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활동으로 가득 찬 4월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하면서 2022년 4월은 다양한 활동으로 가득 찬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식당들에서 외식을 해서 식당 4곳을 가 보았고, 좋아하던 가수의 콘서트도 갔으며, 연구실 사람들과 볼링도 치러가고 부활절 런치에 초대받아 동료 집에 가기도 했다. 게다가 여행으로 동화 같은 근처 도시에도 다녀왔으며 베이스도 치고 그림도 그리면서 일상을 채워나갔다.
일주일에 1회 외식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보통 30~40유로 정도를 쓰게 되는데, 몇 번 가보다 보니 10유로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앙트레와 메인을 30유로대에 먹는 곳은 어떤 요리라도 가니쉬를 동일하게 쓰는가 하면, 10유로만 더 내는 곳을 가도 가니쉬도 요리마다 다르도 샐러드의 채소들도 아무거나 쓴 느낌이 아니었다. 경험을 하면 할수록 돈이 있어야 더 좋은 경험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어 조금은 슬프다. 나는 이 시대의 가난한 박사 후 연구원이니까.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인 제임스 블런트가 내가 사는 도시에서 콘서트를 한다. 실수로 티켓을 두 장을 사버렸는데 이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동생이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티켓이 서로 다른 위치라 함께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공연을 보고 함께 얘길 나눌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처음 노래가 시작할 때는 목소리가 안 풀린 건지 고음이 안정적이지 않아 실망하며 이 사람도 늙었나 했지만 점점 목이 풀리면서 내가 좋아하던 그 소리의 가수였다. 공연은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능숙하고 좋았다. 같이 간 동생은 잘 모르는 가수임에도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몇 곡에는 가슴이 울려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했다. 뿌듯했다.
부활절 휴일쯤 주말에는 근처 동화 같은 도시 콜마르에 한국인 친구와 여행을 갔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었던 콜마르는 어디를 배경으로 찍어도 동화 같은 사진이 완성되는 예쁜 도시였다. 도시가 크지 않아 당일치기로 최적화된 관광지 같았다. 사람이 많았지만 날씨가 워낙 좋고 부활절 시즌이니 당연하게 여겨졌고 사람이 많아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사람이 정말 많은 서울을 많이 겪어봐서 인 것 같다.
콜마르를 다녀온 바로 다음날은 부활절 맞이해서 런치를 준비한다며 연구실 동료가 집에 초대를 했다. 동료와 와이프가 반갑게 반겨줬고, 내가 와인을 잘 모른다 하니 와인 5병을 준비해서 12시간 동안 머물며 4코스 음식에 와인을 곁들였다. 대화는 내가 주도하기보다는 나는 주로 듣는 사람이었지만 다양한 주제들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 동료들과 퇴근 후 볼링 모임도 가졌다. 연구실 사람들 열명 정도와 함께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 하면 응원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의미 있었다. 이렇게 소셜라이징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모든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취미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림을 다시 계속 그리기 시작했다. 다녀온 식당들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채색하고 느낀 점들을 메모했다. 잘 그리려고 애쓰지 않을수록 좋은 그림이 나왔다. 베이스 레슨도 꾸준히 갔다. 비록 일주일에 한 시간뿐이지만 덕분에 베이스에서 완전히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실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던 점 외에는 사적인 생활에서는 이보다 밸런스가 좋을 수 있을까 싶게 여러 면에서 풍성하고 안정적인 한 달이었다. 흐리기만 하던 겨울과 다르게 푸른 하늘도 계속되고 햇볕을 매일 보면서 기분도 한결 나아졌단 것 같다. 이런 날만 계속된다면 나 스스로 내 삶도 행복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더딘 연구결과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며 이 편안한 생활들을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다. 즐길 때는 즐기기만 하면 좋을 텐데 난 여전히 그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