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과 고독의 그 사이

by Heana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로써 일하고 있다

일반 직장을 다니는게 아니다보니 또래들과 대화할일이 전혀 없다

내 시간이 많고 특히 주말은 내내 혼자 있는 경우도 많아서 보드게임 동호회활동을 가게 되었다

그 모임을 한번씩 가지지만 '대화'를 하는건 아니다보니

'말을 하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대화는 없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처음 분가를 했을땐 가까웠던 사람과 관계가 깨어져

내 스스로를 고립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는 동네 친구가 한명있어서

잠깐이라도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하는 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 시간이 나에게 꽤 컸다는걸 이사를 와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열명의 사람이 필요한게 아닌 것 같다

한명의사람이라도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되는 것이다


갑자기 내 시간이 많아졌고

루틴을 만들며 시간들을 채워 나가지만

그래도 시간이 여유롭다

항상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도 없기에

그져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들이 반드시 생긴다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대화를 하면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생각이 갇힌다

갇힌물은 점점 썪어가듯

대화가 없다는건 감정과 생각을 흘려보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갇혀있는 생각과 감정은 '썩은물'이 되어

내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었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혼자 생각이 깊어지면 '나만 이런건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다 비슷하다'는 안도를 얻곤 한다


이혼이란 상황은 더 그렇다

난 주변에 이혼을 겪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보니 나만 겪는 특별히 다른 감정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겪어보지 않았더라해도 '그럴수 있을 것 같다'란 공감대가

사람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가


대화가 사라진 일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힘들게 했다

이건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였다

분명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일반 직장을 다니며 직장동료들하고 점심시간에 가벼운 대화를 했다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사람들이 모이는 소모임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근무시간도 일반 직장인과 다르기도하고 이것 저것 따지다 보니 마땅한 모임을 찾는건 꽤 힘들었다


이것은 '고독'이였다

내 삶에 '인기척'이 없어지는 일이였다

시덥지 않아도 가볍게 나누던 대화가 사라지는 공백이였다

'혼자는 못 사는 성격인가 보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람들과 어울려 관계속에 살아야하는 존재니..


인생은 give and take인것 같다

잃은 것만 있지도 않고 얻은 것만 있지도 않다

나는 시간적 자유와 여유를 얻었고 대신에 고독이 함께 찾아왔다

고독 역시 내 것이며 나의 삶의 일부분이란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내 삶에 생긴 '그림자'도 온전히 받아들여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은 찾아다니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받아들인단건 절대 '포기'가 아니다

'팩트'는 인정하되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가려는 마음과 행동의 노력인것이다


가족이란 구성원안에서 살다

갑자기 혼자된 삶은 그렇다

"여유로움과 고독의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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