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한글학교에 간다. 유아반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어서,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이 있다. 스트라스부르 외곽에 살고 있어서, 10시까지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넉넉히 9시에 집에서 나서야 한다. 그렇기에 토요일에도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곤 한다. 필요보다 더 일찍 일어나 시계를 보니 7시였다. 딱히 잠이 오지 않기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번 주에 요리를 많이 안 해 먹은 게 생각났다. 사다둔 재료들이 냉장고에 그대로 있구나 싶어서 얼른 해치워야겠다란 생각이 머리를 사로잡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에 가서 냉장고를 살핀다. 사다 뒀던 샐러드채소, 파프리카, 버섯이 보인다. 아침으로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너무 채식이다 싶어 냉동실을 열어 냉동 소고기를 꺼낸다. 얇게 슬라이스 된 소고기다.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로 간단하게 양념해서 매콤하게 소불고기를 만든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져서, 점심으로 싸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남은 재료들로도 반찬을 만들어 본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샐러드 채소를 씻어 그릇에 담고, 간장, 식초, 참기름, 그리고 약간의 물로 희석하여 양념소스를 만든다. 점심쯤이면 알아서 절여져서 숨이 죽을 거다. 파프리카도 잔뜩 있기에 잘라서, 초고추장 양념을 하여 버무려 준다. 마지막으로 양송이버섯을 슬라이스 해서 볶아준다. 마늘, 간장, 설탕으로 양념하다가 좀 더 깊은 맛을 줄 겸 튀긴 양파를 넣어서 함께 볶아준다. 튀긴 양파가 눅진해지면서 진한 깊이 있는 단맛이 올라온다. 여기에 찬밥까지 챙겨 담는다. 어쩌다 보니 양이 너무 많다. 혼자는 도저히 다 먹을 자신이 없다. 사진을 찍어 한글학교 선생님에게 시간 되는 분은 함께 점심도시락 나눠먹자며 메신저에 메시지를 보낸다. 바로 반응이 온다. 다행이다.
도시락을 모두 챙기고는, 국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한국에서 챙겨 왔던 즉석국도 몇 종류 챙기고, 조미김도 잘라서 통에 담는다. 도시락통들을 가방에 담고 트램을 타러 간다. 평소에는 보조교사라서 메인선생님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날은 메인선생님이 안 계셔서 나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가르쳤다. 가르쳤다기보다는 함께 놀았다는 게 맞겠다. (만 3~4세) 수업이 끝나고는 아이들을 교문 앞에서 부모님들에게 인도하며 인사를 하고는 도시락을 들고, 오피스로 갔다. 선생님들이 오기 전에 상을 먼저 차리고, 즉석국에도 뜨거운 물을 부어 준비했다. 잠시 후 다른 선생님들이 오셨다. 한 분은 내 사진을 보고 바로 밥을 새로 해서 챙겨 왔다며 밥을 꺼내주셨고, 다른 한 분은 김치를 챙겨 와 주셨다. 시간이 되는 선생님들이 모두 둘러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혼자 먹었으면 그냥 평소에 먹는 내 요리라 별다른 느낌이 없겠지만, 함께 먹으니 더 식사시간이 즐겁게 흘러갔다. 끝나고 일이 있다던 선생님 한 분은 도시락 반찬들을 보더니 조금 먹고 가도 되겠냐며 합류하셨고, 다른 선생님도 자리 잡고 함께 먹었다. 양이 많았지만 거의 남김없이 모두 비웠다. 역시 음식은 나눠먹어야 제 맛이다.