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스를 찾아갔다. 계약이 3월 말 종료기에 그전에 연장여부를 확인하고 연장을 못한다면 이제 다른 곳을 찾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었다. 보스의 오피스 문을 두드리고 시간이 있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기에, 내 상황을 얘기하고 혹시 나와의 계약 연장에 관심이 있냐고 말을 했다. 말을 꺼내자마자 노노노노~하면서, 펀딩이 없다고 했다. 계약할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연장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내가 침착하게 그러면 지원할 다른 곳들에 추천인 연락처로 적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물론이라 답한다. 이때까지는 마음이 차분했다.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새로운 곳 찾으려면 스트레스받고 힘들겠다며 나를 위로해 줬다. 하지만 이때 나는 마음이 편했다. 이제 연장이냐 다른 곳이냐 하는 고민을 할 필요 없이 한 가지, 다른 새로운 곳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한결 맘이 편해진 느낌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는 나는 괜찮다고, 한국이나 유럽이나 여기저기 지원서 넣으면 어딘가는 자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후, 이제 지원서들을 쓰기 위해 포닥공고들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시즌이 그다지 좋지 않기는 하다. 곧 크리스마스 시즌에 연말이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 몇 군데 지원서를 넣는다. 대부분 공고마감까지 시간이 몇 주는 남아있어서 바로 연락이 안 올 것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지원서만 넣고 그저 기다림의 시간들이 계속되니 조금씩 불안하기 시작했다. 나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하기로 했는데, 스트라스부르에서 하던 일들도 있어서인지 여기에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다. 1월 말까지는 새로운 곳을 찾아야 비자나 체류증이나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점점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나의 친구 불안장애가 종종 찾아온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도망가고 싶은 기분도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싶다. 해결할 문제가 있는 현실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 나의 회피성 성격이 다시 고개를 든다. 일주일 중 5일은 흐린 알자스의 날씨도 내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일이 없다. 가족들을 안심시켰었지만 난 괜찮지가 않은 것 같다. 이런 불안한 나의 위치가 삶의 모든 걸 불안하게 느끼게 만든다. 나는 별로 괜찮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