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엄마가 오셨다. (2): 대성당과 크리스마스

엄마와의 일주일

by 이확위

엄마는 여행을 가도 그곳의 성당을 찾아서 다니시는 분이다. 엄마가 오시기 전에 파리에 한인성당이 있어서 매주 주일미사가 있다고 전해 듣고는, 일정에 추가해두었었다. 아침은 가볍게 근처 빵집에서 사 온 빵, 샌드위치와 엄마를 위한 요구르트, 과일 등으로 호텔방에서 가볍게 해결하였다. 미리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둔 후, 엄마와 함께 파리 한인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은 내 예상보다 더 아담한 곳이었다. 들어가니, 사람이 별로 없다 싶었는데, 미사 직전에는 모든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아직 그다지 믿음이 없는 나에게는 이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그래도 한국어로 하다 보니 다 알아들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신부님의 강론도 나쁘지 않았다. 미사를 마치고 나니 조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자들 간의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 한마디들이 따뜻했기 때문일까? 엄마와 함께 성당에서 다시 돌아와 기차역 근처의 호텔에 돌아가 짐을 찾고는 근처 카페에서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 간단하게 점심을 시켜먹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기 위해 스트라스부르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파리에서 출발한 기차는 한 시간 반 만에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온 유럽에 유명한 이 도시의 빅 이벤트이다. 연중 가장 많은 관광객들로 이 도시가 시끌벅적해지는 기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렸다. 엄마에게 대성당을 보여드리려고 했기에 서둘러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방에 놔뒀다. 일요일 저녁은 5시 15분까지 호텔 입장이 가능하다고 들었기에 서둘러 엄마를 모시고 대성당으로 향했다. 대성당의 웅장함에 엄마가 감탄하셨다. 화재로 인해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볼 수 없었기에 엄마를 위해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마켓만을 위해 이곳을 찾지만, 나는 대성당이 없었다면 엄마를 모시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성당에서 신나는 듯이 이곳 저것 구경하시며 사진을 찍었다. 성당 안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들을 성가대가 부르고 있었다. 평소보다는 관광객들 때문인지 성당 내부에서 많은 곳이 통제로 막혀있었고, 지붕 쪽도 보수공사 중이라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자랑인 천문시계도 통제되고 있었다. 아쉬웠다.


성당을 예상보다 일찍 보고 나오고 보니 예약해둔 식당에 가기까지 거의 한 시간 반이 남아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추위를 고려하지 않은 나의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먼저 성당 앞 마켓을 둘러보았다. 뱅쇼를 하나 사서 엄마와 나눠마시는데, 하필이면 맛없는 뱅쇼를 샀다. 엄마가 잘 드시지 않았다. 그런 뱅쇼를 내가 거의 다 마셔야 했고, 마켓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켓을 다 보고도 시간이 남아서, 광장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여드릴 겸 모시고 갔다. 스트라스부르의 트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생화 트리이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와 그 아래 장식품까지 엄마는 모두 사진 속에 담고 싶어 하셨다. 꽃꽂이를 하시는 분이라, 이런 모든 걸 아이디어라고 보시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예쁘다고 감상하고 마는 나와는 달랐다.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관찰하셨다. 식당 예약까지 한 시간이 남아서 계속 걸으며 도시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았다. 이렇게 온 도시가 장식된 곳은 세계에서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고 하셨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렇게 감탄하는 것도 몰려오는 추위가 엄마를 지치게 했다. 아직 식당 예약까지 시간이 남아있는데 엄마는 추위에 한계라고 하셨다. 손끝이 다 얼기 시작한다고 하셨다. 카페를 들어가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근처의 가게들을 들어가서 구경하며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초콜릿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조금 더 둘러보며 따뜻하게 있어야 하는데, 엄마는 조금 보시다가 살 것 없다며 바로 나가려 하셨다.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춥다면서 나가려 하니 나는 조금 짜증을 냈던 것 같다. 나는 계획을 세우길 좋아하고, 계획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렇게 추위를 많이 타는 엄마로 계획대로 온전히 되지 않음에 날이 조금 섰던 것 같다. 나의 배려심 부족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본 곳을 또 보고, 시간을 보내다가 예약보다 조금 일찍 식당에 들어갔다. 다행히 바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를 보고는 내가 시키고 싶은 대로 시킨다. 이곳 알자스 지역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기 많은 식당을 예약해 두었었다. 조금은 양이 많을 수도 있지만, 엄마가 맛봤으면 좋겠다 싶은 메뉴들로 요리를 시키고, 식전 주도시켜서 엄마와 샴페인을 맛봤다. 엄마가 여행 전에 여행경비를 어느 정도 보내주셔서,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샴페인을 마시고, 따뜻한 식당의 온기에 엄마는 금방 몸이 녹아 컨디션을 회복하셨다. 먼저 이 지방 요리 중 내가 제일 잘 먹는 딱뜨플렁베다. 다 못 드실걸 알았기에, 절반 사이즈로 주문했다. 엄마는 조금 탄 부분이 있으니 탔다고 안 드셔서 나와 서로 바꿔먹었다. 탔다의 기준이 엄마는 조금만 까매도 안 드셨고, 이곳에 일 년 가까이 있으면서 나는 탄 요리에 조금 관대해졌다. 엄마가 딱뜨플렁베를 그래도 잘 드셔서 좋았다. 그다음 돼지 목 요리와 알자스 고기 스튜가 나왔다. 돼지 목 요리에는 감자와 사워크라우트가 곁들여 나왔는데, 엄마가 이 날 테이블에서 가장 잘 드신 것은 힘 빠지게도 사워 크라우트였다. 사워크라우트는 독일의 발효 양배추 절임이다. 엄마가 예전에 독일로 출장을 종종 가셨었기에 드셔 보았던 경험도 있고, 아무래도 발효된 양배추다 보니, 김치를 먹는 한국인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는 맛이지 않나 싶다.


