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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Oct 23. 2023

시어머니는  '여우 며느리' 를 좋아해

나는 우리 시어머니가 참 좋았다

친정 엄마에게도 못 받아본 따듯함과 위안을 

시어머니께 느껴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들의 부족함을 항상 인정하시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나도 엄마이기에 잘 안다)

고생한다 수고한다 사랑한다 말해주시던 어머니였기에

받은 사랑을 꼭 갚아야겠다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


오매불방 며느리라고 나만 바라보던 시어머니께

10년만에 둘째 며느리가 생겼다


동서는 밤 늦게 까지 일하고 주말이나 공휴일도 일하는 직업이

명절에 모든 일이 끝낸 밤 늦은시간 동서가 퇴근해 두 부부가 오면

그 부부 밥상을 내 손으로 차려주고 설거지까지 해줘도 불만을 가져본적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일 하고 온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나라고 결혼하자 말자 살림살이 할 줄 았던건 아니다

하지만 동서는 살림도 육아도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실질적으로 서방님(결혼한 남편  동생부르는 호칭)께서 거의 도 맡아서 했다

그러다 보니 동서가 살림 실력이 늘 턱이 없었다


명절은 항상 일이 끝난 후에야 올 수 있

애가 6살이 된 지금까지 설거지 한 번으 한 적 없는 동서였다

평일 제사에 못 오는 것도 당연지사..


그런 사정임에도 한번도 나에게

'혼자 하시게 해서 미안하다' '늦어서 미안하다' 

같은 인사가 없어도 불만한 적이 없었다

직업을 안 순간부터 마음에 먹었던 일들이였기에..


집안의 맏며느리로써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내게 있었고

그 누구와 상관없이 내 역할은 묵묵히 해나

대신 무뚝뚝한 편이라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거나 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한 편이였다


동서는 집안에서도 막내여서 그런지 애교가 타고 났는데

서방님이 결혼 후에 항상 하루에 한번은 전화를 하시는 편이라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주 전화오는 자식에게 점수가 더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을 것지도 모르겠다


내 배로 낳은 자식도 비교가 되는데 며느리라고 비교가 안될리 없을 것이고

어느 날은 큰 놈이 이쁘고 어떤 날은 작은 놈이 이쁘고

그럴 것이라 생각했기에 비교하시는 것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동서네 친정식구들과

우리 집 친정식구들까지 비교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어머니는

"둘째는 입만 살아서 입으로 다한다~~"

하시면서도 예뻐하신다는게 내 눈으로도 다 보였다

그래도 집안 대소사 챙기는거 나 혼자 다 하는데...

이제는 내가 너무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뺸다고..

내가 딱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 이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어버린

시어머니와 내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묵묵히 제 일하는 '곰 며느리'보다

말로 다 떼워도 '여우 며느리'를 좋아하셨다

마음은 상하지만 그렇다고 내 몫의 일을 안할 수 없는  성격 탓에 오늘도 하는 며느리로써는 홀로 제사상을 지킨다

(동서는 오늘 제사인지도 모른다)


'곰 며느리'는 그렇게 한결같이 둔하다

'여우'랑은 살아도 '곰'하고는 못 산다더니

그게 꼭 '아내'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였던 것 같다

'여우'가 되지 못하는 '곰'은

그래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야기에

'둔한 곰'보다는 '지혜로운 곰'이 되려 애쓸 뿐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현실 하나

시어머니는

'여우 며느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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