 좋겠다. 때론 아이의 상태에 따라 '약'을 처방받기도 하지만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다.)
'진단'을 목적으로 방문한 병원이고 엄마는 아이에 대해 어떤 것이든 듣고 싶어하고 아무리 의사라도 검사 이후 정확한 진단을 알 수 있기에 진료까지 오래 기다렸고 검사까지 또 몇 개월 기다릴 보호자를 위해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고지능 자폐인 것 같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다.
'고지능 자폐'얼마나 '갖다 붙이기'좋은 진단인가? 물론 그런 진단을 내린 의사들을 비난하고 무시하는게 아니다. 난 전문인도 아니고 그들이 그렇게 말한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너무도 다른 이유로 병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저마다 '고지능 자폐'라는 얘기를 듣고 오는 모습에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보호자라면 그말에 덜컥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였을 것이다. 그들은 전문지식이 없기에 의사가 그렇게 표현한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채 '진단명'만 듣고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물론 내가 그 의사가 아니라 그 의사가 말한 의미를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이해해보자면 이렇다.
'고지능 자폐' 즉. 발달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발달에는 '언어','지능','인지','학습', '소근육', '대근육'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이런 부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고지능 자폐'에 해당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성'이 떨어진다. 사실 이 부분에서도 할말이 많은데 이제 '사회성'이라는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어렸을 때 처럼 놀이터가면 친구들이 있고 흙만지고 놀고(때론 먹기도 했다)집 현관문을 열어놓고 '공동육아'하던 시절이 아니다.
놀이터에 나가도 아이들이 없고 친구 만나러 학원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을 넘어 5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는 지금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인터넷으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한다. 그 아바타들로 커피도 마시러 가고 음식을 먹기도 하고 쇼핑도 하고 여행도 가고 현실보다 더 다양한 것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기존 '상대방과 상호 교류하는 능력'으로 책정되는 '사회성'의 기준이 맞는 것인지 정말 의문스럽다. 당연히 그 기준으로 보니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은 아이를 찾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이건 나처럼 아이가 하나여서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녀가 둘 이상이여도 이미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넘쳐난다. 그래봤자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호관계가 거의 다인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지능 자폐'인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성이 떨어진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다. 엄마 입장에서는 지능이 떨어진다는 소리 다음으로 심장이 철렁할 소리이다. 사실은 아이들의 '사회성 평균치'가 점 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 아이가 조금 더 부족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많이'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발달에 문제는 없으나 사회성에 문제는 있는 아이들. 상호간의 의사소통 능력에는 아이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딱히 다른 어떤 '진단'을 하기 어려운 친구들은 '고지능 자폐'라는 소견을 듣게 된다. 자폐란 스스로의 세상에 가두는 것이니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며 아이를 소아정신과에 데려오기 까지는 분명 평범한 아이들과 다른 어떤 것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되기에 만만하게(?)이야기 할 수 있는것이 '고지능 자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때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억장 무너지는 심정을 느끼며 '내가 잘못 키워서..'하고 자신을 탓하며 우는 엄마들을 보고나니 '자폐'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쯤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실을 몇년간간 다니다보면 '반 전문가'가 된다. 정말 오래 다닌 엄마들은 아이를 보기만 해도 어떤 것 때문에 치료실을 왔는지 알기도 한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나 일반적인 엄마보다 '전문'적인 지식, 다르게 말하면 '이론'이랄까 아무튼 그런게 더 많기 때문에 여러 엄마들의 상담 전화를 받을일이 많았고 그렇기에 자연스레 여러 아이들에 대해 들을 일이 많았다. 물론 '진짜 전문가'들에 비할 숫자는 아니겠지만 그들을 통해 누적되는 나만의 '데이터'는 생길 수 있는 수준이였다.)
소아과에 다녀와서 진단받은 부모들이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정말 절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당신의 아이는 너무 정상이에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때론 실제 그 아이들 내면에 잠재된 재능이 있는 것이 느껴지는 아이도 있다. 실제로 '자폐'가 있는 친구들은 어떤 한면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지능 자폐'라는 '말'에 무너지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희망'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고지능' 말그대로 지능이 높다는 말이다. 이런 아이들은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성이 좀 떨어진다 해도 사회성 마져도 '학습'이 가능하다. 그 말인즉 '학습'해주기만 하면 엄마들이 걱정하는 '일반적인 생활'은 문제없이 해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숨은 재능이 있는 친구들도 있기에 엄마들이 그 것을 잘 살펴봐주는 노력을 같이 해주면 된다.
내가 쓴 글은 극히 '일반적'인 아이들이 '고지능 자폐'라는 진단을 듣거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을 '자폐'에 관한이야기다. 정말 '아픈'친구들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그분들께는 오히려 전문적이지도 않은 내가 이런 의견을 쓰는게 조심스럽고 죄송하다.
아주 약간의 발달지연과 복합적인 발달문제들만으로 죽을만큼 힘들었던 나이기에 그들이 감당해야할 고통과 인내와 희생을 솔직히 예상하기도 힘들다. 내 아이 같은 경우는 '나아질 희망'이라도 있지만 정말 아픈 아이들은 평생을 부모의 보호아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부족한 글솜씨에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지능자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한 쪽을 쓸고 있을 부모님들에게 내 글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드라마는 사실 완전 '현실'은 아니기에 사람들이 드라마로 받아들인 '자폐스페트럼'에 대한 이해는 온전한 것이 아니다. 아마 평범한 부모인 우리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때론 역사물의 드라마들도 드라마 특유의 이야기 흐름과 극적인 전개를 위해 '고증'이 잘못되어있는 경우를 더러 보게된다. '자폐 스펙트럼'도 마찬가지이다. 드라마를 통해 알고 이해하게된 시선으로 현실에 그 잣대를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우리가 이해하는 이해도는 훨씬 더 낮은 곳에 위치해있다. 나름 쌓은 경험으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짜면 잘 모르는 영역이이게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자폐'란 대부분 선척적이고 고쳐지지않는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해 '후천적 자폐'가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그 부분은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희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고지능 자폐'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습'이 가능하기도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