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한글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 번의 쿠킹클래스를 진행했었다. 처음은 떡볶이, 그다음은 한국 집밥, 그리고 한국 비건 요리들이었다. 쿠킹클래스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여름 바캉스 시즌이 되었고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교장선생님께 제안이 들어왔다. 파트너십을 맺은 기관에서 장소를 제공할 테니 정규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면 어떻겠냐는 거였다. 쿠킹클래스 하는 것이 즐거웠던 나는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날짜가 정해졌고 메뉴를 짰다. 세 가지를 제안했고, 교장선생님이 선택한 첫 메뉴는 추석맞이 명절상차림이었다. 갈비찜 (하지만 갈비가 아닌 그냥 살코기), 잡채, 그리고 전 몇 가지를 만들어 한 상으로 차려내는 것이었다. 레시피를 확인할 겸 주말 하루 장을 봐서 요리를 했다. 홍보영상을 찍을 생각으로 요리하며 영상까지 찍어내니 시간이 제법 소요됐다. 그렇게 만든 요리들을 가지고 레시피노트를 완성하고, 홍보 영상을 편집하고, 홍보 포스터까지 만들었다. 가격은 교장선생님과 상의했는데, 조금 높게 책정이 되었다. 사람들이 안 올 것 같은 가격이라 걱정되었다. 홍보 영상과 포스터를 모두 올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신청자가 없었다. 중간에 내 제안으로 가격을 조금 더 내렸는데도 신청자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았다. 쿠킹클래스까지는 일주일만 남은 상황이었다.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생각으로 큰맘 먹고 메뉴변경을 계획했다. 일요일 새벽에 생각했는데, 문제는 일요일 오전에 나는 짧은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돌아와서 홍보포스터를 제작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길고 문제는 아직 교장선생님에게 메뉴 변경에 대한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홍보포스터를 만들어두고 여행을 가자고 생각해서, 이른 새벽에 메뉴변경에 대한 홍보포스터를 만들었다. 내가 생각한 새 메뉴는 떡볶이와 김밥이다. 떡볶이는 지난번에 했으니 떡볶이 단독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레시피가 있으니 준비가 한결 쉬울 것을 알았다. 여기에 만들기 쉬운 김밥을 곁들이기로 했다. 김밥은 속 재료만 다양하게 하면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김밥 말 줄 모르는 외국인들이 배워가기 좋겠다 싶었다. 예전에 만들었던 떡볶이와 김밥 사진으로 홍보포스터를 만든다. 가격도 내 맘대로 내려서 적는다. 이 파일을 가지고 그대로 여행을 가야 하므로, 교장선생님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없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교장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쿠킹클래스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잠시 후 전화를 받는다. 클래스 신청자가 한 명이라고 했다. 내가 메뉴 변경을 어떻냐는 얘기를 꺼낸다. 홍보자료도 미리 만들었다고 말씀드린다. 가격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다 좋다고 하신다. 이미 신청자에게만 따로 연락을 줘서 메뉴가 변경되었음을 공지하기로 했다. 내 계획대로 모든 게 처리됐다. 그렇게 메뉴를 변경한 후, 며칠이 지나 4명의 신청자가 있었다. 다행이다. 진행해도 적자는 아닌 숫자가 됐다. 사람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하게 되는 것 만으로 만족해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쿠킹클래스가 있어서, 목요일 저녁 미리 장을 봐서 클래스 장소에 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장을 미처 모두 보지 못해서, 금요일 출근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못 산 것들을 마저 샀다. 퇴근하고 바로 짐을 챙겨 클래스 장소로 향했다. 10분 전에 도착해서, 준비를 한다. 냉장고에 넣어뒀던 것들이나 챙겨 온 것들을 모두 꺼내 정돈한다. 김밥을 위한 밥을 미리 끓이기 시작한다. 냄비에 쌀 1kg을 모두 붓는다. 타이 쌀로 밥을 하는데, 두 배 부어주고, 끓으면 중 약불에서 12분 익혀주면 된다. 중간에 한두 번 휘휘 저어주며 밥을 잘 마무리한다. 그 사이 클래스를 듣는 사람들이 온다. 총 네 명이었지만, 한 명이 아파서 불참이라 연락이 와서 세명이었다. 두 명은 친구사이의 중년분들이셨고, 한 명은 이전에 다른 클래스에서 본 적 있는 러시아에서 왔다는 대학원생이었다.
