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한글학교에서 주말 봉사를 하면서 지난달부터 시작한 아뜰리에가 하나 있다. 내 제안으로 시작되었던 것인데, 외국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속 한국 문화에 대해 영상을 만들어서 영상을 함께 보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한 시간짜리 아뜰리에인데 15유로이다. 첫 시간 때는 사람들이 돈이 아깝지 않게 생각하기를 바라면서, 호떡도 구워서 제공하고 각종 한국 전통차 (대추차, 전통 한차, 천마차, 맥심커피믹스, 카누 커피 등)들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도 했다. 영상은 내가 직접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편집하고 스크립트도 모두 썼다. 그런 후, 도움을 받아 불어 번역을 하여 불어 자막을 영상에 붙였다. 내가 불어를 못 하기 때문에 직접 진행할 수는 없었다. 다만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호떡을 구워주기 위해 나도 아뜰리에에 참여했다. 5명의 참가자가 있었다. 불어를 잘하는 다른 한글학교 선생님이 진행을 맡았다. 영상을 틀고 계속해서 멈추며 설명을 하며 진행을 하기에 다음번에는 중간에 끊을 수 있게 영상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얘기하며 진행은 잘 되었다. 다만 15유로를 낸 사람들이 만족하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저 좋다고 인사치레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되었다.
10월이 되고, 새로운 영상을 제작하며 준비를 했다. 아뜰리에 2주 전에 홍보 포스터를 올리고 홍보했는데, 한 명이 신청했다고 했다. 취소해야 하나 걱정하다가 사람들이 돈이 아깝지 않게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 나오는 음식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처음 생각한 것은 오징어게임의 옛날 도시락이었다. 최근에 콩자반과 멸치볶음을 만들어서, 이미 재료도 다 있었다. 밥만 하고, 김치볶음에 햄정도만 계란에 부쳐내어도 금세 완성될 터였다. 그렇게 담당하는 다른 선생님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좋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옛날 도시락보다는 짜장면이면 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짜장면은 고기만 사면 (채소는 워낙 싸니까) 10유로 정도의 돈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짜장면이 더 낫지 않겠냐 얘기를 하면서 최종적으로 짜장면으로 정했다. 10유로 미만의 재료비로 준비할 것이니 신청자만 있으면 적자는 아닐 수 있었다. 그렇게 짜장면으로 다시 홍보를 했다. 홍보 영상도 만들었다. 짜장면 먹는 먹방영상을 붙여 넣고 "먹고 싶으세요?"라고 하면서 짜장면 먹으며 한국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라는 문구들로 홍보물을 만들어 SNS에 올렸다. 짜장면 영상이 올라간 후 신청자가 몇 명 더 왔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5명의 신청자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아뜰리에 당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짜장소스를 만들었다. 한 명은 비건이라기에 비건용과 돼지고기 두 종류로 만들었다. 원래 만들던 짜장 소스가 맘에 안 들어서 유튜브에서 본 다른 중식 셰프의 레시피를 따랐다. 설탕을 넣지 않고 양파를 아주 듬뿍 넣어 단맛을 내는 소스였다. 제법 고급진 맛이 났다. 비건용은 고기도 없어서 춘장을 더 넣고 설탕도 넣어서 맛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필요한 냄비와 도구들을 챙기고는 늦지 않게 한글학교에 갔다.
날이 흐렸다. 오전 한글학교 수업을 하는데 비가 왔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졌다. 걱정이 되었다. 신청을 해두고, 현장에서 비용을 내는 거라 노쇼도 생길 법 했다. 혹시나 사람들이 안 올까 걱정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12시 반에 시작되는 아뜰리에 준비를 했다. 인덕션과 전기포트를 세팅하고, 짜장 소스를 먼저 데운다. 그런 후, 냄비에 끓는 물을 부어 사람이 오면 바로 면을 익혀줄 준비를 했다. (빠르게 익는 인스턴트 일본 라면 누들을 사용했다.) 12시 30분 전에 한 명이 왔다. 그런 후 5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먼저 한 그릇을 만들어 먼저 온 사람에게 줬다. 잠시 후 2명이 왔다.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10분이 지나도록 나머지 두 명이 오지 않았다. 안 오는가 보다 싶어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짜장면을 만들어 주고는 진행자가 준비된 영상을 틀며 시작했다. 안 오나 보다 싶어서 배고픈 나는 짜장면 한 그릇을 만들어 자리에 앉아 먹었다. 내가 짜장면을 다 먹은 10분 뒤쯤 뒤늦게 두 명이 왔다. 다행이었다. 모두가 왔다. 여분의 면을 하나 더 가져온 게 다행이었다. 아니었음 내가 짜장면을 먹어서 다 못 만들어 줄 뻔했다. 비건인 사람도 와서 비건짜장까지 만들어 주었다. 내가 맛봤을 때 소스가 아니라 면이 영 맘에 안 들어서 전체적인 맛이 실망스러웠다. 영상도 내가 만들었지만, 나는 사람들의 짜장면에 대한 반응이 더 궁금했다. 먹는 모습들을 봤다. 다행히 모두 남김없이 먹더라.
영상에 대해서도 다들 이런저런 의견들을 많이 내면서 잘 진행되었다. 이 날은 5가지에 대한 영상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흔한 커플 아이템들, 한국의 전세, 한국의 회식, 군대 위문열차, 깻잎논쟁이다. 예능, 드라마 속에 나오는 영상들도 붙여 넣기 해서 만들고 각 에피소드 마지막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사람들에 질문을 던졌다. 진행자는 한 에피소드씩 영상을 보여주고 마지막 질문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는 그 외 이와 관련된 질문이 있는지 물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형태였다. 회식에 대해서는 회식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고, 프랑스는 워낙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는데 회식이라면 친해지기 좋을 것 같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전세에 대해서도 신기한지 여러 얘기들을 나눴다. 조금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서 원래의 한 시간보다 초과되어 끝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끝날 때 다음 달에는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하나를 선택해서, 해당 드라마 속 한국 문화에 대해 아뜰리에를 한다고 홍보를 했다. 이번 아뜰리에를 준비하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부분이 이태원클라쓰를 봤더라. 그러니 그 드라마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았다. 이번 아뜰리에가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었고, 다음에는 더 좋은 내용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