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크리스마스트리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

by 이확위

바로 지난 금요일 내가 사는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이 시작되었다. 광장의 대형 트리에도 불이 들어오고 도시 곳곳에 마켓들이 장사를 시작하고 밤에는 도시 가득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불을 밝혔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딱히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이 날에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내게 크리스마스 시즌은 따뜻한 추억들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하는 게 연례행사와 같았다. 언니, 오빠와 함께 (오빠는 잘 안 한 것 같지만) 크리스마스트리를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꾸며보았었다. 꽃꽂이를 하시는 엄마는 매년 새로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드셨고 올해는 어떤 예쁜 걸 만드실까 항상 기대하곤 했다. 저녁이 되면 엄마가 크리스마스 장식의 촛불을 밝히기도 하셔서 이 맘 때쯤 우리 집은 예쁜 장식들로 가득 차 반짝였다.


산타를 몇 살까지 믿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당히 늦은 나이까지 믿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실제로 벽난로가 있었고, 언니와 크리스마스 천을 사 와서는 대형 양말을 직접 꿰매서 만들어 벽난로에 걸어두곤 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향한 우리의 정성과 다르게 선물을 고르는 부모님의 정성이 조금 덜했던 것 같긴 하다. 만족스러운 선물을 받은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


혼자 살게 되면서 집에서 지낸 어린 시절만큼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하거나 이 시즌을 맘껏 즐길 수 없었다. 일정한 집이 있던 게 아니었기에 짐을 늘리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걸 못해서 나의 차선책은 주로 크리스마스 전구였다. 전구만 불을 켜놔도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서 좋았다.


작년에 이곳에 와서 전구를 사서 붉을 밝혔었다. 올해는 조금 더 장식을 사서 집을 꾸며볼까 싶기도 하다. 다음 주에 크리스마스 마켓에 나가 장신구들을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