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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31. 2023

양념치킨 클래스: 프랑스인들에게 K-치킨 선보이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한 달에 한 번 쿠킹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이 클래스는 내 개인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라스부르 한글학교, 이 지역의 다른 협회 두 곳 파트너십으로 세 기관이 함께 여는 것에 내가 강사로 활동하는 거다.   9월 새 학기부터 매달 진행하게 되었는데, 9월 첫 요리로 추석맞이 추석 명절음식을 메뉴로 정해서 홍보했더니, 신청자가 없더라. 아무래도 한국 명절음식인 갈비찜 같은 것에 대해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메뉴를 떡볶이와 김밥으로 변경하여 홍보하니 신청자가 있어 지난달 첫 수업을 진행했다.  


그 후, 알게 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이곳 사람들이 관심 있고 배우고 싶어 할 메뉴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정한 두 번째 클래스의 메뉴는 바로 « 한국 양념치킨 »이다. 한국 치킨은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고 내가 포트락에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보였을 때 모두 좋아했다. 실패하지 않을 메뉴였다. 그렇게 메뉴를 정하고, 날짜를 확정한 후 홍보 포스터와 홍보 영상을 제작하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계정을 통해 홍보했다. 홍보가 올라가고 며칠이 지난 후, 신청자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8명의 신청자가 있다고 했다. 역시 치킨이다. 떡볶이, 김밥이 4명이었던 것에 비해 많아진 인원이다.  

치킨 아뜰리에를 하는데, 사람들이 와서 양념 치킨 만드는 법을 보기만 하고, 집에 챙겨가지 못한다면 뭔가 아쉬워할 것 같았다. 파리 같은 곳의 전문 음식 아뜰리에는 2시간에 70유로도 받고 그러던데,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는 못하고, 일단 물가가 오르면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지 전보다 돈을 잘 쓰질 않는다. 쿠킹 클래스 비용도 계속해서 가격을 인하하여, 20유로 대로 하니 겨우 사람이 좀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재료비를 최대한 아끼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내가 혼자 장을 보고, 아뜰리에 장소로 모두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사항들이 많다.


우선 신청자가 8명이기에, 8명이 치킨을 가져가 수 있게 하려면, 쿠킹 2시간 안에 치킨을 모두 튀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미리 초벌튀김을 해서 냉동을 시킨 후, 아뜰리에 당일 다시 튀기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일부는 처음부터 만들어서 튀기는 모습을 ㄹ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순살을 미리  튀겨가는 것으로, 뼈 있는 윙을 처음부터 튀길 용도로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닭가슴살 10덩어리를 30유로나 주고 사서는 아뜰리에 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미리 초벌 튀김을 하였다.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 튀겼던 것 같다. 그렇게 튀겨서는 냉동보관을 했다. 그 후, 아뜰리에 전날 마트에서 닭날개를 샀다. 여기는 윙과 봉이 분리되어 팔지 않아서, 24개의 날개를 모두 윙과 봉으로 직접 해체해야 했다. 그렇게 준비하고는, 당일에 소스는 1인분을 만들 것이기에 전날 미리 어느 정도 소스도 만들어 두었다. 레시피를 작성하기 위해, 진작에 미리 내가 맛을 보며 양념치킨 양념 조합비율을 잘 정리해 뒀었다. 내 입맛에 맞춘 레시피지만 모두가 좋아해 줄 거라 믿었다.


당일 출근하여 미팅이 있었기에 연구실에 조금 일찍 출근을 해서, 실험을 하다가 오후에 보스와 미팅을 마쳤다. 미팅 결과가 딱히 좋지 않았지만, 금요일이니 일단 이번주는 마쳤다 생각하며 조금 서둘러 퇴근을 했다. 집에서 치킨 아뜰리에를 위한 짐들을 모두 챙겼다. 양념을 위한 각종 소스들, 튀겨뒀던 치킨들 (출근 전에 해동되게 꺼내 뒀음), 냉장고에 보관해 둔 봉과 윙 등의 재료들이다. 하나 둘은 무겁지 않았는데, 이게 전부 모이니 무거웠다. 조금 피곤하고, 생각보다 늦어져 트램을 타고서는 도저히 아뜰리에 시간에 맞게 도착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우버를 타고 가기로 결정한다. 집이 외곽이라 그런지 우버가 그다지 쉽게 잡히진 않았다. 겨우 우버를 잡는다. 아뜰리에 장소까지 17유로가 든다. 돈이 아깝지만, 이 무거운 걸 들고 가며 낭비하는 내 체력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기로 한다. 아뜰리에 10분 전에 겨우 도착한다. 통역을 도와줄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이 먼저 와 계신다. 오늘은 아뜰리에 참가해서 치킨들도 많이 먹고 챙겨가신다고 했다. 서둘러 아뜰리에를 위한 세팅을 마친다. 6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한 명이 불참이라 총 7명이 되었다. 조금 아쉬웠다.