교장선생님이 불어를 못하는 날 위해 통역을 해준다. 먼저 인사를 하고 내 소개를 간단히 한다. 챙겨 온 레시피 노트들을 나눠준다. 먼저 떡볶이부터 만든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양념을 넣는다. 고춧가루 3, 고추장 1, 간장 2, 설탕 3, 카레가루 1, 후추 약간. 모두 끓기 시작하면 떡을 넣는다. 어묵도 잘라 넣는다. 저어준다. 준비해 온 파와 양배추도 썰어 넣어준다. 중간중간 저어준다. 떡볶이를 뒤에 있는 인덕션으로 옮겨서 계속 약불에서 끓여주겠다고 한다.
이제 김밥을 차례다. 먼저 다 된 밥을 보여준다. 밥의 찰기가 있어야 한다고 밥을 손으로 으깨주며 보여준다. 맨 밥을 맛보게 하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다시 맛을 보게 한다. 그런 후, 김밥 재료들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통단무지를 직접 자르게 시켜본다. 오이도 자르게 시킨다. 다들 시키는 대로 잘해준다. 그런 후, 당근을 채 썰어야 하는데, 칼이 너무 안 든다. 엉성한 칼질이 된다. 양해를 구하며 어찌어찌 당근까지 채 썰기를 마무리한다. 계란 지단을 대충 부쳐내 준다. 어차피 칼로 잘게 썰어줄 거라 예쁠 필요가 없다. 설거지를 더 안 하기 위해 계란을 먼저 익히고, 이후 당근을 볶아내 준다. 그런 후, 비건용을 위해 잘게 썰어준 유부에 간장:설탕=3:2를 넣고 물을 살짝 넣어 조려준다. 잠봉(햄) 사 온 것도 잘라 준비하고, 참치캔도 따서 참치마요도 만들어 준다. 챙겨 온 김치도 꺼낸다. 치즈까지 꺼내서 김밥 쌀 준비를 모두 끝낸다.
제일 먼저 기본 김밥을 만들어준다. 단무지, 오이, 계란, 당근, 햄(잠봉)을 넣고 싸서 참기름을 바르고 잘라서 깨까지 뿌려준다.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 후, 김치를 넣어서 싸서 맛보게 하고, 치즈를 넣고, 참치마요를 넣고, 비건용으로 조린 유부와 당근과 단문지만 넣어서도 만들어본다. 참치마요가 인기가 가장 좋다. 치즈도 좋아한다. 아무래도 역시 익숙한 맛이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김밥과 떡볶이를 함께 맛보게 한다. 맵지 않은지 제법 잘 먹는다. 교장 선생님이 첫 수업을 축하하며 스파클링와인을 사 와서 함께 와인도 도 함께 한다. 다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다행이다. 불어로 주로 대화를 하니, 나만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괜찮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이 사람들이 만족해한다는 것은 알겠다.
맛보기 시간을 끝내고 직접 김밥을 싸기 시작한다. 첫 줄만 조금 어려워하더니 다들 감을 잡았는지 김밥을 잘 싼다. 김밥천국에서 김밥 포장해 주듯 알루미늄 포일로 김밥 포장법을 알려주니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좋아한다. 재밌는지 20분 동안 다들 4~5줄을 싸더라. 있는 재료 전부 털어 넣어 김밥을 계속 싸더라. 김밥용 김이 다 떨어질 때까지 다들 김밥을 쌌다. 교장선생님도 집에 가져가겠다며 김밥을 싸셨다. 모두 다 싸고는 남은 떡볶이도 모두 크게 한 봉지씩 담아줬다. 다 마치고 나니, 알아서 뒷정리를 함께 도와줬다. 설거지도 함께하고, 모두 함께 짐을 챙겨 불을 끄며 함께 나왔다. 나에게 너무 고마웠다며, 사람이 적어서 프라이빗 클래스 같았다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배워서 말해준다. 고맙다. 즐겨줘서 내가 고마웠다. 불어를 잘해서 이들과 좀 더 소통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표정과 목소리에 마음이 담겨 있어서 서로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먹는 모습을 보면 안다. 그들은 김밥과 떡볶이를 좋아했다. 오늘의 클래스는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