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존재

by Heana

이혼은 분명 '이별'일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있기에 '완전히 이별'하지 못한다


더 이상 얽히고 설키는 관계가 싫어 헤어졌는데

자식이 있으면 계속 합의보고 의논할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아이를 만나야 하는 입장이기에

아이를 만나는 시간이나 날짜를 조율하는 작은 일부터

아이의 교육이나 진학,진로 같은 큰일까지

이전보다 그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뿐이지

꾸준히 의논할 일이 생긴다


내 아이는 어렸을때부터 발달이 느렸다

요즘 표현하는 '느린학습자'중의 한명이다

사회성도 학습도 모든 것이 느리고 어려운 아이다


어떤 자식이든 눈에 밟히고 걱정되서 애가 타지만

조금 더 부모의 섬세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기에

하나 뿐인 자식인데도 내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전남편은 아이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본래 자신 외에는 관심이 없는 성향인 것도 있고

아이에게 기대할 것이 없었으니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운다는건 얼마나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가

하지만 전남편은 그런것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아이는 모든게 정지되어 있다

학습을 하지도 않고 교우관계도 전혀 없다

주말 마다 아이는 친할머니집에 가있다

주말 내내 티비보고 핸드폰을 보다 보낸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자극과 경험이 전혀 없는데...


걱정되고 애가 타는데

아이를 키우지 않는 걸 결정한 내가

어떤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하고 스스로를 의심한다


이혼은 했어도 부모의 역할은 응당 해야할 것이다

반드시 공백이 발생하기에

오히려 부모로써는 더 애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살지 않는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나와는 이성인 아들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첫 시험 영어성적 7점을 받아온 아이보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 중요한게 아니다

아이의 삶의 질이 걱정되었다

발달도 느린데 학습까지 바닥이면

아이들이 놀리거나 따돌리는 대상이 될까도 걱정되었다


그런 논의를 해야했기에

아주 오랫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근데 의논이 될리가 없었다

살면서도 되지 않았던 의논이

헤어져서 될리가 없었다

살면서도 내 말을 귀기울여 듣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아니였는데

헤어졌으니 얼마나 더 흘려들었겠는가

결국은 서로 "똑같네~" 소리하며 감정싸움이 되어버렸다


이런게 하기 싫어서 헤어진건데

질리고 질려버려서..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전쟁'이라도 해야하거늘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전남편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지 전략적으로 고민할 뿐이다

긴 시간을 살아온 장점이자 단점은 상대를 너무 잘 안다는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한번쯤은 이혼을 생각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때 헤어지겠다고

이미 마음의 각오를 한채로 살아가는 부부도 꽤 많다

그들의 다짐이 뭔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배우자와 거의 완전한 이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데 이혼을 생각중이라면

반드시 하나는 알고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이혼을 해도 결국 상대는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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