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부족한 너와 내가 만났다
서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너무 작아서
상대를 담으려 할 수록 오히려 달그락 거리며 부딪히기만 했다
그 부딪힘들에 생채기가 났고
그 중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 것들도 있었다
그리 잘난 것도 없는데 생긴 그대로 살꺼라 우기던 그릇들은
결국 서로에게 '금'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계속 부딪혔다
도예가가 그릇을 만들 때
찰흙을 아주 여러번 만지며 모양을 잡아준다
부드러운 찰흙은 도예가의 손길에 따라 모양을 내고
그 그릇을 불에 구우면 튼튼한 도자기가 된다
가끔은 구운 도자기가 뭔가 잘 못 만들어져서
도예가가 가끔 깨버리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미 '잘못'만들어진 그릇들이라
서로를 찰흙처럼 빚어보려다
이미 변하지 않는 사람인것을 깨닫고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깨어버리기도 한다
그냥 '생긴대로'인정해 버리면 되는데...
너는 세모모양이구나 너는 네모모양이구나
너는 원래 '이'가 하나 나가 있었구나
너는 원래 실금이가있어서 액체를 담으면 새는구나
...
'있는 그대로'인정한다면
오히려 그 그릇 그대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서로 도울 수 있을텐데...
하지만 너무 미성숙한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지도 모른채
'쨍그랑'거리며 부딪힘만을 반복해갔다
그 사이에 있던 아직 어린 아이가
온전히 클 수 없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아직 어린 아이는 더 어렸을 때부터 생채기가 났고
이미 지울 수 없는 '금'이 생겼다
아이는 본래 아주 부드러운 찰흙이였으나
부모의 온전한 손길을 받지 못해
제대로 그 형상을 만들지 못했다
제시 제때 제대로 된 손길이 없었기에
큰 그릇으로 커지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였다
자꾸만 부딪히는 부모의 불꽃에서
아이 혼자 스스로를 단단히 굳혀가야 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아직 어린 아이는
어딘가부터 변하지 못하는 성질로 바뀌어 가기 시작한다
때론 아이의 불안과 슬픔과 외로움이 보이지만
부모도 이런 삶을 원한 것은 아니였기에
너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현실이라며
고이는 눈물을 애써 참아내며
냉정하게 말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작고 흠집난 그릇들은
옆 옆 집에서 '행복의 잔'을 부딪히는 소리를 보고 듣는다
부딪히는 건 똑같은것 같은데
맑고 경쾌한 소리가 너무 달랐기에
'우리는 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을까'하고
옆 옆 집의 사람과 내 옆의 사람을 비교한다
그 결과는 또 내 옆 사람을 비난하는 재료로 쓰여지고
나의 삶을 비관하는 영양분이 되어 간다
그렇게 온전하지 않은 두 사람은
온전치 못한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되고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정'이 되어버린다
이미 온 몸 가득해진 상처들을 보며 그릇은 생각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때로는 이 그릇을 깨어버리고
다른 그릇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고 느껴질만큼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것 같을 때에도
아직은 어린 내 아이를 보며
또 마음을 먹고 용서하고 다짐하는 것이다
오늘도 그릇들은 잔을 부딪힌다
어떤 곳은 '축배'의 소리이지만
어떤 곳은 '싸움'의 소리인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모든 집에서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