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경기 전 준비
호텔 입구에서부터 갑자기 한국인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선수단과 통솔하는 장애인공단관계자들이 머무는 숙소기에 한국인들이 많은 것이었다. 로비에서 선수분을 처음 만나서 인사했다. 로비에서 보이는 호텔 내 식당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에 30분 늦었지만, 식사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았다. 프랑 스니까 어차피 식사시간이 길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말이다. 선수분께 어렵게 찾아온 부품을 건네드리며 다시 한번 이 물건이 맞냐고 재차 확인했다. 맞다며 고맙다고 해주셨다. 선수분이 한국에서 챙겨 온 선물이라며 홍삼을 건네주었다. 사실 난 홍삼을 먹진 않지만 고맙게 받았다. 생각하며 사다 주신 그 마음이 고마웠다. 메일로만 연락하던 기술위원분도 만났다. 기술위원분도 프랑스에 오는 줄 몰랐었다. 사실 이때까지 기술위원이 뭘 하는 존재인지 잘 모르던 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들이 대회 심사위원이셨다.) 선수분과 함께 얘기도 나누고 서로 알아가며 식사도 할 겸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 음식을 아주 천천히 가져다주기 시작한다. 선수분이 음식을 너무 느리게 준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연구실 그룹디너를 하는데 저녁을 3시간 동안동안 먹었던 얘기를 했다. 선수분은 강원도에서 학교 선생님을 하신다고 했다. 서로에 대한 자기소개 같은 시간이었다. 내가 언제 여기 왔는지, 여기서 뭘 하는지와 같은 얘기들을 하며 식사를 했다. 식사는 특별히 맛있지도 없지도 않은 그냥 먹고 넘길 식사였다. 그래도 공짜 식사니까 좋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사람들의 소리가 한국어인 게 너무 반가웠다.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에게 둘러싸였던 게 언제인지 (겨우 일 년 지났을 뿐인데) 아득했다.
식사를 마치고 선수분과는 인사를 하고, 장애인공단에서 준비한 셔틀을 타고 통역원들이 머무는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방은 2인 1실로 배정되었다고 들었기에 누구와 룸메가 될지 몰라서 먼저 도착했을지 모를 룸메 때문에 카드키를 방문에 갖다 대며 긴장되었다. 방에 들어가니 머리 긴 여자분이 인사해 주셨다. 서로 간단하게 소개를 나눴다. 파리에서 오셨다고 했다. 서로 인사를 하고는 내일 일정에 대한 얘기들을 했다. 둘 다 종목만 배정받았지, 내일 있다고 예정된 통역 교육이라던가 일정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몰랐다. 대부분의 안내사항은 왓츠앱 단체방을 통해 전달되었다.
다음 날 선수단이 있는 호텔에서 통역교육이 있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선수단 호텔로 갔다. 30명이 넘는 통역원들이 있는데 버스로 30분 거리의 호텔을 위한 셔틀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버스를 타러 9시에 걸어가는데, 평일임에도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마치 일요일 아침 같은 풍경이었다. 룸메이트와 걸어가며, 메스의 도시 풍경을 관찰하고 조용하며 깨끗한 도시 같다는 같은 감상평을 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한쪽에 마련된 방으로 모두 안내되었다. 둥글에 의자들이 쫙 나란히 펼쳐져 있었고 각 의자에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이 붙어있었다. 내 이름을 찾아가 자리 잡았다. 조금 늦는 사람을 기다린 후, 관계자가 나와서 인사와 함께 소개를 시작했다. 통역원으로 모인 우리들을 매우 반겨주면서 고마워했다. 통역원이 곧 "신"이라면서, 우리의 역할이 경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국제장애인기능대회에서 종합우승 6연패를 달성한 상태라 이번에 7연패에 도전하는 거라 의미가 깊다고 했다. 