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는 겨울, 해외 계약직의 고민

by 이확위

어느덧 겨울이 찾아와서 내가 있는 스트라스부르는 매일이 흐리다. 봄과 여름에는 한 없이 맑고 화창한 날의 연속이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일주일에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밤 9시까지 밝기만 하던 날들이 오후 5시면 어둡고, 아침 7시 반은 되어야 해가 뜨기 시작한다. 흐리고 낮도 짧다 보니 쉽게 우울해지기 쉬운 날씨라 하겠다. 그렇기에 이런 계절일수록 우울, 불안과 살아가는 나는 컨디션 조절에 더욱 힘써야 한다. 최대한 몸을 바삐 움직이며, 조금이라도 우울이 찾아오지 못하도록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요즘은 나의 최대 고민이자 걱정은 계약이다. 처음 이곳에 올 때 1년 반 계약으로 왔다. 오던 때도 일 년 반 후에 뭘 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일단 일 년 지내면서 생각하자-라는 마음으로 왔었다. 그러다가 1년을 더 연장하게 되었었고, 그렇게 지금이 되었다. 이제 남은 계약기간이 4개월 남짓이다. 계약 연장여부는 계약이 끝나기 전 2개월 전까지는 결정해야 연장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경우 체류증도 갱신을 신청해야 하기에 EU시민권자들 보다는 조금 더 일찍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연장을 한다면 1월 중순정도까지는 결정을 지어야 한다. 생각이 많다. 이곳에서 더 있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할지 말이다. 이곳에 있는다고 해도 결정은 내가 아니라, 내 보스가 해야겠지만 말이다. 박사 후연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아직 논문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지내면서 이곳 연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까 싶기는 하다. 그러기에 내 마음은 이곳에 머물고 싶다에 조금 기울고 있는 듯싶다. 조금 더 있고 싶다고 생각하니, 그렇지 못할 경우에 대한 걱정이 샘솟기 시작한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는 일찍 잠에 들었다. 새벽 두 시가 조금 지나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정신이 맑고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계약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전에 쓰려고 준비했던 공고들이 생각나서 일어나 노트북 앞에 자리 잡는다. 한국에 쓰려던 공고를 다시 확인하고, 아니다 싶어 포기한다. 덴마크에 있는 곳도 쓰려던 것을 다시 살펴본다. 아무래도 나보다 더 경력이 많은 사람을 찾는 것 같아 서류를 더 준비하는 게 낭비인 것 같다. 이대로는 불안감에 잠에 들지 못할 것 같아 다른 공고들을 찾기 시작한다. 세 곳을 찾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처의 연구소가 있다. 지원서를 작성해서는 제출한다. 다른 곳은 프랑스다. 보르도와 낭트 근처의 처음 듣는 도시이다. 지원서를 작성한다. 다른 한 곳은 지금 내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이다. 아무래도 지금 보스가 아는 곳일 것 같다. 추천인에 보스를 써내면 보스에게 바로 연락이 갈 것 같다. 보스와 얘기를 나누고 진행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보류로 남겨둔다. 찾아보다 보니 지금보다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곳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박사 후연구원에게 중요한 것은 연구 실적이다.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곳,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곳에 남아 지금까지 한 것을 바탕으로 결과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 역시 보스와 얘기를 해야겠다 싶다.


밤새 지원서들을 쓰고, 연구실에 출근했다. 출근해서 보스를 마주칠 때마다 '지금 얘기할까?'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세 자신이 없어져서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간다. 이곳에서의 내 퍼포먼스가 스스로도 자신이 없다. 내가 나라면 나와 더 일하고 싶지 않을 것만 같다. 얘기를 꺼내고 계약 연장에 대해 보스가 생각이 없다고 하면 그 이후가 갑자기 겁이 난다. 겁이 나서 회피하고 싶어 보스에게 얘기를 못 꺼내고 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오늘도 출근길에 오늘은 보스에게 얘기를 할까 싶었는데, 보스의 오피스 문이 굳게 닫혀있다. 오늘은 안 오는가 보다. 오늘은 걱정 안 해도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편해질 상황이 아닌데 말이다.)


계약직의 삶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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