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종료일이 3개월 하고 조금 더 남은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사람들을 그다지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정해진 모임들이 있었다. 요즘 성당에 나가고 있다. 어릴 적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그 이후로는 성당에 가지 않았다. 독실한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성당을 다시 가고픈 마음이 계속 있었다. 프랑스에 와서 지내다가 기회가 되어 한인커뮤니티의 미사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한번 한국인 신부님께 교리도 받고 있다. 이 날은 한인 커뮤니티, 이라크 커뮤니티, 스페인, 콩고 등 여러 커뮤니티들이 합동 미사가 있는 날이었다. 대부분 못 알아듣는 언어로 진행되지만 합동 미사는 재밌다. 미사를 재밌다고 느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콩고 분들은 흥이 넘쳐서 젬베도 가져와서 두드리며 흥겹게 노래를 불러준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미사가 끝난 후, 한인 커뮤니티 사람들이 모여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 각자 먹을 고기와 반찬이나 곁들일 메뉴들을 챙겨 오기로 했다. 나는 LA갈비를 재워 가져갔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너무 한가득 가져와서 내가 가져온 게 소박하게 느껴졌다.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거의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다름없는 반찬들이었다. 깻잎장아찌, 파절이, 명이나물, 파김치, 삼겹살 (잔뜩), 소시지, 매콤양념닭다리 등 먹을 게 넘쳐났다.
신부님과 다른 남자분이 야외에서 그릴에 고기를 굽기 시작하고, 나머지 분들은 실내에 상을 차렸다. 반찬들이 정말 맛깔스럽게 생겨서 한국에 있는 것만 같았다. 먼저 삼겹살이 나온다. 삼겹살에 깻잎, 명이나물에 곁들여 먹으니 너무 맛있다. 파절이는 양이 더 많게 한다며 콩나물도 넣어 버무려져 있었는데, 콩나물의 아삭함이 식감을 더 잘 살려주었다. 파절이가 맛있어서 계속 먹다 보니 어느새 속에서 매운 느낌이 올라왔다. 식당 하는 분이 참석은 못하는 대신 닭다리살을 빨간 양념에 재워서 보내왔다. 닭고기가 구워져 나올 때쯤은 이미 배가 불러있었지만, 닭다리를 맛보니 맛있어서 참지 못하고 더 먹었더랬다. 닭다리 양념이 맵지도 않고 간이 적당하니 다리살이 너무 부드러워 입에 착착 감겼다. 이분이 하는 식당이 장사가 잘된다더니 그럴만한 맛이었다.
고기와 각종 반찬들로 배부르게 먹고는 디저트 타임이 되었다. 디저트도 가득했다. 티라미수를 직접 크게 두 판이나 만들어 오신 분도 있고, 직접 구운 모카빵 10개를 꺼내든 분도 게셨다. 거기다 귤도 가득했고, 함께하다가 스페인으로 떠난 내 지인이 주고 간 디저트도 있었다. 배부르지만 티라미수도 너무 맛있어서 참지 못하고 두 조각은 먹었다. 모든 게 맛있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함께한 것이 얼마만인가 싶었다. 따뜻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것 같아 마음도 한결 따뜻해졌다. 아직은 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연장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교리이기도 했다. 그래도 스트라스부르에 자리를 또 구할 수도 있고, 혹은 근처 프랑스 다른 곳에 갈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아직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맘을 비우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힘든 순간일수록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것 같다.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세상을 따스함 속에 있을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타지에서 한국인들의 손맛이 만들어낸 코리안 바비큐를 맛보며, 다시금 나아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