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김치 부자 된 날 (feat. 꽃게액젓)

2023년 3월 18일 토요일

by 이확위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낸 동기가 나와 같은 프랑스의 연구소로 왔다. 그 후, 함께 커피타임도 자주 갖고 외식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겨울에 그 친구가 한국에 다녀오면서 이것저것 음식 재료들을 사 왔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꽃게 액젓이었다. 꽃게 액젓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유튜브를 통해 본 예능 속 전현무가 파김치에 미친 영상에서였다. 이영자가 만든 파김치의 레시피가 유투버 마카롱 여사의 레시 피란 게 알려졌고, 사람들이 그 레시피를 따라 꽃게 액젓을 사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태어나서 먹어본 적이 없어서 꽃게 액젓의 맛이 궁금했다. 동기인 친구도 아마도 같은 방송을 본 건지 궁금하다며 꽃게 액젓을 사들고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내게 김치를 같이 담그자 제안해서 토요일에 함께 하기로 했다.


친구네 집으로 가니, 부엌에 배추를 미리 모두 절여두었더라. 인당 2 포기, 총 4 포기의 배추를 절여뒀고 모든 재료들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나중에 재료비 반띵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김치 만들면 먹을 수육을 삶는 거였다. 수육 하는데 한 시간은 걸리니 일찌감치 수육부터 불 위에 올린다. 그 후, 간단한 파김치를 먼저 담그기로 한다. 이 레시피는 특이하게 파김치의 머리(?) 부분을 먼저 액젓을 뿌려 살짝 재워둔다. 그런 후, 그 액젓을 다시 따라내서 젓갈로 그대로 사용해 김치 양념을 만들더라. 꽃게 액젓을 살짝 맛을 보니, 멸치액젓보다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더 나더라. 맛있었다. 찹쌀풀과 고춧가루, 생강, 매실청, 액젓을 모두 한데 섞어 양념을 만들고는 파에 버무려준다. 간단하게 파김치가 완성된다.


이제 배추김치를 담글 차례이다. 배추는 잘 절여져 있었다. 무 채를 썰고, 파도 썰어주고, 마늘도 다져주니 준비 완료다. 고춧가루가 거친 것, 고운 것 두 종류가 있기에 이 둘을 섞었다. 고운 고춧가루가 들어가니 색이 더 예쁘게 잘 나오더라. 찹쌀 풀, 고춧가루, 매실청, 다진 마늘, 생강, 새우젓, 까나리 액젓, 무채, 파를 모두 넣어 버무려 김치 소를 만든다. 김칫소가 완성되니 배추를 가져와 배추에 예쁘게 양념을 발라준다. 배추김치도 완성되었다. 완성된 김치들을 정렬시켜 두고 사진을 찍는다. 마음이 꽉 찬 것 같다. 내가 스트라스부르 김치 부자다.


내가 가져갈 통에 내 김치가 다 안 들어가서, 반포기는 수육과 함께 먹기로 한다. 수육을 잘라서 김치와 접시에 담는다. 김치를 담그고 늦은 점심으로 두 시경에 먹는 수육은 배가 고파서인지 촉촉하니 평소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김치를 사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마트에서는 반 포기를 6유로가 넘는 가격에 팔고 있어서 김치찌개 한 번이면 동이 난다. 그래서 김치를 쟁여두기엔 부담스럽다. 또한 한국에서 와서 그런지 김치들이 완전 푹 익어있다. 사 오면 바로 먹어야 한다. 그러니 내 입맛에 맞게 저렴하게 김치를 담가 먹는 게 훨씬 이득인 거다. 한국에 간다면 훨씬 저렴하게 김치를 사 먹을 수도 있고 선택의 폭도 넓으니 굳이 김치를 담글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이곳 프랑스에 언제까지 있을지에 따라 나의 김치 담그기 여정은 계속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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