다음날 아침에는, 집에 가서 일주일간 파리에서 머물 짐을 싸고는 급하게 밥을 해서 냉장고 재료들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엄마에게 한 끼 정도는 요리를 해드리고 싶었던 마음이랄까. 호텔로 돌아가서, 내가 만들어 온 김치볶음밥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그런 후,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갔다. 엄마가 성당의 수녀님에게 부탁을 받아 선물들을 사셔야 한다고 했기에 같이 소품들을 구경했다. 기차를 타러 가야 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최대한 둘러보며 수녀님이 좋아하실 것들을 사려했다. 원래는 수녀님께 사진을 보내드리면 수녀님이 원하는 것을 사려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바로바로 연락이 되질 않기에 이 계획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답장이 없어 다른 것들을 사고 나니 뒤늦게 연락이 와서 다시 물건을 사러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원하는 물건들을 어느 정도 제법 다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수녀님께 드릴 물건까지 모두 산 후에는 호텔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챙겨 기차역 근처로 향했다.


터키나 인도요리 같은 향신료 가득한 요리들도 잘 드시는 엄마였기에, 간단하게 케밥으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전에 가보았던 괜찮았던 곳으로 엄마를 모시고 갔다. 엄마에게 사드리기에 너무 저렴한 요리인가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저녁에 괜찮은 식당을 예약해두었기에 한 끼는 자유롭게 먹어도 될 거라 생각했다. 양고기를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해 양고기로 주문을 했다. 다행히 잘 드셨다. 비싼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 번 여행에서 많은 경우를 엄마보다는 내 생각으로 결정했던 것 같다. 뒤늦은 후회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간 일인 것을.


다시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돌아오고, 다시 호텔 체크인을 한다. 이제 여행 끝까지 호텔을 옮길 필요가 없다. 엄마도 기뻐하셨다. 계속 짐을 싸고, 이동하고, 조금 피곤하셨었나 보다. 호텔에서 쉬다가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갔다. 내가 좋아하는 오리고기 요리는 마가렛드까나드를 맛 보여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고, 오늘의 메뉴인 다른 생선요리도 그다지 즐기시지 못했다. 미리 예약해두고 준비했던 것인데 그다지 즐기시지 못하니 기운이 빠졌다.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힘이 빠진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잘 받아들이질 못 했다.

내가 세워둔 계획들이 있었고, 그 계획대로 행해져야 마음이 편했다. 중요한 것은 계획의 실천이 아니라 엄마가 얼마나 만족하냐인데, 계획 실행에 정신이 팔려 엉뚱한 것에 집중하며 중요한 것을 많이 놓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