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외국인 30명에게 한식 5종 선보이기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by 이확위

내가 있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는 이공계 석사, 박사과정생, 연구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StrasAir"가 있다. 연구원들 간의 커뮤니티로 임원들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주관하여 멤버/비멤버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임이다.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실험실 내 옆자리 박사과정생 덕분이었다. 어느 날, 오늘 저녁에 "Cafe Linquistique"라는 행사가 있다고 했다. 한 나라를 정해서, 그 나라의 요리들을 경험하고 그 나라에 대해 퀴즈도 맞추면서 즐기는 시간이라고 했다. 참가비는 5유로라니 거져였다. 그렇게 처음 간 곳이 "아제르바이잔"의 날이었다. 처음 듣는 나라였다. 그곳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음식들도 맛보고 퀴즈도 풀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는 "인도"의 날이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게 학생들이라 그런지, 준비가 영 서툴렀다. 나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 한국의 날을 한다면 내가 기꺼이 음식을 담당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연구실 동료인 StrasAir 임원에게 말했다. 내가 6월에 계약이 끝날 예정이고 연장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니까, 확실한 때에 한국의 날 행사를 한다면 내가 요리를 담당하겠다고. 그러자 바로 회장을 불러와서는 바로 날짜를 잡기 시작하는 거다. 그렇게 바로 3월로 행사가 잡혔다. 이때만 해도 내 컨디션이 아주 좋던, 내 인생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때였기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후에 컨디션 저조와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다시 닥쳐서 조금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지만, 내가 하겠다고 제안한 것이기에 그만둘 수 없었다. 그래서 하기 싫었음에도 힘을 내어 행사를 준비해야 했다.


행사는 금요일 저녁 6시였다. 먼저 목요일에 장을 모두 봐뒀다. 재료비용은 모두 제공해 줬고, 30명분 정도의 요리를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미리 짜둔 메뉴들을 바탕으로 요리 순서들을 먼저 다 계획해 뒀다. 행사 당일 일찍 퇴근하여 대략 2시간 동안 조리를 마치고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연구실 동료가 도와준다고 해서 조금 수월할 것 같았지만, 전날 미리 어느 정도 재료 손질은 마쳐두었다. (양파나 마늘 까기 같은 것들) 금요일 2시 반에 일찍 퇴근을 했다. 연구실 동료와 우리 집으로 갔고, 모두 계획해 둔 순서대로 요리를 시작했다. 메뉴는 찜닭, 비건잡채, 김치볶음밥, 제육볶음과 밥, 쌈, 그리고 미리 만들어 둔 팥/시나몬설탕 호떡이었다. 먼저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찜닭부터 한다. 내가 찜닭을 하는 동안 동료에게 잡채를 위한 재료 손질을 부탁했다. 찜닭을 냄비에 안치고 끓게 놔둔 후, 이제 잡채를 한다. 채소들을 모두 한데 섞어 볶고, 아침에 미리 불려두고 갔던 잡채를 살짝 삶아내고는 간장, 설탕, 참기름에 모두 한데 섞어준다. 간단하게 비건 잡채가 완성이다. (고기 대신 버섯 넣음) 그런 후, 전날 미리 해뒀던 찬밥으로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제육볶음을 볶아내고, 쌈채소를 씻고, 쌈밥을 위해 주먹밥으로 밥을 조금 굴려준다. 요리를 하는 동안 오븐에 전날 미리 구워뒀던 호떡을 데워준다. 모든 게 딱 2시간에 계획대로 끝났다. 이제 모두 통에 담고 챙겨야 한다. 6시까지 행사 장소로 트램을 타고 가야 한다. 트램을 타고 가는 길에 조금 늦어졌다. 미리 연락하여 과자 같은 주전부리와 음료 세팅을 부탁하고 6시 20분쯤 도착했다.

음식을 꺼내 세팅을 한다. 처음에는 맵지 않은 요리로 찜닭, 그 후에는 비건용 잡채, 그다음 김치볶음밥, 마지막이 가장 매운 제육볶음이었다. 사람들이 접시를 들고 줄을 섰다. 앞에 내가 미리 준비해서 만들어 온 요리에 대한 설명서를 붙였지만, 다들 안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서 모두 설명해줘야 했다. 사람들에게 요리를 나눠주며, 내가 간과했던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다양한 종교의 사람들이 있고, 돼지고기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더 맛있게 한다고 김치볶음밥에도 돼지인 베이컨을 넣어 못 먹는 사람이 있었고, 마지막 고기도 돼지고기라 못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치킨은 할랄이냐고 묻기도 하더라. 한국에서는 이런 다양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기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잠시 자기반성을 했다. 사람들이 요리를 떠가서 먹고, 두세 번 다시 와서 더 떠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게 다가와 이 걸 혼자 다 한 거냐며 (동료가 도와줘서 힘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단하다고 말한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기가 아는 한국에 대해서 뭐라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맙게도 같은 연구실 사람들도 몇 명 와주었다. 음식을 먹고는 맛있다며 다음에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행사장의 배경음악은 내가 만들어 온 K-POP 최신 플레이리스트였다.


그렇게 모두가 음식을 잘 먹고 (가져온 음식은 모두 동이 났다.) 한국에 대한 퀴즈의 시간이었다. 연구실 동료가 준비했고, 내 한국인 친구가 자문역할을 해서 준비된 거였다. 팀을 둘로 나눠 사람들이 대결하는 형태였다.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늘을 기회로 사람들이 알아가면 좋겠다. 최소한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내가 좋은 인식을 남긴 것 같아 뿌듯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내게 보람을 느끼게 해 줬고, 내가 30명을 위해 이렇게 준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정말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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