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면 프랑스에 와서 일하며 살게 된 지도 벌써 2년이 된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서 그동안 대체 내가 뭘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처음 올 때만 해도 1년 반 계획으로 왔었지만, 계약을 연장하면서 더 오래 머물게 됐다. 처음 올 때와 다른 것은 더 오래 머물게 된 기간만이 아니다. 처음 이곳에 오기 전에는 프랑스어를 강의도 들으며 내가 이곳에 오면 불어를 열심히 배울 줄 알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나의 불어 실력은 처음 도착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처음 도착했을 때 연구실의 절반은 프랑스인이 아니었다. 불어를 못 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어서 런치 테이블에서의 대화는 영어로 진행되었었고, 연구실 사람들끼리 놀게 되는 After work beer자리에서도 대부분 영어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고, 일 년 반이 지나고, 연구실 인원에도 변화가 있었다. 프랑스인의 비율이 전보다 많아졌고, 불어를 못 하던 사람들은 이제는 불어를 할 줄 안다. (같은 라틴어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6개월이면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능숙하게 할 줄 알더라.) 이제 연구실에서 불어로 대화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 한 명이다. 나 혼자만 불어를 못하고 모두가 할 줄 알게 되면서 (게다가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연구실의 기본 언어가 불어로 바뀌었다. 런치 테이블에서 영어가 주언어일 때에는 비록 말은 하지 않더라도 밥 먹으며 얘기를 들으며 이해할 수 있으니 그래도 한 자리에 함께라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만 동떨어진 느낌이다. 나만 소외되는 느낌이다. 무슨 말인지 나만 모른다. 프랑스어가 완벽하진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종종 영어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들으며 무슨 얘기 중이었음을 짐작하는 정도뿐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영어로 대화하던 시절에도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점차 없어도 되는 인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말이 적지만,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혼자 바보처럼 앉아만 있는 사람이 되다 보니, 조금은 외로움이 솟아나는 것 같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고민을 해보았다. 내 불어가 왜 이렇게 늘지 않았을까.
1. 우선, 불어는 나에게 필수가 아니었다. 선택이었다.
2. 내가 게을러서 불어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불어 말고도 하고 싶은 건 많았으니까)
3. 딱히 마음에 맞는 프랑스인 친구도 없었다. (오히려 친해진 것은 다른 나라 친구이니 영어를 사용했다.)
4. 한글학교에 나가서, 한국인들과 더 어울리게 되었다.
5. 브런치에 한국어로 매일 글을 쓰게 되면서, 한국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나의 일상들이 불어를 배우는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아도 될 상황들이었다. 딱히 불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연구실 사람들의 대화에서 소외감을 제외하면 나는 불어 없이도 이곳에서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나의 언어장벽이 더 다양한 사람과 가까워질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란 것을 이제는 안다. 최대한 이곳에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불어로 배우기 최적의 환경에서 이걸 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누군가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만 이곳에 오기도 하지 않는가.
사람들의 대화 속에 혼자 고립되고 싶지 않다. 나에게 맞춰달라 할 수 없다. 2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낸 건 나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 사람들에게로 다가가야 한다. 언어 장벽을 깨부숴야 하는 건 오로지 내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 오늘부터 프랑스어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