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여행 준비
엄마가 내가 있는 나라로 오신다. 원래는 겨울에 내가 한국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이제 막 일 년을 채웠고, 아직 계약은 6개월이 남아있으나 연장을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곧 한국을 갈 테니 굳이 한국에 가야 하나 싶었다. 차라리 여행겸 가족들이 나를 만나러 이곳에 오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그리하여 엄마가 내가 있는 나라, 프랑스로 오시기로 해서 파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엄마는 혼자 어디를 가는 분이 아니다. 해외를 나갈 때도 항상 우리와 함께 이거나 누군가와 함께 였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공항으로 픽업을 가긴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혼자 비행기를 타고 오셔야 했다. 그래서 나중에 엄마가 말씀하시길, 너무 겁이 나서 괜히 간다고 했나 하는 생각을 몇 달이나 하셨다고 했다.
엄마가 처음에 오신다고 하셨을 때는 기뻤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니 조금 걱정스럽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나보단 예민하고 깐깐하신 분이라, 숙소도 식당도 모두 잘 골라야 하기에 모든 것이 갑자기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압박감을 느꼈다. 나를 만나는 게 주목적이겠지만, 내가 사근사근한 딸도 아니고, 조금은 차가운 딸이기에 일주일간 엄마와 둘이서만 어떻게 지내야 할까 하는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이런 걱정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전에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엄마가 오시기 한 달 전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모든 결정을 미루고 있다가, 급하게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혼자 잔다면 최대한 싼 호텔로 10만 원대로 하거나 에어비앤비로 찾겠지만, 너무 싼 호텔의 경우 청결도나 여러 면이 걱정되었고, 에어비앤비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넉넉히 돈을 써서 못해도 4성 호텔로 잡는 수밖에 없었다. 돈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언젠가 아버지께서 엄마 여행 경비는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싶었다.
호텔을 결정하고 나니,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확인해보니, 엄마의 일정을 잘 못 알아서, 호텔 1박을 덜 했었다. 급하게 호텔을 찾는데 같은 호텔이 없어서 바로 옆 호텔로 예약을 했다. 최근 들어 예약할 때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자주 한다. 정신이 딴 데 있는 게 분명하다.
어찌어찌 호텔을 처리하고 나서는 시간이 남을 때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계획은 한두 시간 만에 금방 짰다. 계획을 짠 후, 언니와 친구에게 보여주니 언니는 내게 계획 짜는 게 대단하다고 했고, 친구는 엄마 같은 어르신들에게 조금 피곤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 있게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싶었다. 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고 나니 딱히 뭔가를 더 할 게 없었다. 그냥 오시기를 기다리면 된다 싶었다.
시간은 내 생각보다도 빠르게 흘러 오시는 주간이 되었다.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엄마를 일 년 넘게 못 만나다가 만나는데, 어색하진 않을 거다. 엄마니까. 하지만 난 워낙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 하루 종일 누군가와 붙어 일주일을 지내본 적이 없었다. 길어야 3일 정도였고, 일주일은 내게 참으로 긴 시간으로 언제나 3일 후부터는 언제나 조금 힘겨워졌었다. 엄마에게도 이런 느낌을 느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엄마가 도착하시는 당일이 되어버렸다. 멍청하게도 엄마의 도착시간을 잘 못 알아서 (정오로 알았으나 엄마는 오후 6시 반 도착이었다.) 아침 7시 반 기차를 타야 했다. 기차역까지 가는 시간도 걸려서, 6시에 일어나 미리 챙겨둔 짐을 가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침 기차였지만 기차역은 사람이 제법 가득했다.
파리에 도착하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뮤지엄 패스를 실물로 교환해야 했기에 뮤지엄 패스를 교환하고는, 근처 아시아 마켓에 가서 쇼핑을 좀 했다. 파리의 한인마트에는 내가 사는 동네의 아시아 마켓에 비해 한국 물품들이 훨씬 많다. 사고 싶은 물건들을 좀 사고, 엄마가 밤에 도착하시기에 호텔에서 한국 도시락을 좀 드시면 좋겠다 싶어서, 소고기 김밥에 무말랭이 무침을 샀다. 맛있기를 바랐다.
공항으로 가기까지 못해도 5시간이 남아서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가, 크리스마스 마켓을 본다고 파리에 와있는 한국인 지인이 생각나 연락했다. 파리의 쌀국수가 베트남보다 맛있다는 그런 말을 들어서, 쌀쌀한 날씨에 쌀국수 먹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좋다고 해서 같이 만나기로 했다. 파리 쌀국수 하면 뜨는 여러 가게 중 탑 3안에 드는 Song Heng이란 가게였다. 가보니 웨이팅이 있었으나 회전율이 좋은지 금세 줄어들었다. 가게는 매우 좁았다. 쌀국수의 국물은 조금 달짝지근했고, 고수가 아닌 민트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레몬도 넣고 민트도 넣으며 제조했다. 면을 아주 잘 익혔다. 초반에는 맛있었으나 계속 먹으니 조금 질리는 맛이었다. 조금 달아서 그런 듯 싶었다. 쌀국수를 먹고는 지인과 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그냥 쉬었다. 그러다 공항으로 가기 시작한다.
늦지 않게 도착할 생각으로 가다 보니 너무 빨리 도착해버렸다. 최소 한 시간 반은 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며 월드컵 8강전 브라질전을 보았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였다. 당연히 브라질이 이길 거라 예상했지만 웬걸. 스포츠는 스포츠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승부차기 끝에 크로아티아의 승이었다. 경기를 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이제 곧 엄마가 나오실 시간이다. 괜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모두 무사히 지나가길 빌었다. 엄마가 즐거워하시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