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이유
내 인생의 3/4를 살던 동네를 현실적 사유로 떠나게 되며
연고도 없던 동네로 이사하게 되었다
원래 살던 곳은 워낙 오래 살기도 하고
아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엄마들까지 사귀며
워낙 아는 사람이 많아서
다양한 모임과 만남이 있었다
하지만 이사한 곳은 아는 친구라고는 딱 하나 있는 동네였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기 힘든 주택가였다
코로나로 아이가 전학한 학교 엄마들 만날 기회도 없어
인맥을 만들 방도가 없었다
여자라면 그리고 아줌마라면 대부분 얘기하길 좋아할 것 이다
다소 쓸데없이 느껴지는 수다들도 있지만
그렇게 입을 털어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여자들의 일상인 것이다
그건 역시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이사로 자주 만나던 단짝 친구들과 집도 멀어지고
직장생활까지 하니 친구들과의 더욱 만나기 힘들어졌다
하루에 몇 백개씩 오가던 채팅방 마져도 조용했다
솔직히 직장생활을 하면 직장 사람들과
이런 저런 작은 담소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취업한 곳은 본사에서 이제 막 분점을 낸 사무실이여서
나 포함 신입사원만 3명이 사무실에 있었다
두 분은 20대 30대 아까씨였고
나는 40대 아줌마였으니 3명인데도 그렇게 연령대가 다 달랐다
그러다 보니 공감할 수 있는 대화주제가 거의 없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아줌마들은 주로 하는 얘기가 자식 얘기, 남편 얘기 ,시댁 얘기..이런 것들인데
아가씨들과 그런 대화를 할일도 없고 한다하더라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었다
이사오기 이전의 내가 만나는 인간관계는
다 비슷한 또래의 아줌마들이였다
그 동네는 사는 수준도 다 거기서 거기였기에
공감대를 넘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였다
매일 매일 크고 작은, 또 중요하고 소소한 일상들을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던 내가
그런 관계가 뚝~ 끊기고 나니
마음이 힘든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였을까...
이제는 분기에 한 번 정도 만나게 된 친구들과
오랫만에 급으로 만나게 된 날이 있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였는데
친구들을 보자 말자 눈물이 핑 돌았다
그져 그런 일상 이야기였는데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서
친구들이 당황할까 눈물을 자꾸 삼켜야했다
나도 내가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고
내 스스로도 참 당황스러웠다
온 갖 속내를 다 이야기해도 되는 찐 친구들이여서
대화는 너무 즐거웠고 그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평안해진 내 마음을 느끼자
그제서야 뜬끔없이 나오려 했던 눈물의 이유가 떠올랐다
이제 사춘기라 말 드럽게 안 듣는 애들 얘기
10년을 살아도 아직도 문제 투성이인 남편에 대한 이야기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 등등...
사는 모습들이 다들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 비슷하다는게
내게 묘한 안도감을 준 것이였다
그러다 보니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부자 동네에 살고
직장에서도 다소 모범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는 이들 사이에
끼어 사는 어떤 사람이였다
객관적으로는 딱히 부족한 것은 없어보였는데도
자신의 삶에 대해 온통 불만과 부족으로 가득한 사람이였다
솔직히 그냥 부정적인 사람이고 만족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 주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사는 삶과 다르다는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어쩌면 매우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는 정말 다 비슷하게 살았다
솔직히 정보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도 알길이 없었다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바쁜 시대였기에
우리 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보다하고 살았던 세대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다르다
경제적인 것 부터 부부 혹은 부모로써의 가치관과 마음가짐에 대한 것들의 차이가 극심해졌다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삶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인터넷의 정보들이 넘쳐났고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못 사는 것 같은 극심한 우울감 무력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삶에서 '이질감'을 느껴도 힘이 드는데
항상 마주치는 일상의 사람들에게 매일 같이 느껴야 한다면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은 지옥 같았을까....?
한 가정에 형제가 여럿이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 비슷 비슷하게 살아야 우애가 좋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제서야 깨달아가는 것 같다
피를 나눈 형제끼리도 누군가는 너무 잘 살고 누군가는 너무 못 살면 '괴리감'으로 인해 형제의 사이가 온전치 못할 수도 있는 것...
그만큼 '사는 모습이 비슷'하다는게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였는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사는 성향이 강한 것도 한 몫 할 것이고)
사람은 그렇게 '간사한'동물인 것이다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니구나..'
그렇게 다른 사람의 불행과 불편, 불공정에서 인간은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오죽하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까지 있으리..
때로는 나보다 '못한'사람들의 삶을 보며
'그래도 저 사람보다는 내가 낫잖아.'
하며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에 '안도'하게 되는게 사람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내가 처한 환경들을 갑자기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갑자기 재산을 늘릴 수도 없고
배우자나 자식 혹은 가족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정신적으로 '버티며'살아가야 한다면
자신과 비슷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하며 사는게 어쩌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 그런 관계를 만든다는 것도 솔직히 상황과 시간이 받쳐줘야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그나마 개인의 노력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니..
그러기에 나와 '비슷 비슷'한 사람들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
그런 사람들은 그런 친구들을 곁에 두며
현실에서 치여 에너지가 고갈 될 때마다
그들을 만나 회포를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너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고 나의 삶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 듯 너에게도 그런게 있구나'
그렇게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위로'와 '안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