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렸던 것이, 9월 말 생일 겸 떠난 독일여행에서였다. 그 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지냈다. 얼마 전 지인들에게 내가 그렸던 그림 몇 점을 선물로 줬다. 그림을 몇 개 챙겨간 지인이 지난 주말 만났을 때 장난 삼아 말했다. "해바라기 좀 그려줄 수 있어요? 집에 걸어두고 돈 좀 들어오라고요" 그래서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꽃은 그려본 적이 없어서 그림이 잘 그려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려보고 괜찮으면 주고, 아니면 그냥 없던 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구글로 해바라기 사진을 검색한다. 그중에 맘에 드는 사진을 하나 골라서 작은 캔버스 (20x20cm)에 연필로 간단하게 스케치를 한다. 그런 후, 아크릴로 색칠을 시작한다. 처음에 사진을 보며 색칠을 하려 했으나 하면 할수록 사진처럼 전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을 더 이상 보지 않고, 그냥 내 맘대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똑같이 그릴 수가 없는데 사진이 무슨 필요겠는가. 그렇게 맘대로 계속해서 덧칠해 가며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바탕을 쨍한 파란색으로 채워 넣는다. 음... 처음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그린 것을 사진 찍어 지인에게 보내본다. 맘에 드는가 보다. 생각보다 잘 그려지니 기분이 좋고 재밌었다.
바로 다음날 아침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친구네 강아지였다. 역시나 뜻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맘대로 색칠한다. 일하다 시간이 날 때 집에 가서 그리고 싶은 사진들을 검색해 본다. 몇 가지를 캡처해서 저장해 두고는 그중에서 고른다. 이 날 밤은 방울토마토였다. 역시나 색칠은 내 맘대로 한다. 반사되는 빛을 더 강하게 넣어줘야 하는데, 영 어색하게 그려져서 다시 색을 입혔다. 그래서인지 강조가 충분히 되지 않고 그림이 밋밋했다.
어제 아침에는 복숭아를 그렸다. 복숭아나무다. 처음 아크릴로 그렸던 납작 복숭아 그림이 생각났다. 그것과는 색감이 좀 다른 황도-같은 복숭아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한 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완성해 보니 그다지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퇴근 후에는 비가 와서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김치찌개를 끓였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잠이 쏟아져 잠들어버렸다. 먹고 자다니 돼지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 자정쯤 눈을 뜬다. 이대로 다시 잠들고 하루를 마무리하긴 아까워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식물을 그린다. 내가 생각한 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사진과 너무 다르다. 스케치부터 비율이 망했던 것 같다. 그대로 진행하며 더 망쳐버린 내 잘못이다.
밤에 그린 그린이 맘에 안 들어서, 일찍 일어나 오늘 아침 또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이번에는 잘 그리고 싶었다. 까다 만 귤을 그려본다. 귤 과육을 그리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귤 속껍질이 채색이 어려웠다. 대체 어떻게 칠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느낌대로 해본다. 그래도 노란색이 쨍쨍해서 나름 귀여운 그림이 나온 것 같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동안 글쓰기가 재밌어서 글만 쓰느라 다른 취미활동들에서 멀어졌었다. 어쩐지 글쓰기에 조금 흥미가 떨어졌는데, 그림 그리기에 대한 즐거움이 다시 찾아왔다. 나의 취미는 이렇게 돌고 돈다. 곧 다시 글쓰기가 재밌을 시기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