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름이 특이하다. 한국에서는 결코 평범한 이름이 아니다. 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내게 대학시절 많은 친구들이 나를 불러준 "호뚜"라는 별명을 처음 지어준 친구이다. 시험기관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친구가 옆으로 쓱 왔다. 그러더니 말했다. "나 어제 라따뚜이 봤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봤어? 재밌더라." 그러더니 뜬금없이 "어? 라따뚜이. 호 뚜이. 호뚜!"라는 거다. 속으로 '뭐라는 거야'라고 하고 말았는데, 그 뒤로도 재밌는지 날 계속 "호뚜", "호뚜"라고 부르더라. 그러더니 그걸 듣고 주변 다른 애들이 "호뚜가 뭐야?" 하더니 나라는 걸 알고는 모두가 갑자기 날 "호뚜"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잘 모르는 후배가 내게 "호뚜 언니는 ~~"이라며 내게 뭐라고 얘기를 하더라. 나는 속으로 '얘는 누군데 날 호뚜라 부르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호두는 어감이 친근하다. 텔레토비에 뚜비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내 인상도 호두라는 별명과 함께 조금은 다가오기 쉬운 모습이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친구에게 고마움이 있다.
물론 별명 하나 지어줬다고 고맙다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의학전문대학원을 잠깐 준비했던 시절이 있다. 그때 잘 안되면서 일반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꿔 지금은 어쩌다 보니 박사를 마치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시절 꽤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었다. 그때 함께했던 친구다. 나는 중간에 관뒀지만, 이 친구는 끝까지 해내 자기가 원하는 의사가 되었다. 멋진 녀석이다. 그 당시 자신도 공부하며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내가 조금 우울해하거나 뭔가 이상하면 먼저 걱정해 줬던 친구다. 이후에도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에도 내가 뭔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잠수를 타거나 하면 이 친구는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걸어주었다. 참 많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미안함이 많다.
바로 얼마 전에도 파리에 놀러 갔다가 기차역에서 소매치기에게 저항하다가 맞아서 응급실에 갔다. 코뼈가 부러졌는데, 친구들과의 단체톡방에 글을 남겼다. 인턴을 하고 있어서 밤에도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시차로 한국이 한밤중임에도 깨어있던 그 친구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라 바로 내게 전화가 왔다. 숫자 1이 하나 줄어들자마자 걸려온 전화였다. 이 친구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런 점이 이 친구의 좋은 점이다. 그때 전화를 받으며 응급실에서 오래 기다리며 지치고 힘들던 감정들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은 역시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야 하는구나를 생각했다.
이 친구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표현할 줄 아는 녀석이다. 외동아들이 이 친구는 어머니와 전화를 하면서 전화를 끊을 때면 언제나 사랑한다고 말하더라.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렇게 편하게 인사처럼 사용하는 성인 남성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나는 술에 취해 딱 한번 부모님께 사랑한다 전화를 한 적이 있고 부모님은 내게 술은 적당히 마셔야겠다고 말하셨다. 그 후, 다시는 그렇게 술을 마시지도 않고 술을 마시고 부모님께 전화도 하지 않고, 그러니 사랑한다 말하지도 않는다. 나와 다른 이런 솔직함이 부러우면서 좋다. 이 솔직함은 어찌 보면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솔직함이 좋더라. 나이로 대접받는 사회를 싫어해서 그런지, 이 친구의 솔직함이 매력 있더라. 그러니 누나인 내게 어느 날 뜬금없이 (맘대로) 호뚜라 부르며 내게 다른 인연들을 안겨다 줄 수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고맙다. 나를 호뚜라 불러준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