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닭발과 소맥으로 맞이한 생일

by 이확위

프랑스에서 알게 된 한국인 지인들이 제법 생겼다. 지난주에 만났을 때, 이번 주 토요일이 내 생일이라는 걸 알더니 미역국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같이 술이라도 하자는 말이 나왔다. 내가 냉동실에 사뒀던 냉동닭발이 생각나서, 그럼 내가 닭발요리하면 같이 먹을래요라고 제안을 했고, 그들이 좋다며 수락했다. 서로 일정을 맞추다가 내 생일 하루 전날인 금요일 밤에 닭발모임을 갖기로 했다.


닭발은 시간상 미리 만들어둬서 당일에 출근 때 가져가 냉장고에 보관 후, 퇴근 후 약속장소로 가기로 했다. 평일 저녁 퇴근 후, 닭발을 조리했다. 먼저 출근 전 냉동 닭발을 냉장고에 해동되게 넣어두고 갔다. 퇴근하고 돌아와 냉장고에서 서서히 해동된 닭발을 꺼내든다. 발톱을 잘라내야 한다. 닭발조리에서 가장 혐오감이 드는 순간이다. 손톱깎이를 이용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손톱깎이가 내가 쓰는 것 하나뿐이라 닭발에게 양보할 수 없다. 그러니 칼로 하나하나 잘라내준다. 닭발의 발톱을 자르는데 부엌에 룸메가 들어와서 냉장고를 연다. 프랑스인 룸메가 보면 식겁할 수 있으니 등으로 닭발을 최대한 가리고 인사만 한다. 발톱 손질은 징그럽기도 하고 너무 귀찮다. 닭발이 왜 이렇게 많나 싶다. 계속 자르고 또 잘라낸다. 그렇게 손질된 닭발은 먼저 생강가루와 된장을 한 스푼 풀어놓은 물에 10분 정도 삶아주었다. 그런 후, 깨끗하게 씻어내고 다시 물을 부어 15분 더 삶아주었다. 모두 부드러워졌다. 같이 먹을 사람들이 국물닭발을 원했기에 이 육수의 절반만 덜어내고 남은 절반이 있는 채로 양념을 넣어 섞어준다.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생강으로 맛을 낸다. 그런 후 양념을 넣고 섞어준 후 잠시 그대로 10분가량 둔다. 마지막으로 5분간을 다시 끓여내 주고, 통에 담아 식힌다. 식으면 육수에 닭발의 콜라겐성분에 의해 모두 젤처럼 굳어져있다. 식은 닭발을 냉장고에 보관해 둔다.

닭발모임이 있는 금요일 출근길에 닭발을 챙겨간다. 연구소 카페테리아의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혹시나 누가 보고 놀랄까 봐 도시락가방에 담긴 채로 안 보이게 넣어둔다. 루마니아 친구가 자기네 나라도 닭발을 먹는다 하였기에 궁금하면 한국 매운 닭발을 맛보라며 닭발 몇 개를 챙겨주었다. (어땠는지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사람들이 닭발에는 소주인데 근처 아시아마켓에 소주가 다 팔려서 없더라기에, 점심시간에 연구소 근처에 있는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아시아마켓에 가서 소주 두 병을 샀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소주가 없어서 자기는 막걸리 세병을 샀다가 하고, 다른 분은 맥주를 샀다고 한다. 술 잔치가 벌어질 것 같았다.

퇴근 후, 시간에 맞춰 시내 중심가에 있는 지인의 집으로 갔다. 다음날 오전에 시내에서 일정이 있는 걸 아는 지인은 짐을 챙겨 와서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기에 옷가지를 챙겨가면서 짐이 좀 많아졌다. 여기에 닭발, 소주 두 병, 그리고 생일 선물로 받은 와인까지 있어서 짐이 제법 되었다. 지인 집으로 향하는 길에 꽃집이 보였다. 생일을 맞이해서 기분이 좋아 꽃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사도 집에는 다음날 오후에나 갈 테니 나에게 사주는 건 할 수 없었기에, 초대해 준 지인에게 선물하려는 맘으로 꽃을 고른다. 가을 느낌으로 준비해 본다. 풍성하고 예쁘다. 35유로였다. 싸지 않다. 하지만 꽃을 산 기분이 좋다. 난 이 기분을 35유로에 산거다. (조금 사치긴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인 생일이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지인 집에 도착한다. 닭발과 먹을 주먹밥을 계란찜을 준비해 줬고, 다른 지인이 맥주와 미역국을 가지고 왔다. 미역국이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원래도 좋아하는 미역국이지만 내 생일을 맞이해 축하해 주는 맘으로 끓여준 미역국은 더 맛있게 보였다. 그렇게 한 상 차려진다. 미역국을 먼저 맛본다. 다른 이들은 닭발을 먹는다. 닭발을 데우면서 너무 맵지 않아 고춧가루도 더 넣고, 결국 마지막엔 매운맛을 위해 불닭볶음면의 소스를 1/3 정도 넣을 수밖에 없었다. 매운맛이 너무 없는 닭발은 어쩐지 매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다들 닭발을 잘 먹었다. 맛있다 해 다행이다 싶었다. 요리를 하면서 막걸리로 목을 먼저 축인다는 게 시작을 막걸리로 하게 되었다. 막걸리를 두 병 정도 마신 후, 그다음은 소맥으로 넘어갔다. 내가 제안한 것이 병맥주가 작은 사이즈기에 맥주를 한두 모금 마시고 병맥에 소주를 부으면 소맥이지 않냐고 해서, 모두 병째 소맥을 말아먹게 되었다. 그렇게 소맥을 계속 마시며 닭발을 먹었다. 그렇게 생일을 닭발에 소맥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생일이 되는 순간, 한국에서 언니가 자지 않고 날 위해 기다렸다가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생일 축하한다며 50만 원을 선물로 줬다. 요즘 가난하게 살고 있는 나였기에 너무도 고마웠다. 언니는 역시 좋은 사람이다.

프랑스였지만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포근한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미역국, 닭발에 소맥으로 맛있게 맞이한 생일이었다. 외로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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