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덜컥 계약을 하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싶었다
재산분할 받은 금액은 집 매매 가격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덜컥 집을 사다니 정신나간짓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카드 할부가 쌓여있었고
월급은 고작 160만원이였다
카드할부금도 월급으로 해결이 안되었던 때였다
대출이 된다고해도 갚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였다
이런 저런 계산도 안해보고 덜컥 큰 일을 저지를 내가 아니였다
불안은 제대로 된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두질 않았다
감당이 안될 것 같으면 가계약금으로 보낸 300만원은 인생경험했다고 생각하고 날려야겠다 싶었다
그 돈도 당시의 나에게는 큰 돈이였지만
더 큰 실수가 있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학원강사는 프리렌서라 소득의 인정이 어려웠다
대출이 승인날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려 그 시간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고갔다
그런 일을 의논할 사람도 걱정되는 마음을 털어놓을 곳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주거나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같이 살던 사람도 딱히 의논이 되거나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 고민과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공동체'로써
말이라도 해볼 수 있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어쨌든 집을 산다던지 하는 큰일은 혼자 해결하는건 아니니
('주 소득자'가 남편이기도 했고)
그것에 나름 큰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분가를 빨리하기도 했고
살던 집주인 아저씨와 분쟁이 있기도 했고
또 금방 이사를 다시 해야했고 집을 사는 등의 큰 일들을 겪어내야했기에
'허수아비'같아보여도 '남편의 빈자리'가 있다는걸
이미 몇번이고 느꼈던 참이였다
아직 상대는 '내 빈자리'같은건 모르고 오히려 신이 난 것 같은데
내가 먼저 그걸 느낀다는게 억울하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
딱히 크지도 않은 자리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사가는 집을 먼저 청소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여서
직접 짐을 싸고 푸는 '반포장이사'를 해야했다
살면서 꽤 짐이 늘었던 참이라
일주일정도 시간을 두고 짐을 조금씩 싸기 시작했다
그때 혼자 분가한 집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시간이였다
이상하게도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이혼을 했단걸
분가를 먼저해서 이미 혼자 살고 있었기에
훨씬 더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짐을 싸다보니 같이 살던 집에서 급하게 내 짐만 싸서 나왔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진짜구나..진짜구나...진짜구나.....'
아마 다시 짐을 싸게 되었을 땐
'서류상'으로도 완전 남남이 되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혼을 했다는것 혼자 사는게 현실이란게
물들듯이 밀려와 계속 계속 눈물이 떨어졌다
집은 보지도 않고 샀는데 영~운이 없으려던건 아니였는지 꽤 괜찮았다
집 상태도 적당히 괜찮았고 주변 생활권도 좋았고
층수가 좋아 햇빛도 잘 들어오고 바람도 잘 불고
무엇보다 앞에 살던집은 작기도 작고 화장실이나 주방이 너무 불편했는데
24평의 아파트였기에 혼자 살기에 널널했다
'대출'이라는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하긴하지만
어쨌든 아무도 뭐라할 사람이 없는 내집에 살게되니
마음 한쪽이 편안해졌다
이상하게 안심이 되니 자꾸 눈물이 났다
다시 이사간 내 집에서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나오듯
너무도 많은 날들을 눈물로 지새웠다
사람이 참 희안한 것 같다
이리저리 여유도 없고 불편하고 불안할때는
오히려 생각과 시야가 좁아지며 나만 생각하게 되는데
편안해지고 안정적이게 되니 그제서야 주변이 보이게 되는 것이였다
그제서야 이런 주거환경에서 같이 살았다면 아들도 나도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할때 처음부터 학원일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주택인데다 생활권이 너무 불편했던 그 집말고
지금 집처럼 아파트에 생활권이나 주거환경이 좋은 집에서 셋이 살았으면 어땠을까
뒤를 돌아보는 성격이 아닌데도
아무 의미도 없는'만약에'란 생각이 내 머릿속을 한참이나 헤매였다
혼자 있으니 얘기할 사람이 없고 시간은 많기에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을 하다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과거의 언젠가로 돌아가기도 하고 괜시리 앞선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모든 부질없고 에너지 소비만 되는 생각들을 물리치려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어떤상황이였든 어떻게했었든 헤어질 인연이기에 헤어졌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찾은 답이였다
'이제야 시작.'
분가한 먼저한 그 날도 아니였고
서류상으로 이혼을 하게 됐던 그 날도 아니다
내 집에서 살게된 날부터가 시작인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사는 곳, 사는 아파트, 하고 있는 일, 혼자사는 것 까지 그 모두
내가 미리 예상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게 단 하나도 없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은 순간도 많지만
확실히 이것은 '내 현실'이다
'대출'이라는 현실을 해결해야하니
그제서야 희미해진 생각이 제법 돌아지며 맑아지는 것 같았다
'정신차려보자'
아직은 안개가 끼인듯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현실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을
이제서야 써내려 가보는 것이다
내 인생의 '프롤로그'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