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글쓰기

아날로그 하게 노트에 펜으로 글쓰기

by 이확위

여름 막바지 마지막 짧은 여행 중이다. 다음 주면 보스도 한 달간의 여름휴가에서 돌아오기에 지금이 마지막 휴가를 보내기엔 최적이다. 급하게 갈만한 곳, 할만한 것을 찾다가 얼마 전 있었던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에 간 한국인들의 후기를 보았다. 블러(blur)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아직 블러를 직접 본 적이 없다. 최근 재결합해 다시 투어를 돌기 시작했으니 기회가 없었다. 그들을 보려면 지금이 기회다 싶어 투어 일정을 찾아보니 바로 일주일 뒤 포르투갈의 리스본 페스티벌에 나온단다. 바로 페스티벌을 찾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많다. 그 순간 바로 가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서 바로 페스티벌 3일권을 질렀다. 그런 후 숙소며 항공편이며 모두 급하게, 하지만 최대한 저렴한 걸로 구했다 (요즘 난 가난하니까…)


그렇게 실험을 하고 도시락을 싸와서 절약하는 일상을 보내다가 포르투갈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저렴한 걸로 찾다 보니 스트라스부르-리옹으로 기차를 통해 이동해서, 리옹 공항에서 직항으로 리스본공항으로 가는 게 있었다. 짐도 의자밑에 두는 작은 것만 하고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고 최대한 저렴한 것으로 해서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떠났다.


원래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와서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쓸 생각이었다. 페스티벌은 저녁시간이니 낮에는 카페에서 커피나 즐기며 글을 쓰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려 했었다. 그런데 출발 전날 아이패드가 고장 났다. 전부터 조금 휘어진거같은 느낌이 조금 있었는데 갑자기 탁 소리가 나더니 일부 액정이 분리됐다. 멀쩡히 작동하는 게 신기하지만 이런 상태의 아이패드를 챙겨가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여행을 떠났다.


리옹 공항에 원래 예정대로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니 항공사에서 항공기가 2시간 지연된단다. (아…일찍 좀 알려주지…) 공항에서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기차역에서 산 책도 읽고 스도쿠도 한다. 재미가 없다. 보딩까지 네 시간이 남았다. 글이라도 쓸까 싶어 둘러보는데 노트나 종이 파는 곳이 없다. 어쩐지 출국장으로 나가면 면세점이나 가게들에 있을 것 같다. 출국장으로 간다. 짐검사도 당연히 잘 마치고 살 것 없지만 화장품이나 술 같은 면세품을 슬쩍 구경한다. (살 것은 없지만 항상 구경은 한다.) 그런 후 노트나 펜을 찾는다. 한참을 찾다가 어린 왕자 제품들을 파는 곳에서 작은 노트와 펜을 발견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어린 왕자 값이라 생각하자. 노트와 펜에 9.5유로 지출을 한다.

아직 게이트도 안 떠서 갈 곳 없이 그냥 아무 데도 앉았다. 폰 충전을 하고, 음악은 글에 방해가 안 되는 lofi뮤직을 들으며 글쓰기를 시작한다. 요즘은 브런치 공모전 출품을 위해 예전에 업로드했던 글들을 새롭게 다시 쓰고 있다.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고 두 개의 글을 하나로 합치기도 하며 정말 새롭게 준비 중이다. 목차로 각 챕터는 다 정해뒀기에 뭘 쓸지 고민할 게 없다. 전날 쓰다가 미처 완성 못한 글을 쓴다. 겨우 하나를 완성한다. 오래간만에 노트에 펜으로 글씨를 쓰자니 손이 좀 아프다. 나는 펜을 쥘 때 손에 힘이 좀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안 좋은 습관이다. 고쳐보려고 해도 고치려고 인식하는 그 순간뿐이다. 다시 원래로 매번 돌아가서 오래 글씨를 쓰면 손이 아프다.


비행기가 거의 5시간 지연되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 30이었다. (아침 7시 반에 집에서 나왔는데…) 하지만 비행기를 기다리며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서인지 그다지 피곤치 않았다. 씻고 나와 침대에 누워 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쓰고는 불을 끄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날이 되었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길에도 노트와 펜을 챙겼다. 빵과 커피를 여유롭게 먹으며 노트를 꺼내 글을 쓴다. 아침을 먹고는 공원에 가서 그늘에 앉아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글을 쓴다.

노트가 그리 크지 않으니 어디든 갖고 다닐 수 있는 점이 좋다. 지금까지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해 글을 써서 가지고 다니기가 마냥 편하진 않았다. 아무 때나 글을 쓸 수 없었다. 갑자기 쓰고싶을 땐 스마트폰을 이용했었다. 하지만 아이패드 고장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구하게 된 아날로그 노트는 내게 글쓰기가 더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여전히 손은 조금 아프지만, 틈틈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약간의 고통쯤은 이길 수 있다. 남은 여행기간 동안도 글을 계속 써야지.

*쓰고있는 글들은 여행에서 돌아간 후 노트북으로 써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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