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야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새 일 년이 넘었다는 것이 어젯밤 깨달았다. 브런치 일 년째가 되면 일 년 후기를 써야지 하고 생각했다. 작년 9월 말 즈음에 처음 시작한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2022년 8월 31일이 첫 글이더라. 그러니 이제 일 년 하고도 보름을 넘긴 거다.
초창기에 요리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면서 많은 조회수가 나오자 신이 나서 한 두 달 글을 정말 많이 썼었다. 그런 후, 조금 더 다양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글을 쓰려니 매번 더 고민해야 하고 시간이 걸리니 조금씩 그 수가 줄어들었고, 연말이 되어 엄마가 날 만나러 프랑스에 오시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잠시 손을 놓기도 했었다. 그러다 새해가 되었고, (새해니 새해 다짐은 필수다) 새해에는 전년도보다 더 많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나름 꾸준히 글을 써오긴 했지만 조금은 우울해져 있던 몇 달은 글을 완전히 놓아버렸더랬다. 그러나 조금 다시금 괜찮아질 무렵 내 글을 읽어오던 독자라며 다시 돌아오시길 기다린다는 글을 보고는 다시 브런치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브런치공모전 투고를 위해 열심히 썼었는데, 올해도 브런치공모전 일정이 나오고서야 더욱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었다. 난 뭔가 목표가 있어야 하는 사람인 듯하다. 여름휴가로 간 여행에서도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열심히 써온 시기이다. 글쓰기를 하다 보니 그저 누워서 유튜브를 보던 때보다 머리가 맑은 기분이다. 영상물은 한꺼번에 우리 뇌를 너무 자극하여 피로하게 만든다는 걸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아무래도 모든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일 듯하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쉬어가기 같다. 글을 위해 생각에 잠기고, 그저... 눈으로 바라보며 손을 움직일 뿐이다. 여행에서 손글씨를 쓸 때에는 손에 힘이 들어가 손이 아파 오래 쓰지 못했지만, 노트북 자판을 치면 몇 시간이고 끄떡없다. 최근 일요일 하루에는 네 시간을 글쓰기에 썼더라. (그때 새로운 브런치북을 완성하는 게 그 주말의 목표였다.)
이렇게 올해는 내가 목표로 했던 만큼 전년보다 많은 글을 쓰고 있고, 글 쓰기를 더 즐기고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의 고갈보다는 더 다양한 글감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래도 내가 요리에 대한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만든 요리들이 계속 쌓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 요리뿐만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인간관계나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으로 내 인생의 일부분들이 글감으로 떠오른다. 여러 서로 다른 일들이 하나의 시리즈로 머릿속에서 엮인다. 그러면 그 생각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매거진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생각이 많고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그래도 제법 빠른 내 타자속도도 이 터져 나오는 생각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누적조회수는 85만 회를 넘겼고, 구독자수가 300을 넘었다. 지금까지 발간한 글의 수도 거의 300여 편이니 하루에 0.8편, 억지로 우겨 거의 매일 한 편은 썼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분들도 생겼다. 많지 않은 댓글이지만 내 글 중 어떤 글이 좋다는 메시지를 남기시기도 하고, 내가 겪었던 아픔들에 공감해 주며 자신도 위로를 받았다고도 했다. 꾸준히 하트를 눌러주시는 분들도 있다. 모두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읽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믿음을 줘서 꾸준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 읽어주는 이가 없는 글쓰기라면 그저 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을, 이렇게 내 글을 시간을 들여 읽어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
글쓰기 자체를 즐기기 된 것은 최근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그전에는 요즘처럼 즐거움이 크진 않았다. 요즘은 다른 어떤 취미도 모두 제쳐두고 퇴근 후에는 밥을 먹고 글을 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 머릿속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둥둥 떠다닌다.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직장에서 연구를 위한 아이디어도 계속해서 새로 생각해내곤 한다. 컨디션이 좋으니 직장에서 실험에도 더 집중해서 더디기만 하던 프로젝트가 조금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하루가 나의 일상이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 이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 준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과, 내가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준 브런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