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엄마가 오셨다. (5): 루브르와 마지막 만찬

엄마와의 일주일

by 이확위

벌써 엄마와의 여행이 일주일에 접어들었다. 관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루브르를 가긴 가야겠다 싶었는데 엄두가 안 나서 한국어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3시간 짜리였다. 투어를 하면 많은 작품을 맘껏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차피 루브르 40만 점의 예술품을 다 보려면 일주일로도 벅차다. 루브르를 안 가는 것보다는 가는 게 나으니 나의 선택이 가이드 투어였다.


오전 투어를 신청했기에 아침 9시 전에 루브르에 모여야 했다. 아침식사를 서둘러하고, 루브르에 도착한다. 늦지 않는다. 혹시 모를 시간에 대비해서 여유롭게 도착했다. 도착한 후 수신기를 받는다. 유선 이어폰이 없어서 전날 어렵게 유선 이어폰을 구매해서 가져왔는데, 가이드분이 이어폰 안 가져온 사람들에게 이어폰을 나눠주고 있었다. 대다수가 이어폰을 가져오지 않았었다. 뭔가 맥이 빠졌다.

단체 투어는 입장하는 곳이 달랐다. 준 길을 설 필요 없이 금세 입장할 수 있었다. 가이드가 능숙하게 그룹 투어들 짐 맡기는 곳에 가서 짐을 맡기게 해서 가볍게 투어를 돌 수 있었다. 루브 르내에서의 소매치기도 걱정되었는데, 짐을 가볍게 하니 핸드폰만 챙기면 되었기에 좋았다. 가이드 투어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루브르에 입장했다. 처음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가는 곳곳 설명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투어로 설명이 곁들여지다 보니 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한 작품을 보더라도 자세한 설명과 주요한 시대에 따라 관람 포인트와 미술사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엄마께 나중에 정리해 드릴 생각으로, 핸드폰으로 가이드분의 설명을 받아 적었다. 받아적느라 더 집중해 들어서인지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루브르에서 내가 본 것은 1%로 되지 않겠지만, 본 모든 작품들이 워낙 대작들이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엄마가 가이드의 설명들을 좋아하셔서 마지막 관광을 이것으로 선택한 나 자신이 기특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마지막 만찬으로 치즈를 잘 드시는 엄마에게 라끌렛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치즈와 감자, 빵, 햄이겠지만 이곳에서의 라끌렛을 한국에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임을 알았기에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예약을 하려 보니, 금요일 저녁이라 저녁 식사 시간인 7시 이후는 다 차있고 5시 반 한 타임 남아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때로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하고 보니,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가 너무 짧았기에 점심을 가볍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엄마가 잘 드셨던 쌀국수를 또 생각했다. 사람들이 파리의 쌀국수 3 대장으로 뽑는 곳 중 한 곳이 호텔과도 가까웠다. 그곳에 모시고 가기로 했다. 엄마에게 쌀국수 괜찮냐 했더니, 전날 먹은 거라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왜 쌀국수를 하려 하는지, 저녁 식당 예약에 대한 얘기를 하니 납득하시고 그럼 쌀국수로 먹자고 하셨다. 웨이팅을 30분 정도는 한 것 같다. 엄마가 그다지 잘 드시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전날 쌀국수를 드셔서, 질리신 게 아닌가 싶다. 반면에 나는 전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잘 못 먹었다면, 이 날은 좋아하는 쌀국수라 큰 사이즈도 잔뜩 먹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엄마는 짐을 싸기 시작하셨다. 엄마가 루브르 가이드 투어를 좋아하셨기에 유튜브로 오르세 투어를 찾아서 틀어드렸다. 엄마가 좋아하셨다. 다음에 여행 갈 곳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면, 미리 유튜브로 투어 영상을 봐서, 공부를 해두고 자유롭게 박물관들을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경험을 통해 하나씩 배우는 거다. 유튜브를 듣고 짐도 싸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 식당을 향해 나섰다.


라끌렛 2인에 와인 하나를 시키고, 엄마가 다양한 치즈를 경험하시면 좋을 것 같아 치즈 플레터도 하나 시켰다. 치즈 플래터가 종류는 적고 양은 많았다. 그것만 없었다면 이 식사가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엄마가 치즈 플래터의 치즈들은 짜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셨고, 음식이 먹지도 못하고 남는다며 별로 좋아하시지 않았다. 많이 생각하고 골랐던 식당이기에 내 생각만큼 즐기시지 못하는 모습에 조금 아쉬움이 밀려왔다. 엄마가 잘 즐기시지 못해서 내가 억지로 더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라끌렛은 먹을 때는 쉽게 질리는 것 같은데, 나는 나중에는 자주 생각이 난다. 치즈, 감자, 햄의 조합을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와인도 마시면서 기분이 나아져서 평소보다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하지만 엄마가 피곤해하셔서, 그만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마저 짐을 싸고는, 별다른 대화 없이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위해 잠에 들었다.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엄마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모든 준비를 마치셨다.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자니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 아침식사를 패스하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파리 북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CDG로 향하는 기차가 오지 않았다. 십 분을 기다리다가 조급함에 근처 사람을 스캔하고 영어를 할 줄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영어 할 줄 아냐고 묻고는 여기가 맞는 플랫폼인지 물어보았다. 아니었다. 서둘러 제대로 된 장소로 가서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8시에 공항에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했다. 짐을 부치기 위한 줄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시간 전에 도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항에서부터 엄마가 제대로 가셔야 할 텐데 하는 걱정에 신경이 곤두서서는 엄마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 짐을 잘 부치고는 공항 내 카페에서 엄마가 드실 아침을 골랐다. 요구르트, 샐러드, 빵. 먹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저 맘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가 하는 말에 하나하나 따뜻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식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깊이 있는 따뜻한 인사는 없었다. 그저 가세요. 정도였다. 내 솔직한 마음이 그렇게 차가운 건 아니란 걸 엄마가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엄마가 출국 심사하는 곳으로 가신 후, 게이트까지 제대로 가시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어 공항에 앉아 기다리며 엄마와 연락했다. 엄마가 제대로 가신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늦게 예매해서 대부분의 기차가 매진이었고, 7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최대한 시간을 때웠다. 폰을 하면서 하다가 폰을 충전하려 보니 보조배터리가 방전이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처럼 아무데서나 충전할 수가 없다. 폰이 꺼지면 기차표 스캔도 할 수 없어서, 폰을 꺼버렸다. 여전히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카페를 전전하기보다는 그냥 기차역에서 기다리자 생각하며 기다렸다. 아마도 이 날 우울함이 조금 남아서 그랬던 건지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추위 속에서 그냥 기차역에 앉아서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4시간을 기다렸다. 추울 때는 근저 가게에 들어가 둘러보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는 다시 나왔다. 대체 이 날 왜 그렇게 바보같이 시간을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엄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일주일간 느끼지 못했던 추위였다. 함께 있다 혼자가 되어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날이 추워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추웠다. 그런 추위를 견디다 집에 도착하니 너무나도 피곤했다. 너무 피곤해서 계속해서 누워있었다. 그렇게 남은 주말을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나니 괜히 죄송한 게 너무 많았다. 후회가 많다. 다른 기회가 있다면 이번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싶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모두 지나간 일이기에 그런 것일 거다. 또 다른 기회가 생기면 아마 또 다른 후회도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