장애인공단 이사장님도 나와서 인사를 하시고, 대사관에서 영사님도 오셔서 인사를 하셨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이 행사가 이 분들에게 훨씬 중요하고 뜻깊은 것이구나 싶어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영어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데 문제가 없는 정도일 뿐이지, 여전히 영어의 표현력은 많이 부족하고, 가끔은 듣기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과했고, 경기 전에 통역 교육이 있을 거라 해서 교육받으면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통역 교육이 알고 보니, 통역과 관련된 영어 교육이 아니라 통역원들에게 이번 행사에 대해 안내하는 교육이었다. 국제장애인기능대회에 대한 소개와 종목, 한국팀이 어느 종목들에 참가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교육과 함께 이번 장애인기능올림픽 대회를 위해 제작한 영상을 틀어주셨다. 영상을 보는데 가슴이 조금 뭉클해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선발되어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애써 이곳을 찾아온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교육이 끝난 후, 근처의 아시안뷔페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각자 선수, 기술위원분들과 함께 식사하며 얘기를 나누라고 했다. 식당에 들어서서 내 담당 선수와 기술위원분을 찾아보니, 선수분이 안보였고 기술위원분만 다른 분들과 함께 식사 중이셨다. 기술위원님이 선수는 호텔에서 컵라면을 먹는다고 안 왔다며 식사 후, 식당 밖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셨다. 아시안뷔페라고 들었는데, 대부분은 중식메뉴들로 가득 찬 식당이었다. 빈자리에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 앉아 식사를 했다. 다른 종목 사람들이었다. 이 팀의 통역원은 매우 사교적인 성격에 처음 봤지만 MBTI의 대문자 E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 서로 대화하며 웃는 화기애애한 자리에서 억지로라도 웃으며 겨우 함께해서 식사를 마쳤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디저트까지 다 챙겨 먹었다. 난 먹는 데는 진심이니까.)
전날 심사위원님과는 대화를 못 나눴었기에 호텔로 걸어 돌아가며 나에 대한 얘기들을 하며 소개를 했다. 오늘은 선수와 만나면 종목에 대한 소개, 설명을 듣고 내일 있을 심사위원 미팅이 중요하기에 그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자고 하셨다. 선수단 호텔로 돌아와 선수가 연습 중인 선수의 호텔방을 찾아갔다. 테이블 위에 온갖 전선, 부품, 기기 들이 가득했다. 이 모든 걸 한국에서 가져왔다니 대단하다 싶었다. 밥도 라면으로 때우며 연습하는 열정에 최근 내가 하는 일에서 권태감을 느끼고 모두 관두고 싶어 했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경기하는 과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디테일한 사항들이 지난주에 겨우 발표되어 연습에 필요한 부품을 나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수분이 다음날 심사위원 미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심사장에게 꼭 물어봐야 할 질문들을 불러주었다. 나는 열심히 그 내용을 필기하며 내일 꼭 잘 해내겠다 약속했다.
저녁을 선수단 호텔에서 제공하는데, 거기서 계속 남아있기엔 할 일이 없기에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근처를 둘러보니, 호텔이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었고 거기에 마침 오샹 마트가 있었다. 마트에 들어가 먹을 것들을 좀 챙겨 사 왔다. 호텔에 돌아와 사 온 것들을 먹으며 배를 채우고, 챙겨 왔던 노트북으로 다음 주에 있을 연구실 발표자료를 만들려고 했지만, 노트북을 열자마자 그냥 피곤하니 자고 싶었다. 결국 일은 하지 않았다. 어쩐지 내일부터 시작해도 큰 지장을 없을 것 같았다. 여기 오기 전에는 모든 게 불안하기만 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그냥 모든 게 조금은 잘 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았다. 이제 다음 날이면 본격 경기를 위한 일들이 시작된다. 애써온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나도 최선을 다해서 모두가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오기 전에는 너무도 오기 싫었지만, 와서 다행이었다. 내가 모르던 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