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조회수 높은 글 vs 쓰고 싶은 글

마음을 따르자.

by 이확위

브런치 작가 신청서는 아주 쉽게 5분 만에 완성했었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확실했었고, 요즘에는 뜸하지만 나 홀로 열심히 써오던 블로그 글이 있었기에 신청서 작성은 쉬웠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싸워온 우울,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내가 느껴온 것들을 글로 써내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 승인이 되자마자 야심 차게 첫 글을 써서 올렸다. 처음 올렸던 글은 힘들게 써 내려간 글이었다. 나 홀로 간직해 온 나만의 비밀을 온 세상에 오픈하는 거였기에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가진 아픔과 싸워 온 나의 삶에 대해 써내려 갔고, 글을 제법 꾸준히 올렸다. 써보고 싶던 글을 다 토해내고 나니 더 이상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동안 잠시 브런치와 멀어져 있었다.


어느 날, 다시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요리에 대해 글을 썼다. 나는 퇴근 후 매일 저녁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매번 사진을 찍어 남기기 때문에 요리와 음식에 대해서라면 쓸 주제들이 충분했다. 그렇게 글을 몇 개 써서 업로드했다. 그러고 한 이틀이 지나서인가 갑자기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조회수가 천을 넘겼다고 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잠시 후 2천이 넘었다고 또 알람이 울린다. 정말 무슨 일인가 싶어 브런치에 접속해서 통계를 살핀다. 외부유입이라고 뜨는데 대체 이게 뭔가 싶다. 갑작스러운 조회수 폭등에 브런치 외부유입에 대해 검색해 본다. 다음 메인에 노출된 경우라고 한다. 다음에 접속해 본다. 정말로 다음의 홈&쿠킹 메인 페이지에 내 글이 올라가 있다. 신기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바로 다음 글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후속글을 올린다. 다음날이 되니 또다시 조회수가 오른다. 이번엔 새로 올린 글이 조회수가 올라간다. 다음 메인 페이지를 확인하니 새로운 글이 또 노출되었다. 이런 날이 2주를 넘겼다. 다음 홈&쿠킹의 에디터가 내 글을 좋아하나 보다 싶었다. 2주 동안은 정말 신나서 계속 올렸다. 일 년간 프랑스에서 살면서 계속해서 요리를 했기에, 쓸 글들은 차고 넘쳤다. 하루에도 세 편씩을 쓰고도 쓸게 아직 많아서 미리 써서 저장해두기도 했다. 한편 한편 써내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조회수가 잘 나오면 뿌듯했다. 사람들이 글을 전부 읽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클릭했다면 조금이라도 읽지 않겠는가. 조회수는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몇 달을 꾸준히 요리에 대한 글을 써댔었다. 그렇게 요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조회수는 언제나 잘 나왔다. 정말 다음 메인에 이렇게 내 글을 계속 노출시켜 줘도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이 노출되었다. 누적조회수가 40만을 넘겼다. 그런데 그렇게 조회수가 많지만, 댓글이나 피드백이 그다지 없었다. 하트수도 그리 많진 않았다. 조회수만 많고 뭔가 사람들이 정말 글을 읽나 싶었다. 게다가 점점 요리에 대한 글만을 쓰면서, 글의 질이 점차 나빠지고 있었다. 초반에 썼던 글은 좀 더 그 요리와 관련된 나의 추억이나 다른 경험들을 녹아내려 애썼는데, 어느 순간 그저 이런 요리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서 먹었다 정도의 가벼운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름의 글이라고 쓰고 있지만, 나의 생각을 담아내질 못하니 글 쓰기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이 적었다.


그래서 혼자 다짐을 했다. 다짐하는 글도 적어 브런치에 올렸다. 나만의 챌린지로 50일 꾸준히 요리 외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겠다는 거였다. 한 25일 정도까지는 꾸준히 글을 썼다. 내 나름 하루하루 새로운 주제로 쓰려고 노력하며 써갔던 것 같다. 그런 글은 다음에 노출되지 않아서인지 조회수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덧 조금은 늘어난 구독자분들 덕분인지 꾸준히 하트를 눌러주며 읽어주는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고마웠다. 한 달 가까이 쓰다 보니 조금 지쳐왔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조금 글쓰기에 질렸다. 그래서 챌린지를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다.


2023년 새해가 되었다. 언제나 새해엔 새해다짐을 하며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다시 브런치에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 다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다. 2023년에 나의 생활, 생각을 적어가는 시리즈를 써야겠다고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었다. 뭔가 글을 쓸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쓰고 있다. 여전히 요리와 관련된 글의 경우에만 조회수가 높이나 오는데, 이제는 더 이상 조회수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진정성 있는 글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 최근에 우울, 불안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생각할 시간들이 많았다. 조금은 나아지고 나니, 이때의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글을 써 내려갔다. 여전히 이런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글을 적어 세상에 내놓는 것만으로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짐을 느꼈다. 결국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하나 보다. 그래야 글쓰기에서 내가 느끼고자 하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거다. 조회수가 높은 글 vs 쓰고 싶은 글 중에 나의 선택은 쓰고 싶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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