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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싶은 시간도, 흘려보내고 싶은 시간도,

모두 공평하게 흘러간다

by Heana

재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고통스런 시간들이 지금 내게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 시간은 배속으로 흐르지 않았다

제 속도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온전히 그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야했다


아주 가끔 이따금씩

붙잡고 싶은 시간이 내게 선물처럼 찾아온다

이 순간이 멈췄으면..하고 바라고 또 바라지만

역시 냉정한 시간은 제 속도대로 흘러간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내 눈에 두번이고 세번이고 담아

내 귓속에 저장해놓고 내 몸의 감각을 모두 곤두세워

내 머릿 뿐 아니라 내 몸 그 온 구석 구석에 기억해두려한다

찰나의 선물같은 시간이 그 기나긴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진통제이기 때문에

그 진통제가 때론 '마약성분'같은 것일지라도

내게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에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공평한 것 같기도 하다

멈추고 싶은 시간도

흘려보내고 싶은 시간도

모두가 똑같은 속도로 흐르기 때문이다


멈추었으면 하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흘려보내고 싶은 시간이 자꾸만 내 곁에 떠나지 않고 맴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냥 내 감정이, 기분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사실 아무 죄 없는 시간은 그져 제 속도대로 흘러갈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속도에 같이 흘러가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나였을 것이다

때로는 과거속에 발목이 잡혀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기도 하도

한치 앞을 예상도 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가려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 알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미련에 후회에 걱정에 불안에 그 모든 복합적인 감정들로 사실 정말 중요한 '현재'를 놓치고 있다는 걸


죄 없는 시간을 탓할 필요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그 어떤 순간 속에서도 공평하게 일정 속도로 흐르는 것 뿐이다

그러니 그 시간에 발걸음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과거에 잡혀 늦어졌다면 어서 빨리 뛰어가고

앞선 걱정 때문에 또 저만치 먼저 나갔다면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항상 같은 속도로 걷지는 못하겠지만

인생이라는게 숨이 차게 뛰는 순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추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

굳이 그런 내 자신을 한심하다 탓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시간은 그져 제 속도대로 흐르며 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나는 기다리든 멈추든 뛰든 내 페이스에 맞춰가며

흐르는 시간과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게 완급조절을 해내가는 것이다


뒤돌아 봤자 과거는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다시 선택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미리 걱정한다고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 사실 하나를 잊지 않도록 각성해 가며 사는 것이

때로는 뒤쳐지고 때론 멈추고 때론 빨리 나아가는 나를 통제하고 절제하는 길이 것이다



멈추고 싶은 시간도

흘러보내고 싶은 시간도

아주 공평하게 잘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억울하다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감당하려고 굳이 애를 쓸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손놓고 있어서도 안돼고

지금의 선택에 판단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내 인생의 시간에 대한 예의며

가장 현명한 행동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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