사람들에게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봉과 윙을 꺼내 소금과 후추로 간단하게 밑간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 후, 양념을 만든다. 냄비에 간장 소스를 만든다. 그런 후, 만들어 온 소스를 미리 사람들에게 맛 보여 준 후, 이 소스가 있으니 오늘 만드는 간장마늘 소스에는 매콤하게 매운맛을 조금 추가한다며 칠리 플레이크와 동결건조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주었다. 다음은 양념소스이다. 양념들을 조합하여 냄비에 모두 넣고는 물을 조금 넣고 저어주며 살짝 끓인다. 소스는 아주 쉽게 완성되었다. 이제 튀길 차례이다. 처음부터 튀기는 봉과 윙을 넣으면 기름이 지저분해지므로, 초벌 튀김을 해온 순살을 먼저 튀긴다고 얘기를 한다. 순살을 튀겨서 꺼내주면서, 사람들이 소스에 치킨 맛을 보면서 내가 튀기는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소스에 하나 둘 찍어먹으며 다들 "음~"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맛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양념치킨은 소스에 제대로 버무려서 줘야 하니까, 서둘러 치킨을 튀기고는 소스에 버무려서 접시에 담아낸다. 며칠 전 미리 만들어서 모두 잘 익은 치킨무도 꺼내준다. 외국인들이라 치킨과 치킨무 먹는 것에 낯설어 잘 먹지 않을까 걱정했건만, 웬걸, 다들 치킨무를 너무 잘 먹더라. 하지만 치킨과 치킨무가 어울려서 잘 먹는단 느낌보다는, 내 치킨무가 맛있어서 먹는 느낌이었다. (치킨을 먹다가 치킨무 하나 먹는 게 아니라, 치킨무만 두세 개씩 먹는 걸 봤기 때문이다...)


순살로 사람들의 배가 어느 정도 차 가는 게 느껴졌다. 이제 봉과 윙을 튀길 차례이다. 가루 반죽을 젖은 반죽과 마른 반죽으로 준비해서 젖은 반죽에 윙과 봉을 담근 후, 마른 반죽을 겉에 모두 입혀준다. 치킨을 튀기기 시작하는데, 기름 온도가 너무 안 오르는 거다. 치킨이 잘 튀겨지지 않았다. 집에서 할 때처럼 바삭하고 황금빛의 색으로 잘 나오지 않아서 한 시간 가까이 튀김만 계속했다. 다행이라면, 여기 사람들은 말하기를 너무 좋아해서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내가 튀겨서 꺼내줘 버무려주는 양념치킨을 계속 먹더라. 치맥처럼  술을 곁들여 먹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미리 마실 맥주와 와인 (프랑스다운)을 챙겨 오기도 해서 다 함께 술도 즐기면서 대화들을 나눴다. 나는 치킨의 튀김 지옥에 빠져서 계속 튀기고 튀기고 또 튀겼다. 나중에는 나도 조금 대충 하게 되더라. 어차피 이곳 불이 생각보다 약해서 내가 원하는 튀김이 나오지 않을 걸 파악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순살에서 이미 사람들이 크게 만족해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준비된 치킨이 양이 많아서 사람들이 봉과 윙이 튀겨진 것을 원하는 양념 소스에 버무려 집에 챙겨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모두 배부르게 한국 치킨을 맛본 치킨 아뜰리에가 끝이 났다. 순살을 미리 초벌튀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지막 봉과 윙이 제대로 튀겨진 것을 아쉬워했지만, 교장 선생님이 너무 재밌었다며 전부 다 맛있었다고 해주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순살이 맛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내가 만든 소스들도 맛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치킨무도 좋았었기도 하다. 다들 대화하며 즐거워 보였고, 치킨도 끊임없이 계속 먹었었으니, 다들 좋아했던 게 맞을 것 같기도 하다. 부족함에 대한 반성을 조금만 하고, 사람들이 좋아했던 모습을 더 오래 간직해야겠다. 치킨은 역시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였다. 다음에 이제 뭘 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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