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집에
집을 구하고 나서야 보스와 연구에 대한 미팅을 할 수 있었다. 미팅에서 이번 프로젝트 제안서와 지금까지 나왔던 논문들을 안겨주었다. 읽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다음 미팅까지 합성법을 생각해보아야 했다. 그전까지는 이전 사람이 남겨두었던 전구체를 정제해야 했다. 오래간만에 실험을 그것도 새로운 곳에서 실험을 하려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우선 물건들이 있는 곳을 모르니 다 물어봐야 했다. 기본적인 기기 교육들도 새로 받아야 했다.
이제 막 실험을 시작해서 열심히 해야지 싶었더니, 23일부터 연말까지 연구소가 닫는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날부터 쉬는 게 아니라 기기 의뢰를 받는 것들은 이보다 더 일찍 15일쯤부터 이미 서비스를 모두 마감했다. 연말이라고 어수선했다. 일찌감치 휴가를 쓰고 떠나는 사람들이 절반이었다. 온 도시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을 생각하며 여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모든 곳이 문을 닫는다고 일찌감치 들어왔기에, 이브에 미리 장을 잔뜩 보고 왔다. 혼자지만 크리스마스 맞이 요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쓸쓸하지 않게 넉넉하게 차릴 생각으로 장을 한 보따리 봐왔다. 마트에 크리스마스라고 평소와 다르게 푸아그라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하나 큰맘 먹고 사 왔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늦잠을 잤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낮잠까지 자면서 보내다가 이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혼자 먹을 저녁을 차릴 계획을 세웠다. 사이드 메뉴들과 샐러드, 스테이크 등 메뉴를 짜고 요리할 순서들을 정리했다. 영상을 만들 생각으로 폰으로 녹화를 하면서 하다 보니 순서대로 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2시간쯤 지나서야 저녁이 완성되었다. 차려놓고 보니 그럴듯했다. 코스로 순서대로 나와야 식지 않고 먹고 좋겠지만, 한정식 마냥 모든 것을 한 상에 차려놓고 먹었다. 요리하는 동안 냄새를 많이 맡아서인지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사진으로 찍어보니 화려해 보였고 그다지 쓸쓸해 보이지 않는 크리스마스였지만, 실제로는 별로 먹지도 못하고 냉장고에 포장해서 담아둔 것이 한가득이었다. 사진으로는 남지 않을 쓸쓸함이었다.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아무런 계획도 없었기에 집에서 그저 잠만 자면서 우울하게 보냈다. 밖으로 나가는 날은 장 보러 가는 날 뿐이었다. 31일에는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한국에서도 혼자 새해를 맞이한 적은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더 혼자라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얼른 새해가 되고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일찍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자려는데 밖이 너무 시끄러웠다. 사냥을 하는 건지 펑펑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계속 들렸다. 무슨 전쟁이라도 난 듯 시끄러워서 창밖에 내다보았다. 멀리서 불꽃이 보였다. 불꽃놀이인가 싶어서 자세히 볼 겸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여기저기 곳곳에서 불꽃을 쏘고 있었다. 아마도 새해에는 원래 이렇게 불꽃놀이들을 하는 것 같았다. 미리 알았다면 어딘가 놀러 나갔을 텐데, 알지 못해서 혼자 누워서 자려고 했던 게 아까웠다. 불꽃놀이를 보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이 사서 하는 거라 큰 화려함은 없지만 불꽃놀이만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기대감과 설렘이 느껴져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