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 남편이란 사람에 대해선 단 한번도 뒤돌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남편'이란 자리의 이름이 생각나는 순간들은 있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남편의 존재가 나를 지켜줬음을,
여자가 혼자 산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위험과 유혹을 지닌채로 살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뒤돌아보고 기억나고 그리워 하는게 있긴있다
그의 가족, 특히 어머님이 주셨던 따뜻함이다
물론 사는 동안도 자신의 아들의 위해 내어주신 사랑이란건 모른건 아니다
날 그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했고 내게 꼭 필요한 마음이기도 했다
'끝'에 닿자 그 모든 진심이 왜곡되고 비아냥거리가 되는걸 보며 깊은 상처를 받았다
난 솔직히 전남편보다 전시어머니께 더 큰 상처와 배신을 느꼈다
그분의 사랑으로 품어줌으로 따뜻함으로 견뎌냈던 결혼생활이였기 때문이다
전남편의 가족은 우애가 깊었다
서로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깊이 챙겨주는 건강한 관계였다
남편을 선택했을때 난 그의 가족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양쪽 다 식구가 많아서 명절이면 시끌벅적하게 떠들썩 모여 놀던 그 이미지가 그립다
우리 가족은 나 하나 이혼한걸로 잘 모이지도 않고 모여도 머슥해졌는데
그의 가족은 오히려 더 애틋하지고 똘똘 뭉치는 것 같다
전남편은 우리가 살던 집에 살고 아들을 키우니
솔직히 나 하나 빠져나간것 외에는 바뀐게 아무것도 없다
난 내 생활과 삶의 모든 것이 다 바뀌어버렸는데 말이다
때론 나만 '가족'을 상실한 것 같은 깊은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혼자 살며 소고기뭇국을 끓였다
어머님이 항상 때되면 끓여주시던 국이라 요리를 제법 많이 하는 나도 해볼일이 별로 없었다
같이 앉아 콩나물 머리를 다듬던 기억
국을 끓이이선 노하우들이 내 머리속에 장면처럼 스쳐간다
아무래도 결혼해서 내 살림을 하고 음식을 하다보니
친정엄마보다는 시어머니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시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좋으신 편이였고
그 무엇보다 그분의 김치맛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내겐 아직 그 김치가 딱 한쪽이 남아있다
야반도주하듯 그 집을 나오면서도 김치 한통은 챙겼을 정도였으니
결혼하고는 그 김치로만 음식을 했었는데
이제 김치 넣은 음식의 맛이 바뀌면 내 솜씨가 아닌 김치 맛이 비결이였음이 들통날것 같다
이혼했다고 모든걸 다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편이 성실이 일을 했기에 10년은 살림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맞고
이유가 어찌되었든 사는 동안 시어머니의 사랑과 그 가족의 우애가 따뜻하고 감사했던 것도 맞고
다 나쁘지만은 않고 긴 세월만큼 좋았을 때도 좋은 기억도 있기에
이혼이란게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제서야 내 상처를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너무 깊은 상처는 보기만 해도 아파서 외면해 버린다
이혼 이후에 내 삶을 정리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느라 정신이 없기도 해서
사실 내 상처를 온전히 바라보고 내 안의 나와 깊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이혼'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집안이 뒤집어 지게 싸우고 폭했던게 벌써 1년 전이다
분가를 해서 산지도 한두달만 지나면 만 1년이 되어간다
대출 이자를 많이 내긴 하지만 내 집을 장만했고 지금 직장에서 급여도 적당해지고
마음까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조금은 안정적이 된 지금
이제서야 내가 왜 그렇게 되었던 것인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따로 떨어져 사는 내 아이는 어떻게 잘 키우며 부모역할을 할 것인가
그 모든 질문들을 하고 대면하며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전남편에게 분노하고 폭할하는 감정들을 겪으며
살아왔던 긴 세월만큼의 감정의 앙금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게 아님을 느낀다
긴 시간만큼 좋든 나쁘든 많은 기억들이 존재하기에
그걸 한꺼번에 소화하려다간 체하고 말 것이다
이제 초입부일지도 모르겠다
내 상처와 마주하고 과거를 보내고 내 앞으로의 삶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게
그 과정에서 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보낼것은 보내고 취할 것은 취한다
그것이 '어른'으로써 성숙한 사람으로써의 이별이 일꺼라 나는 그렇게 생각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