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건 티가 난대요
한동안 아무런 취미 생활을 하지 않으며 퇴근 후 집에 누워만 지내다가, 다시금 취미활동들을 하면서 생활을 보다 활기차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림 그리기다. 그림을 꽤나 빨리 그리는 편이라서 30분이면 보통 하나를 완성한다. 온전히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면, 결과물도 있어서 그런지 하나를 마친 후 약간의 성취감을 느낀다. (그림이 맘에 들 때는 더더욱 그렇다.)
다시금 그림을 그리려고 스케치북을 꺼내고 물감과 붓을 꺼낸다. 그런데 뭘 그릴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주로 내가 요리했던 음식들을 그리고는 했는데, 최근 요리를 한 게 그다지 없었고 그리고 싶은 음식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내가 좋아하는 개다. 구글링으로 나의 꿈의 개인 레트리버의 사진을 찾아서는 레트리버를 그린다. 어딘가 비율이 이상해서 온전히 맘에 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하나를 그려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에도 다시 그림 그릴 준비를 했다. 이날도 개를 계속해서 그리기로 했다. 이번에도 좋아하는 보더콜리를 검색해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면 꼭 사진을 찍어서, 내 그림의 1호 팬인 내 베프와 언니에게 보내는 편이다. 그러면 그 둘이 각각 코멘트를 해준다. 언니가 말했다. 내가 개를 그리면, 개를 좋아하는 게 그림에서 보인다고. 애정이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귀엽기에 고양이를 그리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잘 그려지지 않았다. 애정의 문제인지 실력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실력 때문이리라)
그렇게 며칠을 매일 그림을 하나씩 그렸다. 그리는 순간이 너무 재밌다. 그리고 예전 그림과 비교해 보며 실력이 조금이나마 향상된 느낌이 들면 나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면 이렇게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을 다시 찾아 행동에 옮긴다. 우울증의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이럴만한 에너지조차 없어서 어쩔 수 없지만,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때가 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상의 변화를 주기 위해 애쓴다. 아무것도 애쓰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스스로 나를 위해 변화를 주며 나아지기 위해 애써야 한다. 나는 조금은 그 방법을 터득해서 우울, 불안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